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석의 하루를 시작하며] 인간의 '미(美)에의 성향'과 좋은 삶

[정한석의 하루를 시작하며] 인간의 '미(美)에의 성향'과 좋은 삶
  • 입력 : 2018. 02.07(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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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봄날 몇몇 지인과 함께 산행했던 일 중 다음 대목이 떠오른다. 산길이 비좁아져서 우리 일행은 두 줄이 되었다. 바로 앞에 가는 두 사람이 정담을 나누며 산을 오른다.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리네요.", "동박새 같아요.", "노랫소리가 아름다워요. 와, 저기 철쭉꽃도 활짝 피었어요.", "와, 훌륭합니다! 꽃내음이 향기롭군요. 들판에도 우마 등 가축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거나 되새김질을 하며 쉬고 있네요?"

봄철 산야의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하는 두 사람의 정서에서 문득 TV에서 시청한 또 한 가지 감동 깊은 대목이 떠올랐다. 즉, 어느 봉사 단체 회원이 빈곤한 가정환경으로 학교도 못 가고 부모님 일손을 도와 어린 동생을 돌보거나 돌덩이를 깨어 골재용 자갈을 채취하는 어느 후진국의 안타까운 한 소년을 발견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물음과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이 나라의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고 싶어요."라는 소년의 응답이다.

이상의 대목은 인간은 '미(美)에의 성향'을 지닌 아름답고 가치로운 존재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에 비하여 우마들은 어떤가. 새소리 및 철쭉꽃의 아름다움을 의식조차 못 하고 무감각으로 반응이 없다. 소년의 안타까운 가정환경과 훌륭한 마음씨에도 그럴 것이다. 동물에게는 '미에의 성향'이 없음을 의미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에의 성향'은 인간의 어떤 행동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인간에게는 자신을 보다 아름답게(훌륭하게) 가꾸어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고유한 특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어린이의 거울 보는 행동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어린이가 세수를 하거나 옷을 입고 나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맵시를 낸다든가 하는 행동은 이를 잘 입증해 준다. 인간의 이러한 성향과 특성은 미를 창조하여 좋은 삶을 이루는 근원이 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이러한 성향과 특성을 씨앗으로 하여 아름다운 행위 등 훌륭한 것을 보면 감동하고 그것을 사랑하여 그렇게 되고 싶어 욕구하는 특성과 또, 아름다운 사물을 보면 그것을 모방해서 표현해 보고자 하는 특성, 즉, '자기 미화·실현 특성'과 '사물 미의 모방·표현 특성', 두 가지 특성을 낳아 이를 사회 발전에 실현하여 자동차, 비행기, 스마트폰 등 문명의 이기를 발명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며, 또 인격의 존중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문명사회 등 좋은(행복한) 삶의 꽃을 피우는 존재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의 근원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예술본능'에 있지 않을까 싶다. 예술본능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모방·유희·표현·장식 등과 같은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을 뜻하며, 또 '예술'의 의미는 '특수한 소재·수단·형식에 의하여 기교를 구사해서 미(美)를 창조·표현하려고 하는 인간 활동 및 그 작품'을 뜻한다. 양자의 핵심내용이 '미의 창조·표현'에 있으므로 근원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미의 창조에 의한 좋은 삶의 실현은 모방만으론 불가능하다. '자기 미화·실현 특성'을 바탕으로 '사물 미의 모방·표현 특성'을 병행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자기 미화·실현 특성'이 발현되어 사회발전에 실현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고 동기 유발적 분위기 조성과 함께 때와 장소에 알맞은 기본예절 및 인격 존중의 미(아름다움·좋음·훌륭함)를 타일러 깨닫게 하는 병행지도의 생활화가 요청된다. <정한석 前 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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