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14)JDC 전국 중·고 논술대회-중학교 독서ㆍ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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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독서·고전 문항]제시문 공통점 찾고 관점 차이를 파악하라
  • 입력 : 2012. 08.30(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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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1-3]

(가)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방망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동대문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서 있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방망이를 내놨더니 아내는 예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배가 너무 부르면 옷감을 다듬다가 치기를 잘 하고 같은 무게라도 힘이 들며, 배가 너무 안 부르면 다듬잇살이 펴지지 않고 손에 해먹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윤오영, '방망이 깎던 노인')

(나)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나쁜 소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문제점을 파악하자마자 기업 내 모든 직원들을 즉각 각성시켜야 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지적 역량을 결집하는 속도를 보고 우리는 그 기업을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의 디지털 신경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또한 직원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나쁜 소식을 찾아내고 그에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어떤 긴급한 상황에서도 기업으로 하여금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과거에는 기업이 나쁜 소식에 대처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정보를 신속히 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전화뿐이었으므로, 경영자들은 종종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나서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문제 해결에 나선 직원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느라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뭉치와 씨름했거나, 일이 진행되는 상황을 알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 사내를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일단 늦게나마 불완전한 정보라도 얻게 되면, 다시 전화로 서로 의논을 하거나 팩스로 정보를 교환하곤 했다. 이러한 과정마다에 매우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음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곳곳에 흩어진 관련 정보들을 모아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

(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형의 주벽으로 가계가 파산을 겪은 뒤부터, 그리고 마침내 그 형이 세 조카아이와 그 아이들의 홀어머니까지를 포함한 모든 장남의 책임을 내게 떠맡기고 세상을 떠난 뒤부터 일은 줄곧 그렇게만 되어 온 셈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군영 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 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다.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형이 내게 떠맡기고 간 장남의 책임을 감당하기를 사양치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노인과 나는 결국 그런 식으로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는 처지였다. 노인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대해선 소망도 원망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런 노인이었다. 한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노인의 눈치가 이상했다. 글쎄 그 가치나 수술마저 한사코 사양을 해 온 노인이, 나이 여든에서 겨우 두 해가 모자란 늘그막에 와서야 새삼스레 다시 딴 세상 희망이 생긴 것일까.

노인은 아무래도 엉뚱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너무나 엄청난 꿈이었다. 지붕 개량 사업이 애초의 허물이었다.

"집집마다 모두 도단 아니면 기와들을 얹는단다."

노인은 처음 남의 말을 하듯이 집 이야기를 꺼냈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눈길')

(라) 간디의 관점에서 볼 때, 무엇보다 큰 폭력은 인간의 근원적인 영혼의 요구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물질적 이득의 끊임없는 확대를 위해 착취와 억압의 구조를 제도화한 서양의 산업 문명이었다.

근대 산업 문명은 사람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끊임없이 이기심을 자극하며, 금전과 물건의 노예로 타락시킬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평화와 명상의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로 인하여 유럽의 노동 계급과 빈민에게 사회는 지옥이 되고, 비서구 지역의 수많은 민중은 제국주의의 침탈 밑에서 허덕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간디 사상에 물레의 상징이 갖는 의미가 드러난다. 간디는 모든 인도 사람들이 매일 한두 시간만이라도 물레질을 할 것을 권유하였다. 물레질의 가치는 경제적 필요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레는 무엇보다 인간의 노역에 도움을 주면서 결코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는 인간적 규모의 기계의 전형이다. 간디는 기계 자체에 대해 반대한 적은 없지만, 거대 기계에는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위계적인 사회 조직,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 도시화, 낭비적 소비가 수반된다는 것을 주목했다. 생산 수단이 민중 자신의 손에 있을 때 비로소 착취 구조가 종식된다고 할 때,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는 그 자체로 비인간화와 억압의 구조를 강화하기 쉬운 것이다.

간디는 산업화의 확대, 또는 경제 성장이 참다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간디가 구상했던 이상적인 사회는 자기 충족적인 소농촌 공동체를 기본 단위로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중앙 집권적인 국가 기구의 소멸과 더불어 마을 민주주의에 의한 자치가 실현되는 공간이다. 거기에서는 인간을 도외시한 이윤을 위한 이윤 추구도, 물건과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도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비폭력과 사랑과 유대 속에 어울려 살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고, 자기 완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상에 매우 적합한 정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물레는 간디에게 그러한 공동체의 건설에 필요한 인간 심성의 교육에 알맞는 수단이기도 했다. 물레질과 같은 단순하지만 생산적인 작업의 경험은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의 분리 위에 기초하는 모든 불평등 사상의 문화적·심리적 토대의 소멸에 기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먹을 빵을 손수 마련해 먹는 창조적 노동'에의 참여와 거기서 얻는 기쁨은 소박한 삶의 가치를 진정으로 긍정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간디는 생각하였다. 결국 간디의 사상은 욕망을 억지로 참아야 하는 금욕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욕망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다.(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간디의 물레')





