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64)쾰른성당-곡두8-김민정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64)쾰른성당-곡두8-김민정
  • 입력 : 2024. 04.23(화) 00:00  수정 : 2024. 04. 23(화) 17:42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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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성당-곡두8- 김민정




[한라일보]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사서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켜고

우리 둘을 모두 속에 섞어놨어.

모두가 우리를 몰라.

신은 우리를 알까.

우리 둘은 우리 둘을 알까.

모두가 우리가 우리인 줄 알겠지.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

양심껏 2유로만 넣었어.

삽화=배수연



그곳엔 소방차가 상시 대기 중이다. 둘이 너무 많고 둘이 쾰른성당에 왔다는 증거로 타는 촛불은 꺼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둘은 남의 초로 소원을 빌었으니 돈을 놓고 가야 하지만, 소원은 쾰른 중앙역에 그냥 서 있었는지 모른다. 둘이 초를 사서 켜는 행동은 표절이고 단순 표절일 수도 있지만 모두 제각각 마음의 결은 다를 수 있으니까! 둘은 하나가 아니기에 둘은 맞고, 둘의 이름이 맞는지완 별개의 문제이며, 둘의 초에 댔을 때 다른 사람의 초는 빛을 잃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다. 모두 속에 섞어놔서 성당을 나가다 돌아보면 우리 초가 어디 있나? 그 초는 마음에 있다면 몰라도 쾰른성당에는 보존되지 않지. 이래저래 시인이 친히 헤아려 주는 '우리 둘'의 초는 2유로가 양심적이다. 모두를 피해 우연히 쾰른성당에 들어온 두 사람이나 두 돌대가리가 입장할지라도 초는 화들짝 놀라지 않고 대환영. 쾰른성당의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다. 어찌 되었든 나와 너라는 둘, 나와 절대자라는 둘은 세속적 격정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니까 둘은 과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비밀도 아니지만, 그는 어느 곡두를 따라 들어왔으니 천생 둘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파야만 바랄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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