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10)미술과 논술(상)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10)미술과 논술(상)
미술작품은 이해력·추론능력을 평가하는 좋은 자료
  • 입력 : 2011. 07.25(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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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피카소 작품 등 대입논술에서 제시문으로 활용
제목 통해 작품의 의미 살핀뒤 설치방식 등 고려해야



대입논술에서 미술작품을 제시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2003학년도 연세대학교 정시에는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를 묻는 논제에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La trahison des images)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가 제시문으로 활용됐다.

2005학년도 연세대학교 정시에서는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는 문제에 티치아노의 '인간의 세 시기'(1511~1512)라는 작품이 제시문으로 활용되었다. 2006학년도 한양대학교 수시 2-2에서는 마르셀 뒤샹의 '샘'을 중심 제시문으로 삼아 "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 및 의미"와 이런 경향의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논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의 파격과 사회적 일탈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하여 논술"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또한 2008학년도 동국대학교 수시에서는 거울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제시문과 함께 '피카소'의 '거울을 보는 소녀'(1932)를 제시문으로 활용하여 "이를 근거로 하여 '예술적 표현'과 '과학적 설명'이 어떻게 다른지를 논술"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시대의 변화 따라 평가도 달라져

이처럼 몇 개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작품들도 논술문제의 제시문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작품이 논술 제시문으로 활용될 경우 어떻게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미술작품은 분석적 이해력과 추론능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좋은 자료가 된다. 왜 그러한지 미술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그 이유를 밝혀 보자.

내용적 측면에서 무엇을 그린 것인지를 알려면 제일 먼저 제목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추상화는 일반적으로 "사물의 사실적 재현이 아니고 순수한 점·선·면·색채에 의한 표현을 목표로 한 그림"으로 "대상의 형태를 해체한 입체파 등의 회화도 포함"한다.

그러므로 추상화의 해석과 감상은 작품의 제목을 통해서 화가의 의도나 생각을 추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화가의 등단 후 작품 활동 경향과 공식적 발언들을 자료와 근거로 삼아 작품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논술문제에서는 화가의 작품 활동 경향이나 공식적 발언들이 함께 제시되지 않고 다만 미술작품이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논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는 하나의 자료로 제공될 뿐이다. 그러면 논술문제에 하나의 자료로 제시된 미술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작품의 제목을 통해 화가의 의도나 생각을 추론해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그림 속에 표현된 모든 요소, 곧 작품의 내용적 구성 요소와 형식적 요소를 세부적으로 구분지어 우리 사회의 현실적 상황이나 상식적 지식, 원형적·관습적 상징, 색채나 도형의 이미지, 작품의 구도 등과 관련지어 세밀하게 해석하면 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예술작품의 이해와 감상은 수용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석과 감상 내용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의해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위미술이나 설치미술인 경우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고 감상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구상화인 경우는 어떨까? 구상화가 "실재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물을 그대로 나타낸 그림"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운데는 특정한 사상이나 이미지 등을 담아서 표현한 작품들이 있다. 지금까지의 논술문제를 보면 이런 유형의 미술작품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형의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할 때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실제 논술문제에 제시문으로 활용되었던 미술작품을 예로 삼아 그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 보자. 아래의 작품은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설치미술작품이다. 이 작품과 함께 제시된 설명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대입논술에서 드물지만 피카소 등 기존의 미술작품을 제시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진은 한양대가 2006학년도 수시 2-2에서 중심 제시문으로 삼은 마르셀 뒤샹의 '샘'.

마르셀 뒤샹(1887∼1968)은 1917년에 일상용품인 변기를 구입해 거꾸로 세운 후 서명을 하고 '샘(Fountain)'이란 제목을 붙여 뉴욕그랜드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앵데팡당전에 출품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04년 올해의 터너상 시상식에 모인 500여명의 미술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미술작품 1위로 선정하였다. 일반 예상과 달리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게르니카'는 2위와 4위에 그쳤다. 3위는 앤디 워홀의 팝아트'마릴린 먼로', 5위는 앙리 마티스의 '붉은 화실'이 차지했다.



제시문을 통하여 이 작품이 출품 당시와 현재의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수용자[감상자]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 몰개성화 통렬히 풍자

먼저 제목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작품의 제목은 '샘(Fountain)'이다. '샘'의 개념적 의미를 떠올려 보자. 샘은 '땅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확장된 의미로 '힘이나 기운이 솟아나게 하는 원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남성의 소변기도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물이 흐르고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남성들은 소변기에 배뇨작용을 시원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건강하고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 존재임을 무의식적으로 느낀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남성 소변기의 기능과 관련 대상을 끌어와서 '샘'의 의미를 다른 측면에서 해석해 보고자 한 작품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의 제목은 인간의 원초적 생리현상과 자연현상을 결합시키는 발상에 의해 붙여진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작품의 설치 방식을 살펴보자. 제시문에 나와 있듯이 일상용품인 소변기를 '거꾸로' 세워서 설치한 작품이다. 이는 모든 것을 뒤집어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상용품인 경우 늘 주변에 있고 늘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대상에 대해 고정적 시각이나 관념을 갖게 된다. 화가는 이러한 것을 깨뜨리려고 한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파격'인 것이다. 소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나 관습적 방식과 다르게 '거꾸로' 세워서 설치한 것은 고정 관념의 '파격'이요, 일상적 관습의 '파격'이다. 앵데팡당전의 기획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앵데팡당'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앵데팡당전에 작품을 출품했다는 것은 기존의 방식에 예속되지 않은 그리고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래서 자신의 자유의사를 자기만의 방식대로 마음껏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미술에 대해 고정 관념을 갖고 있고 관습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화가의 의도적·행위적 측면에서 보면 화가가 소변기 옆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은 것은 이 작품에 대한 의미 부여나 표현이 화가 자신만의 의도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현대사회의 익명성(匿名性, anonymity), 몰개성화(de-individuation), 소외현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화장실을 볼 수 있다. 남성용 화장실에는 꼭 같은 모양의 소변기가 꼭 같은 방식으로 설치되어 있다. 어디서나 발견되는 꼭 같은 소변기. 각각의 소변기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다고 할 때 소변기들을 서로 섞어 놓으면 어느 것이 갑이고 어느 것이 을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인간들의 삶의 모습에 대응시킨다면 몰개성화요, 익명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영선 제주중앙여고 교사, 제주도교육청 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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