【논제 1】 (가)의 '노인'과 (나)의 글쓴이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쓰시오. (300자 내외)

【논제 2】 (다)의 '나'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쓰고, 그 원인을 【논제 1】을 바탕으로 하여 설명하시오. (600자 내외)

【논제 3】 (라)에서 '간디'의 문제 해결 방식이 【논제 2】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600자 내외)

[대상]서두르지 않는 노인과 신속한 '나'
간디의 소박한 가치 관계회복으로


【논제 1】(가)의 노인과 (나)의 글쓴이의 문제해결시 태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들은 문제상황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먼저, 노인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서두른다고 어떤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신념과 경험을 토대로 일을 해 나갈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본다. 그는 그 순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일을 그르친다고 본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방망이를 완성했으며, 차분하고 순서에 따라 일을 해 나갔다. 반면, (나)의 글쓴이는 문제상황 시 매우 신속히 대응하는 편이다. 그는 문제점을 파악하자마자 모든 직원들을 각성시켰을 만큼 신속하게 대응한다. 그리고 그는 문제상황 대처 시 얼마나 신속한가를 기준으로 그 기업을 평가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모든 상황에서 신속함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처럼 글쓴이와 노인은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논제 2】 (다)의 '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어머니라 하지 않고 '노인'이라 한다. 사실, 자신의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부르는 이는 흔치 않다. 자신의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어머니를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애기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단지 나이가 많이 든 노인이라고 보고, 자신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없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여긴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는 생각은 단지 노인들이 하는 엉뚱한 생각과 헛된 희망이라 본다. 이런 것들이 '나'의 문제점이다. '나'는 하루 아침에 장남의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그 문제상황에서 그는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올바르게 대하지 못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문제가 닥쳐왔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없었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차분하게 대처하기도 힘들었다. 그때문에 순서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그는 갑작스러운 문제상황를 맞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를 올바르게 대하지 못했다.

【논제 3】간디는 창조적 노동을 하면서 기쁨과 소박한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욕망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런 것이 (나)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나)에서 '나'와 어머니는 조금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소박한 삶의 가치조차 가지지 못하였다. 간디의 방법은 비폭력과 사랑과 유대 속에 어울려 살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는 것에 매우 적합했기 때문에 '나'와 어머니의 관계를 회복시켜주고 행복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나는 간디의 방법이 (나)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진웅. 안덕중 2학년>

[심사평]대상 작품 제시문 이해·독해 능력 매우 뛰어나

그 동안 한국문학교육은 일제시대, 6·25전쟁 등 큼직큼직한 사건을 계기로 한 인간 삶의 문제에 치우쳐왔다. 이제는 일상적인 인간 삶에 있어서 미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들을 주목할 때다.

첫 번째 문제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제시문을 추상화하여 공통적인 주제를 찾고 둘 사이의 관점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추상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출제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문학 작품에서 삶의 문제 상황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과 아울러 첫 번째 지문에서 찾은 것과 (다) 제시문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묻고 있다. 또 세 번째 문제는 (라) 제시문 자체의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한 다음 간디의 문제 해결 방식을 (다)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로서 텍스트 상호성을 활용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2012 JDC 전국중고등학생 논술대회에서 중학교 논술의 경우 논술대회에 참가한 학생 수준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즉, 논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논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평소 생각만을 성급하게 펼치려고 하는 점이 아쉽다. 이러한 점은 논술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안덕중학교 2학년 진웅 학생의 경우는 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견해를 잘 풀어내고 있다. 특히 제시한 제시문의 내용이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에 대한 이해 능력과 독해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이를 토대로 논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좋다.

논제1의 경우 (가)와 (나)의 차이점을 명확히 찾아 분석하고 있으며, 논제2의 문제 상황이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이해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논제3에서 요구하는 간디의 삶의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의 방법을 유추하는 능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돋보인다.

이번 논술대회는 이전의 논술 대회와 달리 대학입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요건을 반영하여 논술 문항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통글 쓰기에 익숙한 중학교 학생 수준에서 이 논술 문항을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하였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지문에 제시된 현상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논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노력이 절실하다.

<강영기, 남주고등학교 교사.톡톡튀는논술학교 운영위원>

이번 회에 실린 원고는 한라일보사와 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 공동 주관으로 지난 7월 21일 실시한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 중학교 독서·고전 문항, 입상작, 심사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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