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 접근권 외면하는 금융기관들

[사설]장애인 접근권 외면하는 금융기관들
  • 입력 : 2014. 08.29(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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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관광지는 바로 제주올레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농아인협회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장애인들의 선호관광지 유형과 시설을 조사·분석,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진행됐다.

제주도 올레길(19.17%), 지리산 둘레길(13.43%), 성산일출봉(12.74%), 설악산(9.53%) 등이 뽑혔다. 제주올레길의 경우 뛰어난 접근성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도로로 이뤄진 특성상 접근에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일부 지역의 장애인화장실들은 무용지물이다. 쇠사슬을 걸어 놓는가 하면 숫제 창고로 방치된 곳도 있다.

비단 이 곳뿐만 아니다. 장애인들의 관점에서는 제주시 연동 신시가지 일대 금융기관들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편의제공 의무기관에 금융기관이 포함됐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 볼 수 없다.

실제로 제주시 노형동 N은행에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다. 뒷 문을 이용해 들어가려해도 차들이 빼곡이 세워져 있는 탓에 접근이 힘들다. 나머지 은행들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만 경사도가 심하거나 폭이 좁아 이용하기 힘든 구조다. Y은행은 그나마 경사도가 완만했지만 출입구 유효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유명무실이다.

은행들 안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이용이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휠체어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돼 있지 않아서다. 설치표준안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공간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형식상의 공간을 확보하는데 그친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접근권은 생존의 문제다. 휠체어를 타고 원하는 일을 볼 수 없다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없다.

출입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없는 일반 버스나 경사로가 없는 금융·행정기관 등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할 수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사회와도 거리가 멀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의무다. 시행 6년째를 맞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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