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다시 쓰는 '漢山 부종휴' (하)

[한라포커스]다시 쓰는 '漢山 부종휴' (하)
제주 식물상 정립·동굴탐사 획기적 업적
  • 입력 : 2017. 06.28(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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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우회 회원들과 동굴탐사를 하던 부종휴(사진 위 오른쪽 세번째). 사진=유족 제공

각계 전문가들 참여 부종휴 업적 발굴정리 전력
동굴·식물분야 외에도 언론자료·구술채록 확보
학술상·학술대회·전시·창작물 등 기념사업 제시


부종휴 선생 발굴사업은 각계 전문가들의 손으로 넘겨졌다. 제주도가 201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만장굴과 한라산 등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토대를 마련한 고(故)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집대성하고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각계 연구진은 부종휴 선생의 생존 당시 자료를 분야별로 총괄 수집·정리·분석하고 기념사업 추진 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논문, 보고서는 물론 언론 자료, 유족 소장 사진자료, 그리고 생존 당시 함께 활동했던 지인들의 구술채록 자료 정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보고서는 이달 내에 제주도에 제출된다. 중간보고회를 겸한 심포지엄이 지난 5월 24일 관음사지구 산악박물관에서 열렸다.

한라산 식물상 재정립에 족적을 남긴 부종휴(사진 가운데)의 한라산 산행 중 모습. 사진=유족 제공

심포지엄에서는 연구자들을 통해 정리·분석 중인 보고서 가운데 부종휴 선생이 남긴 보고서로 1964년 대한약사회지에 실린 제주도산 자생식물 목록(제1보)이라는 제하의 논문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논문에는 물개고사리부터 제주국화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진 333종이 기록되어 있다. 심포지엄에서 고정군 박사(세계유산본부)는 "비록 당시의 식물분류학 연구의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부분적으로 종 분류 및 학명기재 등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논문이 제주도 식물상을 정립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까지 제주도 식물상은 1400여 종이 알려져 있었으나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의 식물상을 1800여 종으로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73년 교육제주를 통해 수록된 '한국신·구석기시대의 혈거유적에 대하여'란 기고도 관심을 끈다. 부종휴는 이 기고문에서 동굴탐사와 함께 고고학분야의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고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과 한계 등에 대해 밝혀 부종휴 선생의 활동범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964년 발표한 '한라산국립공원 문제' 등 다수의 글을 통해 한라산의 자원가치를 계속 발굴하고 알리면서 등산로 이용방안, 천연보호구역이나 국립공원지정 및 문제점의 해결방안 등 다양한 자연자원분야 정책들을 제안했다.

부종휴

1962년도부터 1974년도까지 13년간은 부종휴 선생의 연구 생활의 꽃이 활짝 핀 시기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찬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에 따르면 이 기간 중 1967년도 1968년도를 제외하면 매년 논문, 논단, 보고서, 칼럼을 발표했거나 적어도 새로운 동굴을 발견하거나 탐사했다.

지금까지 발굴한 연구 성과물은 논단 14편, 논문 1편, 보고서 1편, 저서 1편, 칼럼 7편이다. 뿐만 아니라 공식기록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24차의 동굴탐사를 했다.

김 박사는 "아직까지 발굴하지 못한 발표물들도 당연히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김 박사는 "부종휴 선생이 활동할 당시에는 거의 전무했던 연구비, 여러 가지 정보의 부족, 연구 인력의 절대적 부족, 걱종 장비의 부족, 발표지의 한계 등 연구 환경이 지금과는 판이했다. 개인적인 열정만으로 연구를 수행했던 부분이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이 정말 아쉬운 점들이다. 그래도 여러 논단이나 칼럼들의 내용을 보면 거의 논문에 버금가는 수준인데 이것은 논문발표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전용문 박사(세계유산본부)도 심포지엄에서 "7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남은 기록도 많지 않지만 부종휴 선생이 제주도 동굴 연구에 남긴 발자취는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오수정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은 언론에 나타난 부종휴 선생에 대한 기록을 탐색 중이다. 1961년부터 중앙지 34건, 지방지 79건이 확인했으며 추가 자료를 찾고 있다.

강순석 박사(제주지질연구소장)는 기념사업 과제에 대해 연구 중이다. 강 박사는 심포지엄에서 학술연구총서 발간, 도록 제작, 부종휴 학술대회 개최, 부종휴 학술상 제정 및 장학사업, 부종휴 메모리얼 룸 조성, '부종휴길' 지정, 홈페이지 제작 홍보, 부종휴 이미지 활용한 기념품 제작,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및 동굴결혼식 등을 예술소재로 한 창작물(연극 등) 제작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강 박사는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제대로 발굴하고 선양하는 작업은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부종휴 선생의 선구자적인 학문적 업적과 성과를 재조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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