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가계에서 제2금융권에서 빌린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 생계형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담보능력이 떨어지고 신용도가 낮아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의 기타대출로 몰린 탓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전부터 이미 오르기 시작한 국내 대출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충격파가 적잖을 전망이다.
23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10월중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10월중 가계대출이 2993억원 증가하면서 대출잔액은 10조665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1% 증가했다. 이는 같은기간 전국평균 증가율(12.5%)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달 대비 증가율도 2.9%로 전국치(1.2%)를 상회했는데, 제주는 2012년 10월 이후 계속 전국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도내 가계대출이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마냥 폭주하는 가운데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과 신용대출 등 생계형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 잔액 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7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0% 증가했는데, 기타대출은 이보다 높은 45.2%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6조5943억원에 달했다.
특히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10월중 가계대출 증가폭이 1640억원으로 예금은행(1353억원)을 1년 4개월만에 추월했다. 잔액 기준 기타대출도 은행권은 2조8723억원, 2금융권은 3조7220억원으로 2금융권 비중이 훨씬 높다.
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생활자금이 부족할 때 손쉬운 대출절차를 통해 빌린 돈이다.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빚 상환 부담이 늘면서 대출 연체나 파산 등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제주는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에 생계를 기대는 비중이 11월 기준 26.6%로 전국(21.3%)보다 높은데다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을 겪는 영세업자가 많아 금리 상승에 내수침체까지 겹치면 늘어나는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나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기타대출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대출금리를 웃돌면서 토지나 상가 등을 담보로 하는 주택외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은행권의 코픽스 금리는 상승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신한·농협은행·KB국민·KEB하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평균금리는 연 3.28%로 10월(3.00%)보다 상승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도 1.51%(11월 기준)로 지난 8월(1.31%) 최저치를 기록한 후 9월 오름세로 전환한 뒤 석달만에 0.2%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