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논술학교](13)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중)고등 인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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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 시대에 민족.민족주의의 앞날을 묻다
  • 입력 : 2011. 08.15(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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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를 맞아 더 이상 국민적인 통일성을 강요하는 일은 어려워졌다. 사진은 도내 다문화가정이 참가한 단합 체육대회. /사진=한라일보 DB

인종 공동체냐 정치적 산물이냐
민족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 있어
우리가 지향할 민족주의 방향은

[ 문제 ] ※ 다음 제시문을 참고하여 논제에 대해 답하시오.

(가) 민족이란 무엇이며, 민족주의란 무엇일까. 민족에 관한 논의는 종종 인종, 민족성 등의 개념과 중첩된다. 민족을 구성하는 객관적인 요소로는 혈통, 언어, 종교, 지리적 조건 등을 꼽는다. 이와 함께 민족의식이나 민족감정, 소속감 같은 주관적, 심리적 요인이 존재해야 민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객관적인 구성요소와 주관적인 귀속의지 혹은 소속감을 갖춘 경우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민족을 실재하는 개념으로 보는 입장(원초론, 역사주의)이다. 그러나 민족이란 결코 영원한 실재가 아니며 근대화와 도시화라는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발현한 이데올로기라고 보는 입장(도구론, 근대주의)도 있다. 이는 민족 공동체에 기꺼이 자신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민족 성원의 주관적 의지가 민족을 만든다고 믿는 것으로, 프랑스 대혁명을 그 예로 꼽는다.

『상상의 공동체』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가 특수한 종류의 문화적 조형물이라고 주장한다. 18세기 말경 서로 관련 없는 "역사적 동력들이 복잡하게 교착해서 나온 우발적 증류물"이기에 민족주의를 일러 상상의 공동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른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를 상상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강조해 그것을 배제하면서, '우리'라는 일체감을 굳혀간다. 에릭 홉스봄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를 통해 '민족'은 정치적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민족'은 개발되어 왔고 정치에 의해 이용되어 왔다. 1800년대 유럽의 국가는 근대적 국민국가의 건설을 필요로 했으며, 이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이용된 것이 '민족'이란 개념이었다. 그는 실제로 유럽에서의 초기 민족주의 형성 과정이 종족적 분포, 혹은 현재 민족이라고 불리는 범주와 상관없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 입장에 서 있는 학자들도 있다. 『세계화 시대의 민족과 민족주의』의 저자 안소니 D. 스미스는 민족을 이전의 인종 공동체에서 직접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종 공동체란 같은 조상과 같은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고향을 공유하는 집단을 일컬으며, 같은 민족들이 근대 이전의 뿌리로부터 나왔을 뿐만 아니라, 이전 시대에도 민족을 닮은 인종 공동체가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민족과 민족주의의 성립을 근대 공업사회와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부터 영속적으로 계속되는 역사과정의 산물로 이해하고 있다.( '이슈&논술' 339호 (2008. 05. 21))

(나) 애국주의를 강화하는 데 있어 스포츠만한 호재가 없다. 그런 면에서 베이징올림픽은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세계만방에 중화민족의 부활을 알리는 메시지였고, 개막식 연출은 그 화려한 잔치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올림픽 성공이 중국 내 민족주의가 한층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국가통합에 적극 활용할 것이며,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더 강력한 중화패권을 추구할 것으로 본다.

사실 그동안 중국 지도부는 모호해진 중국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경제개발에 따른 지역격차와 민주화운동과 같은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민족주의를 자주 이용해 왔다. 최근에 이르러 티벳 라싸에서의 유혈사태, 서울 성화 봉송 과정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중국 젊은이들, 티벳 독립운동과 관련된 유통업체 카르푸에 대한 불매운동, 올림픽 기간 중의 조직적인 반한(反韓) 감정 등은 중화민족주의가 상당히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부산일보' 2008. 09. 16.)

