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16)]통합교과논술을 위한 학습방법<br>(4)고등사고능력 쌓기(③, ④)

[톡톡튀는 논술학교(16)]통합교과논술을 위한 학습방법<br>(4)고등사고능력 쌓기(③, ④)
대상에 대한 진단 내리고 해결방안과 대안 제시를
  • 입력 : 2010. 10.06(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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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 함덕고 교사

③비판적 사고력

'비판'의 본래 의미는 비평적 판단으로, 옳고 그름을 밝히거나 판단하는 일을 뜻한다. 철학에서는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어떤 현상이나 일어났던 일, 또는 벌어지고 있는 일 등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잘못이 무엇인지를 따져 밝히는 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문제)에 대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력은 분석적 이해력과 추론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이다. 분석적 이해력과 추론능력은 비판적 사고의 하위 범주에 포괄되는 사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문장의 논리적 관계, 사고의 전개 과정 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글쓴이의 주장의 의의를 정당하게 평가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을 읽거나 사회 현상을 논의할 때에 글쓴이의 주장이나 현상의 실제를 낱낱이 파헤치고, 서로 얽혀있는 관계를 파악하고, 자료나 정보를 바탕으로 옳고 그른지 잘잘못이 무엇인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 판단의 근거를 타당하게 제시하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 논리적 타당성을 부여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득적 주장을 펴기 위해서 타당한 논거가 필요하듯이 대상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거나 문제점을 발견할 때에도 평가를 내리는 관점이나 문제점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타당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예문 '고대 오리엔트의 수학과 미술'을 보자. 이 글을 읽고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언급을 바탕으로 '인간의 사물 인식의 태도'에 관해서 말해 보자.



<고대 오리엔트의 수학과 미술>
구석기 시대의 짐승을 그린 동굴 벽화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은 아직 개념적으로 사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념적 사유'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대상을 '보이는 대로' 그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동굴 벽화의 사실주의적 수법에 현대의 우리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구석기인의 낮은 지적 능력이 사실주의적, 자연주의적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는 역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로 들어서면 기하학적 양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미개 부족들은 구석기와 신석기 단계로 분류된다고 한다. 구석기 단계의 부시맨에게서는 자연주의적 양식이 있는 반면에 신석기 단계의 미개인들에게서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양식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미술사가 곰브리치(Ernst H. J. Gombrich, 1909 - )는 인간이 사물을 지각할 때 오직 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개념적 사유를 하는 인간이 사물을 지각할 때는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지각(視知覺) 자체가 벌써 개념적 사유라는 색안경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어린아이 그림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유치원 아동들의 그림을 관찰해 보면 어린이들은 결코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이 이미 알고 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크게, 그리고 관심이 없는 부분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아는 대로' 그리는 것이다.신석기시대가 되자 인간은 짐승을 사육하고 농경을 하면서 정착을 하게 된다. 그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고 사후세계에 대처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집트인은 죽음에 대한 집착이 유별났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의 찰나적인 삶이 아니라 사후세계의 영원한 세계였다. 자연히 그들의 미술은 '죽은 자를 위한 미술'이 되었다. 따라서 이집트 미술가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물체를 표현하지 않고 '완전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저 세상에서 영원히 살아가려면 두 팔, 두 다리가 성한 모습이어야 한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을 완전하게 그 특징을 그리려고 하니 얼굴, 목, 허리와 발은 측면으로, 눈과 가슴은 정면으로 그리게 되었다. 즉 그들의 수법은 측면과 정면에서 본 모습을 하나로 종합하여 그린 것이다. 헌데 주지할 사실은 신과 귀족만이 이렇게 그려지고 보통사람들은 이 법칙에 관계없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조각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집트 조각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체인 'ka'(*고대 이집트인이 믿었던 사후의 부활을 위한 영적 부분)가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실제 인물과 정확하게 닮도록 조각하는 일과 영원성을 표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구석기인들에게 있어서 그림은 삶 그 자체였으나 이집트인들에게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규칙적인 나일 강의 홍수는 정착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사계절의 반복에서 '질서'를 감지하게 하였고 '순환'의 개념을 도출하게 하였다. 이 사유는 그들이 인류 최초로 달력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고, 토지 측량과 더불어 추수 후의 세금 징수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토지측량의 문제는 기하학의 근원이 되었고, 세금 징수는 산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최초의 수학책인 아메스의 <파피루스>에는 분수라든가 각뿔대의 체적 등이 실려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집트에서 기하학이 발생한 이유를 나일강의 홍수와 더불어 승려라는 한가한 지식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피력하였다. 수학의 오묘한 힘은 제사장의 통제 아래 있었고 수학의 신비로운 힘은 실용성뿐만 아니라 종교적 해석을 가치 있게 하기 위해 탐구되기도 한 것이다.…(후략)

