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분석]지역위 예방대책 뭘 담았나

[이슈 & 분석]지역위 예방대책 뭘 담았나
학교폭력 땜질처방 악순환 되풀이
  • 입력 : 2012. 02.05(일)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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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 정치적 판단 따라 급조된 대책 잇따라
피해자 지원·교육 교과목 등 조례 반영 필요

지난달 10일 경찰이 제주시 모 중학교의 금품갈취 사건을 발표하자 지역사회가 다급해졌다. 중학생, 고등학생, 20대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금품갈취가 제주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좁은'지역인 탓에 학교폭력 사실을 드러내고 가해자 처벌에 소극적이던 분위기는 바뀌었다. 더 이상 온정주의적 태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관마다 대책을 쏟아냈다. 이는 지난달 31일 '2012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으로 모아졌다.

▶학교담당 경찰관제 등 '단골'='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역의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자치도 등 16개 시·도에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제주에 자치도, 교육청, 경찰청, 청소년·학부모 단체 등이 참여한 지역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제주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직후였다. 자치도는 "지금껏 구성되지 않은 곳도 많다"며 지역위원회의 '늑장' 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위원회는 매년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 첫 결과물이 지난주 발표된 것이다. 2012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은 크게 48개 사업으로 나뉜다. 자치도는 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80억6000만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살, 따돌림, 폭행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이 나왔다. 1995년 정부가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내놓을 무렵만 해도 경찰은 학교담당 경찰관제, 학교폭력근절 대책협의회 운영, 교외 폭력 단속반 운영, 범죄 예방교실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담당 검사제,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학교폭력 신고 전화 개설 등 검찰도 나섰다.

▶가해자 장기교육 시설 부재=이들 대책은 여론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급조되는 사례가 많았다. 제주경찰청의 형사전담팀 운영은 기존 업무 과중에 실적평가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가해자 장기 위탁교육은 정작 지역내 전문 시설이 드물다. 조례에는 도지사가 학교폭력 예방과 교육·치료를 위한 기관의 설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교육청과 자치도의 논의는 없었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지닌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법률에는 학교폭력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보호 등 시대 변화도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보다 사후 조치에 쏠리면서 피해학생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겐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만 피해자측에는 그런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학기별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강당식 교육 등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

현행 조례에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해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방사업의 하나로 법 교육을 초·중·고 교과목으로 편성하는 방안, 학부모 교육 의무화, 피해학생에 대한 조속한 치료비 지원 등이 한 예다. '뜨거운 냄비'처럼 펄펄 끓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이 금방 식지 않기 위해 지역위원회의 분발이 요구된다.

/진선희·김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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