(다) 19세기말 이래 한반도가 침략, 식민지, 그리고 분단과 전쟁이라는 경험을 겪은 만큼 한반도에서 민족주의는 매우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19세기말 이후 조선왕조의 근대국민국가로의 전환 실패 및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 경험은 한반도의 민족주의에 저항적 성격과 유토피아적 성격을 불어넣었다. 특히 식민지라는 상실의 경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근대 국민국가에 절대성과 완전성을 부여하였고, 이는 동시에 일본제국주의의 추방이라는 저항적 성격을 내면화시켰다. 물론 한반도 민족주의의 이러한 특성은 한반도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며 식민 지배를 경험했던 제3세계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된 현상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반도의 민족주의는 한반도가 겪은 독특한 경험을 반영하면서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보인다. 당시 한반도 민족주의의 목표는 미소에 의해 분단된 국토의 통일, 통일국민국가 아래서의 근대화, 그리고 식민유산의 청산이었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심화되면서 한반도에는 미소의 지원을 받는 두 개의 국가가 건설되었고, 이들의 적대는 결국 동족간의 전쟁을 가져왔다. 이로써 남한(한국)의 민족주의에는 반공, 그리고 북한의 민족주의에는 반미가 가장 핵심적인 담론이 되었다. 또한 전쟁 이후 나타난 남북한의 이질적인 국가건설 및 국민형성 과정, 그리고 동시에 진행된 상호 적대 정책은 한국 민족주의가 같은 민족인 북한을 적대·배제하는 성격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분단 이후의 한국 민족주의는 하나의 국민국가 건설, 곧 통일을 지향하는 통합성과 북한을 배척하고 적대하는 배타성 또는 상호적대성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 성과 발표회 '세계화·정보화와 동아문명의 미래')

(라) 세계화의 새로운 환경에서는 더 이상 한 국가의 울타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단일적인 문화를 공유하기도, 단일의 언어적 통일을 기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더 더욱 단일의 충성대상을 가진 충성공동체가 되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음은 이제 한 두 아주 이상한 나라들에서의 예외적인 일만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어느 나라든 문명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면 그 국가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이른바 '국민적인 통일성'의 강요는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활짝 열린 공간에서의 숨 가쁜 왕래로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일의 언어, 단일의 문화, 단일의 충성과 같은 이른바 순수하고 통일적인 '구성원'들만을 이상적인 형태로 생각하는 'nation-state'의 현실적인 의미는 상대적으로 퇴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국가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전체 구성원들이 점점 다양화해가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제 더 이상 경직된 하나의 통일적인 구성원들의 주형을 전제로 한 '국민'의 재구조화 작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람직한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가마솥에 잡다한 내용물을 섞어 넣어 결국은 그 잡다성을 잃고 하나의 단일물로 융해되어 나오는 단일의 국민 즉 'melting pot형 국민'이 아니라, 잡다한 구성요소들이 다정하게 공존하며 제 각각의 색깔과 냄새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들이 고유하게 가진 개별성과는 또 다른, 새로운 하나의 통합성을 이루어내는 이른바 'salad bowl'같은 유익한 공존을 내용으로 하는 다원적인 국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제부터의 우리들의 국가나, 그것을 구성하는 국민들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자기들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들 국가나 국민들의 오늘의 건강한 생존을 위해서는 물론, 보다 나은 내일에의 발전을 위해서도 물리칠 수 없는 유일한 대안이다.(조정남(2007), '현대의 민족문제와 다문화주의', 한국민족연구원)

(마) 전통은 물론 과거로부터 이어 온 것을 말한다. 이 전통은 대체로 그 사회 및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전통은 우리의 현실에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무턱대고 모두 전통이라고 한다면, 인습(因襲)이라는 것과의 구별이 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습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객관화하고,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 비판을 통해서 현재의 문화 창조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만을 우리는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같이 전통은 인습과 구별될뿐더러, 또 단순한 유물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현재의 문화를 창조하는 일과 관계가 없는 것을 우리는 문화적 전통이라고 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요컨대, 우리 민족 문화의 전통은 부단한 창조 활동 속에서 이어 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민족 문화의 전통은 형상화(形象化)된 물건에서 받은 것도 있지만, 한편 창조적 정신 그 자체에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 문화의 전통을 무시한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 학대에서 나오는 편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첫머리에서 제기한 것과 같이, 민족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자는 것이 국수주의나 배타주의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왕성한 창조적 정신은 선진 문화 섭취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민족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단순히 과거를 묵수(墨守)하는 것이 아님과 마찬가지로, 또 단순히 외래문화를 모방하는 것도 아님은 스스로 명백한 일이다. 외래문화도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 이바지함으로써 뜻이 있는 것이고, 그러함으로써 비로소 민족 문화의 전통을 더욱 빛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기백, '민족 문화의 전통과 계승',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논제 1] 제시문 (가)의 내용을 3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30점>

[논제 2] 제시문 (나)와 (다)는 공통적으로 제시문 (가)의 '민족'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견해 가운데 어느 하나의 견해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견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제시문 (나)와 (다)를 이용하여 그 견해를 옹호하는 논거를 제시하시오. (500자 이내) <30점>

[논제 3] [논제 2]의 논의와 제시문 (라), (마)를 참고하여,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족주의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800자 이내) <40점>

*금상 수상작과 심사평은 다음회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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