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br>(10)JDC 전국 중·고 논술대회-고교 인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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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상대주의 문제점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라
  • 입력 : 2012. 08.02(목)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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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문화가 고립된 부족의 문화에 비해 질적으로 높은 상태일까. 영화 '미션'중 한 장면.

진화론·체계론 등 문화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존재
'개고기 논쟁' 브리짓 바르도의 견해를 비판한다면

[인문사회 문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논제 1-3]

(가)


문화를 보는 관점은 초기에는 생물학적 진화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류의 진화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류도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을 거치면서 유인원으로 진화되어 오늘의 인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화도 수렵 채집의 문화로부터 농경문화로,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서구적인 산업 문화로 점차 진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문화는 좀 더 편리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질적으로 낮은 상태로부터 높은 상태로 진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 진화론은 서양의 문화가 고립된 부족의 문화에 비하여 질적으로 높은 상태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또한 고립된 부족이나 서양 이외의 삶은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서구 우월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는 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믿고 자기의 문화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태도를 자문화 중심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지면 다른 문화는 문제가 있고 이상하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이러한 자문화 중심주의의 변형으로 문화 사대주의가 있다. 그것은 자기의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질이 낮다고 평가하고 다른 문화를 동경하고 추종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후진국이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서 많이 발견된다.

(나)

체계론에서는 문화가 하나의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진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모든 문화는 다른 문화와의 부단한 접촉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문화의 틀과 속성을 유지하며, 부분적인 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변동되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계론에서 보면 문화는 우열 기준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틀과 속성이 무엇이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체계론은 문화 상대주의와 상통한다. 문화 상대주의는 한 사회의 문화를 그 사회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동제(洞祭)는 신앙의 한 형태로서 존재 이유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고, 불교나 이슬람의 예배 절차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문화 상대주의이다.

앞으로 국제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되면 문화 상대주의는 다른 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견지되어야 할 관점이다. 자문화 중심주의에 젖어 다른 문화를 경시하게 되면 세계화라는 새로운 질서에 동참하기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이 더욱 더 중시되고 있다.

(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근무하는 강하르방씨는 동이 틀 무렵 인도에서 유래한 잠옷 차림으로, 페르시아식 침대에 누워 있다.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중세 유럽에서 발명된 시계를 쳐다보고, 강한 어조의 영어 한 마디를 내뱉고 황급히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의 유리는 고대 이집트인들에 의해 발명되었고, 마루와 벽에 붙인 타일의 사용법은 서남아시아에서, 도자기는 중국에서, 금속에 에나멜을 칠하는 기술은 청동기 시대의 지중해 지역 장인들에 의해서 발명된 것이다. 심지어, 그의 목욕통과 변기는 로마의 그것을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시설에 순수하게 한국인이 기여한 것이라고는 욕실 바닥에 있는 배수구와 타올에 인쇄된 한라산의 모습뿐이다.

이 욕실에서 그는 고대 고올(Gaul) 사람들이 발명했던 비누로 몸을 씻는데, 이것은 18세기 후반 미국에 소개된 유럽의 생활양식이다. 그리고 그는 인도나 터키 중 어느 한 곳에서 발견된 철과 탄소의 합금인 강철로 만들어진 면도날로 면도를 하고, 한라산 모양이 그려진 타올로 물기를 닦아낸다.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외래적인 관습의 희생자가 된 강하르방 씨는 침실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한다. 그가 입은 옷은 중앙아시아 스텝 초원 지대의 고대 유목민들이 입는 가죽 옷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발명된 처리법으로 제조한 가죽을, 고대 그리스에 전해 온 본에 따라 재단해서 만든 뻣뻣한 신을 신는다.

이제, 그는 독일 사람이 발명한 자동차를 향해 뛰어간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중국에서 발명된 종이에다 독일에서 쓰던 인쇄술, 그리고 고대 셈 족이 발명한 문자로 써진 기사를 인쇄한 한라일보를 읽는다. 외래적인 문물이 한국 문화에 어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였는지를 지적하는 신문 사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비전을 생각하고, 그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며 자신이 제주도 사람이라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라)

·사회자: 브리짓도 바르도 씨의 말씀을 듣고 설득당하는 쪽보다는 불쾌하게 여기는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브리짓도 바르도: 불쾌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나의 전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사회자: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판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신은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브리짓도 바르도: 한국의 번역된 동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동화에서는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사회자: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를 먹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서 인정하실 생각이 없습니까?

