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확의 기쁨보다 한숨만 나오는 마늘농가

[사설]수확의 기쁨보다 한숨만 나오는 마늘농가
  • 입력 : 2017. 05.30(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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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가장 기쁨을 만끽할 시기는 아마도 수확철일 것이다. 그동안 공들인 농사가 마침내 결실을 보는만큼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요즘 마늘농가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수확의 기쁨이란 찾아볼 수 없고 긴긴 한숨만 터져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본보가 르포로 전한 '마늘 주산지 대정지역 수매현장'을 통해서도 이같은 농가의 분위기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농가의 표정이 밝지 않다. "마늘은 파종에서부터 비닐 멀칭씌우기, 수확후 건조해서 주대(줄기) 절단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뿐인 농촌엔 일할 사람이 없고 인력중개소에서 공급받는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고…." 결실의 기쁨을 누리기는 커녕 근심이 가득찬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마늘구 직경이 5㎝인 상품 마늘의 농협 수매가는 ㎏당 3200원이다. 역대 최고 수매가였던 지난해(4200원)보다는 1000원 낮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수매가로는 2012년산과 동일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마늘 생육기와 수확기 날씨가 좋아 상품 비율은 평년보다 높은 80% 정도로 양호하다. 하모3리 김모씨는 "올해는 마늘 밭떼기거래량도 아주 적은데다 재고량도 많은 걸 감안하면 수매가격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난이다. 김씨는 "매년 인건비가 오르는데다 인력중개소에서 몸빼값 등으로 너무 많은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 3만3000㎡당 100만원까지 달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농가에선 달리 방법이 없다. 앞으로 파종과 수확철 인력이 필요할 때 제때 공급받을려면 몸빼값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일종의 선수금조로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을 얹어주고 있다.

특히 마늘농가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 겪는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마늘은 밭작물 중에서도 기계화율이 가장 낮은 품목이어서 일손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농협제주지역본부가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으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처럼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해마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농가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러니 농사를 접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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