[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미투 운동

[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미투 운동
  • 입력 : 2018. 03.21(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 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성과 구분되는 여성으로서의 특질 혹은 여성적 자아에 대한 인식은 어떤 차별적 의미를 지니는가? 흔히 우리가 여성성을 이야기 할 때, 이는 주로 남성과 구별되는 관계지향적인 능력이나 여성적 특질 혹은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의 성(sex)의 개념이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인 구성체로서의 성(gender)의 개념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여성다움이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결과로서 형성된 의미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지울 때 우리가 흔히 주목하는 젠더로서의 여성의 개념에는 여전히 가부장제의 성차별적 이데올로기가 준동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가부장제 사회에서 뿌리내려온 '성의 정치'의 결과, 남성은 항상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고 여성은 '제2의 성'이라는 열등한 위치에 있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신을 하나의 주체라고 알고 있지만, 남성으로부터 타자의 지위로 강요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페미니즘(여성해방론)이 중요한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정치 사회적 차별과 억압, 심지어는 가사노동과 같은 일상성으로부터도 여성은 해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아무리 여성성과 혁명을 주장해도 여성의 위치는 여전히 남성에 종속하는 존재이며,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페미니즘은 무슨 대단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그것은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인간이라는 인간선언일 뿐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삶의 권리를 가짐으로써 평등한 양성관계를 이룰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하여 모든 인간이 동등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동일한 인간의 평등성을 실현할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인간 역사는 언제나 여성에게 불리한 성적 분업과 이중 노동을 부여하여 왔다. 어느 시대에서나 여자들의 정체성이나 자아의식은 쉽게 꽃피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기존의 남성지배적 문화 속에서 여성적인 것으로 억압되어오던 몸, 성적 욕망, 모성성을 남성과는 구분되는 여성적 특성으로 '차이' 지움으로써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코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체제가 여성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발전한 관점이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지배와 억압의 구조가 자연과 문명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를 진정하게 초월해야만 여성해방과 인간해방을 이룰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억압되고 소외된 생명의 해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한 세기 전에 페미니즘이라는 여성해방의 관점이 등장했지만 아직도 진정한 여성해방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남성은 정치적 · 경제적인 면에서 자기영역을 가속화해 가며 여성 위에 군림하고 있고, 여성은 주체적 인간의 삶을 남성에 의해서 억압당하고 은폐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여성은 객체에서 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바라보여지는 대상에서 바라보는 대상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다시 나와야 한다.

우리의 삶 곳곳에 엄존하고 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구속과 굴레로부터 여성의 삶이 진정으로 생명력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미투 운동'이 더 크게 확산되어야 할 듯하다.

<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77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