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순의 여성작가, 첫 시집 발간

육순의 여성작가, 첫 시집 발간
  • 입력 : 2020. 09.07(월) 18:15
  • 정신종 시민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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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현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시 출신으로 육순의 여성수필가이자 시인이 첫 시집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시 출신으로 현재 제주수필문학회사무국장이며, 동인 '脈' 회원인 이애현(62)씨는 ‘따뜻한 소실점’이란 수필집을 출판한데 이어 이번에 시와 실천 서정시선으로 ‘묵은 잠, 뒤적이며’라는 주제로 첫 시집을 냈다.

7일 오후 만난 그는 시집의 글머리에서 "채 닿지 못함으로 시간을 엎어 놓고 또 복닥거려야 할, 닿으려는 생각들로 바스락거리는 날, 다시 펼쳐 키질해 나갈 마련으로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

모두 58편의 시집내용을 134쪽에 달하는 지면에 소개된 시집 중 주요시집은 ‘살아낸다는 것’과 ‘고등어를 구우며’ 두 편이라고 전했다.



살아낸다는 것

세월 짙을수록

머리 조아리고

무릎 꿇어 엎디는

시간이

깊어진다



그게

우러러 모시는

신 앞인 듯도 하고

까불거리며

겁 없이 살아온



설익어 풋내 낀

내 삶의

흔적도 같고



고등어를 구우며

여기,

거친 풍랑에 근육 다지고

거만한 파도에

뼈 세우며 운명처럼

한 생으로 닿았다



고단한 시간 위에서

익은 탱글한 생각들

모진 바람에 휘둘리며

다져진 삶이다



힘겨운 삶에 뱉는 가쁜 숨소리

트림하는 거친 파도

그 행간으로

무거운 생을 부린다



잠시도

각자인 적 없었잖아

아직은 내가 먼저지만

뒤집으면 바로 네 차례야

우리 아프지만 잠깐일거야



그들이 뒤척이고 한동안

검은 이야기 적시며

잦아드는 음성 사이로

물빛 떠난 눈물냄새가

열기 덮은 채

사방으로 흩어지는



한편 윤석산 제주대 교수는 표사 해설에서 "기교 없는 솔직한 고백은 시가 아니다. 이애현 시인의 시에서 발견 되는 반어법은 숨겨진 화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동원할 줄도 안다. 서정성 강한 시편들에 담겨있는 위로의 메시지에는 자신을 드러내어 치유받기도 하지만 시를 읽는 사람에게 치유의 광선을 발하기도 한다. 시인의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 같다"고 서평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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