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함식으로 불거진 제주해군기지 갈등, 언제쯤 풀리나

관함식으로 불거진 제주해군기지 갈등, 언제쯤 풀리나
또다시 찬반으로 찢어진 강정마을, 국제관함식 기대·우려 교차
  • 입력 : 2018. 07.27(금) 09:31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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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강정마을 임시총회

제주 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의국제관함식 개최 수용 여부를 놓고 강정마을이 또다시 찬반으로 나뉘었다.

 KTX 해고승무원 정규직 복직과 '삼성전자 백혈병' 분쟁 중재 합의 등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며 해묵은 국내 갈등이 하나둘씩 풀리고 있지만,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11년간 찬반으로 쪼개진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윤태정 당시 강정마을회장이 찬성자 중심으로 정족수(51명)만 겨우 채운 총회에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선언한 것이 발단됐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즉각 들고 일어섰다.

 반대 측 주민들은 마을 내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물어 당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마을회장으로 강동균씨를 선출했다.

 강 마을회장은 곧바로 해군기지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해 반대 680표, 찬성 36표가 나오자 마을회의 입장을 '해군기지 반대'로 확정했다.

 이후 11년이 흘렀다.

 그동안 해군기지는 준공됐고, 반대 투쟁과정에서 698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연행됐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이 30명, 불구속 450명, 약식기소 127명, 즉심청구 4명에이른다.

 확정된 판결을 보면 실형 3명, 집행유예 174명, 벌금형 286명, 무죄 15명, 선고유예·과료 등 22명이다.

 수억원의 벌금도 부과됐다.

 다행히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어 지난해 말 건설 반대 활동 탓에 공사가 지연돼 손해를 봤다며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5개 단체를 대상으로 해군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소송이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따라 취하됐다.

 실타래처럼 꼬였던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문제로 또다시 강정마을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부모·형제, 친인척, 친구와 선후배 사이에도 갈등이 불거져 제사나 벌초, 각종경조사를 함께 못하는 고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국제관함식 개최 둘러싼 논쟁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강정마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11년 전과 똑같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이미 지난 3월 30일 마을 임시총회를 열어 국제관함식 개최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뒤늦게 청와대가 시민사회수석과 비서관들을 보내 마을사람들을 회유하고, 주민을 찬성과 반대로 또다시 쪼개놓았다"며"강정 주민들을 그만 아프게 해달라"고 했다.

 제주도의회 내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황국 의원은 최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국제관함식 개최를 기정사실로 해놓고 강정 주민들에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내라고 종용하는 것은 횡포"라며 "미처 아물지도 않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생채기에 또 다른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반면 찬성 측인 양홍찬 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 위원장은 "11년 동안의 갈등 속에 모든 주민이 겪은 아픔을 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됐다"며 더는 싸움을 이어가기 싫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마을주민들은 국제관함식 행사에 관심이 없다. 다만 관함식을 수단으로우리가 요구하는 난제들을 해결하려 할 뿐이다. 11년의 싸움 속에 하늘이 준 최고의기회"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11년 전 해군기지 유치과정에서 가까스로 넘긴 정족수 인원이 마을 전체를 대표할 수 없듯이 지난 임시총회에 참석한 86명 중 47명의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자들이 마을주민 전체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며 "마을에 중대한 안건일수록 더 많은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정마을회는 마을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오는 28일 제주 해군기지에서의 국제관함식 개최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상당수 주민들이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마을 내 갈등을 바라지 않았던 반대 측 주민이 빠진 임시총회였다.

 반대 주민들은 앞으로 진행될 찬반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실상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는 기정사실화됐지만, 청와대와 해군·강정마을회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제주해군기지 전경.

 ◇ 해군기지 갈등 해결 종지부 찍을까

 오는 10월 제주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관함식을 놓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일단 반대 주민 측이 "강정마을에서 국제관함식이 개최된다면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반쪽짜리' 국제관함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우려한다.

 그렇다면 "제주 앞바다를 긴장과 갈등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들겠다"고 청와대가 밝힌 행사의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도민들은 "청와대가 올해 70주년이 된 제주4·3 추념식과 남·북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챙기느라 강정마을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뒤늦게 갈등조정에 나섰다며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라는중대 결정을 강정주민 손에 떠넘긴 채 뒤로 숨은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위한 강정 주민과의 조율을 마을과 10년 넘게 대립한 해군에만 맡기지 말고, 올 초 처음부터 청와대가 직접 나섰어야 했다는 뜻이다.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세인의 관심은 관례대로 국제관함식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 모일 전망이다.

 지난 4·3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이번 국제관함식에서 유감 표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메시지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주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서슴없이 낮은 자리로 내려와아픈 국민을 어루만지고 품어줄 것이란 큰 믿음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요구조건을 밝혔다.

 해군기지 반대 투쟁과정에서 탄압받았던 강정 주민의 명예회복, 사법 처리자에 대한 사면복권, 공동체 회복사업의 신속한 추진, 강정 지역 내 해군기지 확장 방지 약속 등이다.

 청와대가 "주민 뜻에 따르겠다"며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 여부를 강정마을 주민 손에 넘긴 만큼, 10년 넘게 이어진 해군기지 갈등 해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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