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0)'거인병'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Ⅴ](20)'거인병'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
이마와 턱이 튀어나오고, 손발은 두꺼워지고…
  • 입력 : 2015. 05.29(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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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던 브룩쉴즈(위)가 2006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자선행사에 남성처럼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말단비대증으로 투병 중인 전 국가대표 농구 선수 김영희(왼쪽아래)씨와 말단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던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오른쪽 아래).

성장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만성질환
외모 변형 오랜 기간 진행돼 감지 못해
직경 1㎝ 이하 종양은 수술로 90% 완치

세기의 미모로 칭송받으며 원조 미녀스타였던 브룩 쉴즈는 1980~90년대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와 함께 '세계 3대 미녀'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책받침 여왕'에 오르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또 영화 '프리티 베이비', '블루라군'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80년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세기의 미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세기의 미녀도 '말단비대증'을 앓아 치료를 받았던 뉴스가 보도됐었다. 아울러 전 여자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씨나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 등이 말단비대증으로 투병중이거나 관련 수술을 받은 내용이 알려졌다. 이처럼 앞이마가 튀어나오고 턱이 튀어나오며(prognathism, 턱나옴증), 손과 발의 크기가 커져 장갑이나 신발, 반지 등이 맞지 않게 되고, 치아의 부정 교합 등으로 인해 특징적인 얼굴 모습을 지닌 사람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다. 제주대학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상욱교수의 도움으로 '거인병'으로도 불리는 말단비대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진상욱 제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뇌하수체에 생기는 종양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성장호르몬에 의한 연부조직(장기, 근육, 결합조직, 지방, 혈관, 림프관, 관절, 신경을 포함하는 조직)의 변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40대 이후의 성인에서 진단된다.

특징적인 외형으로는 이마와 턱이 튀어 나오고 혀가 커지며 굵은 목소리와 함께 손발이 두꺼워 진다. 땀도 많이 나고 몸이 더워지며, 심한 두통이나 전신통이 동반되기도 하고 수면 중 심하게 코를 골기도 한다. 종양이 계속 자라게 되면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 용종이 흔하게 발견된다.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외모의 변형과 함께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한 당뇨병, 고혈압, 협심증 또는 급성심근경색, 성기능 저하,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게 돼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약 3~4배 높아진다.

말단비대증은 1년에 100만명당 3~4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체 유병률은 일반적으로 인구 100만명당 40~70명 선으로 보고 있어 우리나라에는 2000~35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말단비대증은 환자의 특징적인 얼굴 모습을 보고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말단비대증에 의한 외모의 변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가족이나 자주 만나는 지인들은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의 특징적인 외모를 보고 말단비대증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의사의 경험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이후 혈액검사를 통해 인슐린양 성장인자-I (IGF-I)를 측정해 말단비대증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IGF-I 수치가 상승해있을 경우 75그램 포도당 복용 후 30분 간격으로 혈중 성장호르몬을 5회 측정하는 경구당부하검사를 통해 질환을 확진한다. 또 뇌하수체 MRI 검사를 시행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혈중 성장호르몬은 박동성 분비를 보이는 생리학적 특징으로 인해 1회 측정으로는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말단비대증의 치료는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며 경접형동 접근법에 의한 수술을 시행한다. 두개골을 절단하는 일반적인 뇌수술과 달리 비강을 통해 수술 부위로 접근하는 수술법으로 직경 1㎝ 이하 크기의 종양은 90% 이상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1㎝ 이상 되는 종양의 경우에는 약 50~60% 정도의 완치율을 보인다. 수술 후에도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4주에 한번씩 근육주사의 형태로 사용한다(옥트레오타이드, 란레오타이드).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성장호르몬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반응이 있는 환자일 경우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만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만약 수술과 약제사용 후에도 성장호르몬의 과다분비가 지속된다면 차선책으로 방사선 수술요법인 감마나이프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감마나이프는 치료 효과가 5~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고 많은 경우에 뇌하수체의 다른 호르몬 분비기능이 떨어지는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말단비대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손 또는 발이 커져서 반지나 신발이 작아진다 ▷입술이 두꺼워지며, 턱이 커진다 ▷얼굴이 커지고 이마가 튀어나온다 ▷자주 머리가 아프다 ▷전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목소리가 굵어진다 ▷시야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다 ▷낮에 졸음이 많이 온다 ▷당뇨병 또는 고혈압을 동반한다 ▷골다공증 또는 손·발목·무릎 등에 관절통이 온다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의 10년 전 사진을 보고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앞의 항목 중 5가지 이상 해당사항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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