▶브리짓도 바르도: 물론 저는 그러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소는 먹기 위한 동물이지만, 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몇 개국을 제외한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개를 먹지 않습니다. 문화적인 나라라면 어떤 나라에서도 개를 먹지 않습니다.

·사회자: 소를 먹기 위한 나라도 있지만 개를 먹기 위해서 키우는 나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개를 먹기 위해서 키우는 나라가 소수라고 해서 배척을 받는다면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브리짓도 바르도: 나는 개를 먹는 사람을 결코 존중해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차이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12월 15일 축구협회장과 함께 회의가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국의 모든 실상을 고발할 것입니다.

·사회자: 알겠습니다. 이 문제로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프랑스 민영 방송에서 한국 학생이 개고기를 간식으로 싸가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습니다. 사실을 필요 이상으로 왜곡한 데 대해 프랑스가 사과해야 된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브리짓도 바르도B: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계속해서 먹는다면, 그런 식으로 한국인들을 앞으로도 희화화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내가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우리나라 TV에서 프랑스 사람들을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집불통으로 희화화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브리짓도 바르도: 마음대로 하십시오. 프랑스에 대해서건, 프랑스 사람에 대해서건, 나에 대해서건 마음대로 하십시오. 다만 개고기는 먹지 마십시오!

▲최근 제주발 여객선에서 촬영된 '개장수 트럭'. 이 사진이 인터넷 등에 퍼지면서 동물 학대 논란과 함께 개 식용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마)

간통혐의로 투석 사형을 선고받은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가 이슬람식 두건을 쓰지 않았다는 누명을 쓰고 태형 99대를 추가로 선고받았다고 사키네의 아들이 말했다.

4일 아들 사자드(22)가 프랑스 잡지 '라 헤글르 듀즈'와 최근에 한 인터뷰에 따르면 사자드는 어머니와 같은 감옥에 있다 석방된 이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란 판사가 두건을 쓰지 않은 사키네의 사진이 한 영국 신문에 최근 보도된 것은 부패하고 외설적인 행동을 널리 퍼뜨린 죄라면서 태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영국 신문인 타임스 오브 런던은 두건을 쓰지 않은 여성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사진 속 여성이 사키네라고 보도했다가 3일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보도했다며 이를 번복했다. 사자드는 인터뷰에서 신문의 사진 속 여성은 어머니가 아니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사키네는 간통과 남편 살해 공모 혐의로 이란 법원에 기소돼 투석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국제 사회의 구명운동으로 사형집행이 일시 정지된 상태다.

(바)

하나의 국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전체 구성원들이 점점 다양화해가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제 더 이상 경직된 하나의 통일적인 구성원들의 주형을 전제로 한 '국민'의 재구조화 작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람직한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가마솥에 잡다한 내용물을 섞어 넣어 결국은 그 잡다성을 잃고 하나의 단일물로 융해되어 나오는 단일의 국민 즉, 'melting pot형 국민'이 아니라, 잡다한 구성요소들이 다정하게 공존하며 제 각각의 색깔과 냄새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들이 고유하게 가진 개별성과는 또 다른, 새로운 하나의 통합성을 이루어내는 이른바 'salad bowl' 같은 유익한 공존을 내용으로 하는 다원적인 국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제부터의 우리들의 국가나, 그것을 구성하는 국민들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자기들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들 국가나 국민들의 오늘의 건강한 생존을 위해서는 물론, 보다 나은 내일에의 발전을 위해서도 물리칠 수 없는 유일한 대안이다. 다양한 문화나 가치, 그리고 다양한 민족 집단과 이들의 개별적인 언어의 습관들을 그대로 하나의 국가체제 속에 공존시키는 사상과 제도를 지칭하는 '다문화주의'는 결코 개별 국가의 분열이나 약화를 전제로 한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다양한 구성물들을 평화롭게 공존시켜 이들이 가진 개별적인 능력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개별 국가들의 보다 강력한 국력을 창출하기 위한 기제다.



[논제 1]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하여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분석하시오. (400자 내외)

[논제 2] 제시문 (라)에서의 문화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제시문 (가), (나), (다)에 의거하여 제시문 (라)의 '브리짓도 바르도의 견해'를 비판하시오. (600자 내외)

[논제 3] 제시문 (라), (마)를 참조하여, 제시문 (바)의 주장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 상대주의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이번 회에 실린 원고는 지난 7월 21일 실시된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 고교 인문사회 논술 문항입니다. 우수 입상작과 심사평은 다음 순서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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