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3)시와 논술(상)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3)시와 논술(상)
깊이 읽기 사고력·논리적·표현력 키우는 좋은 자료
  • 입력 : 2011. 06.06(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정문학인 시는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논술문제에 활용되기 좋은 자료다. 사진은 도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제주도교육청의 '톡톡튀는 논술학교'. /사진=강희만기자 hmkang@ihalla.com

시는 대상이나 현상 분석하고 비판하는 인식 넓히는 문학
독자들은 하나의 제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알 수 있어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 채권 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 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 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기택의 '사무원'





시는 논술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시는 서정문학이다. 시인의 대리자인 시적 화자의 정서를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문학 갈래이다. 즉 시는 시인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표현하는 문학 갈래이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의미로만 본다면 시는 '어떤 것에 관하여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논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를 깊이 이해할수록, 시는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논술문제에 활용되기 좋은 자료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시

우선 시는 다른 문학 갈래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에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한다. 시를 쓰는 시인의 시각은 평범하지가 않다. 누구나 알고 있고 느끼고 있는 평범한 대상을 제재로 삼아 노래하더라도 그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나 삶의 상황을 깊이 관찰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므로 시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대상이나 우리의 사회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시는 타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게 한다. 우리가 글을 읽는 것은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을 읽는 활동이다. 우리가 시를 읽고 감동을 받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이는 시를 쓴 시인(또는 시적화자)의 생각에 동의한 것이고 그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시를 많이 읽게 된다면 정서가 풍부해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또한 시는 대상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인식하게 한다. 우리들이 고정관념에 얽매여 대상을 인식하고 있을 때 시인들은 관점을 전환시켜 대상을 인식하고 이를 작품화한다. 그리고 꼭 같은 제재를 다루더라도 시인들에 따라 서로 다른 정서를 드러내기도 한다.

즉, 한 가지 대상에 대해서, 하나의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시인들마다 자기 나름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에, 시를 읽는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제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시 감상 통해 다양한 사고능력 길러

시는 대상이나 현상을 분석하거나, 비판하거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인식을 넓혀줄 수 있다. 시는 비유와 상징, 압축과 생략을 주된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 이러한 표현 수단을 이용해 담아낸 의미를 이끌어내고자 할 때 시상의 흐름이나 문맥적 연결 관계를 살펴 함축된 의미, 압축되고 생략된 의미를 추론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작품들은 삶의 문제나 부정적 사회현실에 대한 고발이나 비판을 담아내기도 하고,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우리가 부닥치는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시 작품들을 인간의 삶의 문제와 결부지어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분석적 이해력과 비판력, 문제해결력 등의 사고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이처럼 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면서 감상하는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는 논술고사에서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논술고사에 제시문으로 나왔던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이 글에 인용된 김기택의 '사무원'은 고려대학교의 2008학년도 수시모집 2차 인문계 논술시험문제의 세 번째 제시문으로 나왔던 작품이다. 다음 순서에서는 이 작품을 활용한 논제와 출제자의 해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강영선 제주중앙여고 교사·제주도교육청 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12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