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6)소설과 논술(중)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6)소설과 논술(중)
'삼대'에 담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살펴라
  • 입력 : 2011. 06.27(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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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김만덕 나눔쌀 쌓기 장면. 이 기금의 일부로 베트남에 초·중학교가 세워지고 있다. 염상섭의 소설 '삼대'속 상훈은 아버지에게 "그 돈 좀 유리하게 쓰셨으면 좋겠다"며 교육사업, 도서관 사업 등을 거론하지만 부친은 현실 생활이 문란하고 비윤리적인 아들의 말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인다. /사진=한라일보 DB

"돈 좀 유리하게 쓰라"는 이중생활 아들에 아버지 격분
가치관 다른 인물 등 문제점 파악한 뒤 해결방안 요구

이번 시간에는 실제 논술기출문제를 분석하면서 논제에 맞춰서 제시문을 어떻게 읽고 어떤 방식으로 논술을 해야 하는지의 관점으로 이야기해 보자.

▶서울대 수시에 염상섭 작품 인용

▲'삼대'를 쓴 소설가 염상섭

서울대학교의 2011학년도 대입전형에서는 2010년 11월 25일에 실시된 수시 논술고사와 2011년 1월 11일에 치러진 정시 논술고사에서 소설이 제시문으로 사용되었다. 수시에서는 염상섭의 <삼대>의 일부가 인용되었고, 정시에서는 김만중의 <구운몽>과 유득공의 <유우춘전>이 인용되었다.

수시 논술고사의 논제와 염상섭의 <삼대> 활용 제시문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시대에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간에 다양한 관심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여러 관계들이 형성된다. 관심의 유형과 표출 방식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제시문 [가]의 내용을 토대로 제시문 [나], [다], [라]에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하여 논하시오.

[라]
부친의 어기는 좀 낮추어졌다.

"대동보소만 하더라도 족보 한 질에 오십 원씩으로 매었다 하니, 그 오십 원씩을 꼭꼭 수봉하면 무엇 하자고 삼사천 원이 가외로 들겠습니까"

"삼사천 원은 누가 삼사천 원 썼다던" [중략]

"그야 얼마를 쓰셨던지요, 그런 돈은 좀 유리하게 쓰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재하자 유구무언'의 시대는 지났다 하더라도 노친 앞이라 말은 공손했으나 속은 달았다.

"어떻게 유리하게 쓰란 말이냐? 너같이 오륙천 원씩 학교에 디밀고 제 손으로 가르친 남의 딸자식 유인하는 것이 유리하게 쓰는 방법이냐"

아까부터 상훈이의 말이 화롯가에 앉아서 폭발탄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아서 위태위태하더라니 겨우 간정되려던 영감의 감정에 또 불을 붙여 놓고 말았다. 상훈이는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벌게진다. [중략]

그러나 상훈이 내외끼리 몇 번 싸움질이 있은 외에는 노 영감님도 이때껏 눈감아 버린 것이요, 경애가 들어 있는 북미창정 그 집에 대하여도 부친이 채근한 일은 없는 것이라서 지금 조인광좌중(稠人廣座中)에서 아들에게 대하여 학교에 돈 쓰고 제 손으로 가르친 남의 딸 유인하였다는 말을 터놓고 하는 것을 들으니 아무리 부친이 홧김에 한 말이라 하여도 듣기에 괴란쩍고 부자간이라도 너무 야속하였다.

"아버님께서는 너무 심한 말씀을 하십니다마는, 어쨌든 세상에 좀 할 일이 많습니까? 교육 사업, 도서관 사업, 그 외 지금 조선어 자전 편찬하는 데……."

상훈이는 조심도 하려니와 기를 눅이어서 차근차근히 이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할 말은 다 하겠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가려니까 또 벼락이 내린다.

-서울대학교 201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문제(2010. 11. 25)




제시문의 분량이나 내용은 가볍지만 논제의 요구를 실현하는 일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다양하고 심층적이고 체계적인[범주화된] 사고를 담아 논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이 들거나 미리 부담을 가져서 사고 활동을 억제시켜서는 안 된다. 논술고사를 치를 때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만 따른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답안을 쓸 수 있다.

▶대립하고 갈등하는 부자지간

제시문 [가]는 개인의 관계 형성과 이에 따른 개인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는 글이다. 이 제시문에 따르면,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다른 존재와 관계 형성의 양상에 따라 사회적 관계에 편입되기도 하고 사물로 존재하는 '그것'인 인간으로 인간관계도 왜곡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사물과의 관계 형성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 않는데, 주체로서 인간이 다른 인간과 이런 관계를 이룬다면 타인은 사물화되어 존재론적 의미 영역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사물화 경향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며 우리가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사물화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대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제시문 [라]에 나타난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논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제시문 [라]에 나타난 인간관계의 형성에 관해 알아보자.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서 '영감[조의관]'과 '상훈'의 관계를 보자. '영감'과 '상훈'은 부자지간이다. 직접적으로 혈연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이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대립하고 갈등하는 관계여서 '서로 간에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 상훈은 부친이 족보 제작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외로 더 드는 삼사천 원의 비용은 헛되이 쓰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친에게 '유리하게' ('유리(有利)하다'는 '이롭다'는 의미와 함께 '이치에 맞는(有理)점이 있다'는 뜻이 있다)돈을 쓰도록 권고해 드린다.

상훈은 '교육 사업, 도서관 사업, 조선어 자전 편찬' 등에 돈을 사용하는 것이 돈을 '유리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으면서 상훈이가 돈을 쓰는 방법을 비난한다.

상훈은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는 자리에서 자신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영감을 자신의 부친이지만 매우 야속하게 생각한다.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워야 할 부자지간의 관계가 사물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살펴보자. 상훈은 사회사업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부친으로부터 돈을 얻어 공익사업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는 변화를 겪지 못한다. 영감의 말을 통해 개인으로서의 상훈의 삶은 문란하고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상훈이 '페르소나[사회적 가면]'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사회와의 관계에서는 상훈 역시 사물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영감과 사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영감은 사회현상에는 무관심하다. 상훈과 반대로 학교에 거금을 갖다 바치는 것을 오히려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헛돈을 쓰는 것으로 여긴다. 대신에 족보를 제작하는 일에 많은 돈을 들인다. 자신의 가문만을 중시하는 영감 역시 자신의 존재는 변화를 겪지 못한다. 그러므로 영감 또한 사회 속에서 사물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영선/제주중앙여고 교사,제주도교육청 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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