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7)소설과 논술(하)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7)소설과 논술(하)
고전소설 두 편 통해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묻다
  • 입력 : 2011. 07.04(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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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구운몽'과 '유우춘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예술에 대한 서로 상반된 인식과 태도로 '좋은 음악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은 국립국악원창작악단 연주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김만중 '구운몽’· 유득공 '유우춘전'제시문 활용
'예술 외적 요소' vs '음악 자체' 등장인물 인식 맞서

2011학년도 대입 정시 논술고사에서는 고전소설 두 편이 제시문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지난회에서 밝힌 대로다. 두 작품 모두 작중인물들이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인용하였다.

▶정경패와 양소유의 시각차

제시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포함해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논술하도록 하였다. 분량(1600±100자)이 많고, 원론적이고 광범위한 의견을 진술하도록 요구하는 논제여서 수험생들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논제가 평범하고 간단하지만 출제자의 제한 조건이 없어서 논의의 대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제시문을 잘 활용하면 된다. 제시문의 분량이 적고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단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암시적으로 제시되는 경우에는 풍부한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확산적(발산적), 발전적 사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제시문의 분량이 많고 논제의 요구가 단순하면 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제시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제시문에서 논제에 맞는 내용을 찾아 체계화하고 범주화하여 진술하면 된다.

<제시문 1>인 김만중의 <구운몽>은 여자 도사로 변장한 양소유가 정경패 앞에서 거문고로 여러 곡을 연주하고 정경패가 그 곡의 내용과 가치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제시문 2>인 유득공의 <유우춘전>에서는 '나'의 해금 연주에 대해 '서상수 공'의 비판과 '유우춘'의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 인용되었다.

서울대학교의 보도 자료에 나온 '문항 설명'을 인용하면 "<제시문 1>은 예술 외적인 요소에 의해 음악의 가치가 판단되는 상황이며, <제시문 2>는 음악 그 자체가 음악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준거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또한 <제시문 1>은 향유자로서 음악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면, <제시문 2>는 주로 직업 음악가로서의 그것을 보여준다."

<구운몽>의 정경패는 곡의 내용보다는 그 곡을 지은 사람의 도덕적 가치를 기준으로 음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있다. 예술작품의 가치는 그것의 도덕적 가치가 유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적 도덕주의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양소유는 그 곡을 지은 사람의 삶의 태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이용한다. 양소유는 여러 가지 감정을 담은 음악을 여덟 곡이나 연주한다. 정경패가 그만 그치기를 원했지만 한 곡 더 연주하기를 청하고 '봉구황'이란 곡을 연주한다. 정경패의 판단처럼 정경패를 향한 구애의 사심을 담아 연주한 것이다. 그러므로 양소유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예술작품의 도덕적 가치는 그것의 미적 가치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온건적 도덕주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탁영금 등 조선시대 거문고.

▶서상수 공과 유우춘의 대립

<유우춘전>에서는 예술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유우춘전>에서는 음악의 순수성 혹은 예술적 가치를 대단히 중히 여기는 서상수 공이라는 인물의 견해와 길거리 음악이라도 개인의 생존에 기초한 것이어서 가치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유우춘이라는 인물의 견해가 대립적으로 제시된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서상수 공의 입장은 순수하게 예술적 차원에서 고급음악과 저급음악,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을 철저히 나누고 후자를 낮게 보는 태도이다. 이에 반해 유우춘의 입장은 음악의 대중성과 삶의 효용성을 중시한다. 음악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주고,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렇게 제시문의 내용이 파악된다면 <구운몽>과 <유우춘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극단적 도덕주의와 온건적 도덕주의로, 예술의 순수성이나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과 대중성과 삶의 효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범주화하여 진술하는 것이 좋다. 그런 후에 수험생의 관점으로 좋은 음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좋은 음악의 조건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이상에서 실제 논술고사에 출제되었던 소설 작품들을 논제와 관련지어 살펴보았다. 몇 개의 기출문제만을 살펴보았지만 소설 작품들이 다양한 논제의 제시문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소외 등의 삶의 문제와 인간관계의 의미, 사회적 평등, 정의, 자유, 질서, 진실 등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예술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본성 등에 대한 다양한 논제와 광범위하게 관련되고 있다.

우리가 실제 소설 작품을 독해할 때는 작중인물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다른 인물과의 관계나 사회와의 관계, 인물의 성격, 가치관, 갈등관계, 사건의 전개 양상 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논술을 위해 소설을 읽는다면 소설의 이러한 기본적인 독해 원리에 따라 읽으면서도 인간의 실제적 삶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실, 개인이나 사회,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 등을 관련시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의 다양한 삶과 가치관, 개인이나 우리 사회, 또는 국가의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평소 도덕이나 윤리와 사상, 사회 등의 교과서에서 배운 정치와 경제, 윤리, 사회문화 현상 등에 관한 여러가지 개념들을 정확하게 익혀둬야 한다.

<강영선/제주중앙여고 교사, 제주도교육청 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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