- 계영희, '수학과 미술의 만남'


곰브리치는 인간은 사물을 지각할 때 개념적 사유에 의해 지각한다고 했다. 곧,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아는 대로' 그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인간이 출생한 후에 인지(認知)가 발달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라 사물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물에 대한 인식은 개인차를 가져온다. 인지(또는 지식)의 발달 정도에 따라 같은 사물이라도 다양하고 깊이 인식하느냐 단편적으로 얕게 인식하느냐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답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곰브리치의 주장을 바르게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인간의 사물 인식의 태도'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④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문제해결능력은 제기된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혀있는 것을 풀어서 잘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해결방안이나 대안 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창의적'이란 "의견이 새로운",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 내는"의 의미이다. 하지만 새롭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사고와는 전혀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해야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 정보를 활용하고 적절히 조합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응용해내는 것도 '창의적'인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점과는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내는 것도 '창의적'인 것이다.

예문으로 제시된 김영무의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자.



우리는 철옹성 같던 소련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와르르 허물어지는 것을 보았다. 소련이 내걸었던 것은 공산주의 공동체의 건설이었다. 남들은 공산주의 국가 하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공산주의 사회 하면 수많은 공장의 굴뚝들이 떠오르고 그 공장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어딘지 자연과는 거리가 먼 건설 건설 건설 하는 구호가 난무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회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들은 자본주의 국가 하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자본주의 사회 하면 역시 어딘지 자연과는 거리가 먼 별별 기기묘묘한 상품이 와글거리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과 소비자로 변한 인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렇듯 불구대천의 원수로 전혀 다른 것 같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따지고 보면 모두 다 배타적인 인간 중심 사상을 그 핵심적 바탕으로 깔고 있는 것 같다. 오직 인간의 안락과 편안과 복지라는 옹색한 지평에 갇혀서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이라는 이름의 파괴 활동 또는 배타적 인간 중심의 경제 행위는 필연적으로 자연을 소외시키고 파괴하고 인간 아닌 다른 만물을 망가뜨리고 박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다른 생명체들의 멸종과 더불어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쓰레기더미로 변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도 멸망하고 말 것이다.

인류가 그렇게 갈망해 마지않는 민주주의―문명과 야만,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이 역동적으로 창조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이룩하는 인간 공동체, 즉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앞서 비친 대로, 배타적 인간 중심주의 그 가운데서도 남성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있는 기계적 합리주의로는 결코 불가능하거니와, 삼라만상이 화해하여 공존하는 지구 만물 공동체, 삼라만상 공동체를 궁극적 전망으로 갖고서 나아갈 때에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김영무(金榮茂), '생태학적 상상력', '녹색 평론'(제9호, 1993)




위 글에서 글쓴이는 "환경 파괴, 지구 파괴"의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가?

글쓴이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모두 지극히 배타적인 인간 중심 사상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의 안락과 편안과 복지를 위해 이루어지는 생산 활동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 사고에 의해 삼라만상 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남들은 모두 어느 한 방향으로 접근하는데 나만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도 '창의적'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은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기보다는 일반적 관점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고하거나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면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늘 시각을 바꿔서 문제에 접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관점을 전환해서 대상을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장을 해석할 때도 순서를 바꿔서 같은 의미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한 대상을 인식할 때도 '나'의 주관적 관점을 먼저 정하고 다른 신분을 지녔거나 다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주장을 내세울 때도 늘 반론을 예상해 보고, 반론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어떤 근거로 논지를 강화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한 대상이나 어떤 현상에 대해 진단을 할 때도 나의 주관적 관점이나 우리들의 일반적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그 대상이나 현상의 입장에서 접근을 해 보도록 한다.

다음으로 영역전이성을 강화해야 한다. 영역전이성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영역의 관점으로 접근하거나 다양한 관점으로 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영역전이성은 통합(교과)논술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로 이를 강화하려면 평소 학교에서 배우는 각 교과목의 지식을 충실하게 습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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