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14)](7)고등학교 언어·사회 논술 콘테스트

[톡톡튀는 논술학교(14)](7)고등학교 언어·사회 논술 콘테스트
  • 입력 : 2010. 09.15(수)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문제]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수많은 인류학자들이 현대의 모든 행위들이 '소비'라는 키워드로 읽히는 사회라고 말한다. 각종 미디어들은 실제가 아닌 이미지를 신비롭게 가공하여 불필요한 소비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다. 그 부추김의 중심에 흔히 소비사회의 꽃이라는 광고가 있다. 광고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그 대열에 동참하라고 사람들을 끊임없이 무한 경쟁 속으로 유혹한다.

Belk(1988)는, 자아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의 총합이며, 소유물은 자아개념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하였다. 이는 개인의 소유물이 타인에게 자아를 드러내는 차별화된 수단이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은 타인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구매한 고급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로 자신의 이미지를 대체하려 한다는 의미가 된다. 소비자는 '호모컨수멘스(Homo Consummens) 소비하는 인간, 소모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조어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매스컴 용어.'로서 구매한 고가의 상품 이미지를 자아의 이미지와 일치시켜 동등한 인격체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소비를 통해 타인에 대한 자기과시나 우월감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른바 '베블런 효과'이다. <이하 생략>

<나>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는 '영달'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쳐 나온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씨를 만나 동행이 된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목공·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고 출옥하여 영달이처럼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던 노동자인데, 그는 영달이와는 달리 정착을 위해 고향인 삼포(森浦)로 향하는 길이다.

그들은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백화'라는 색시가 도망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집 주인으로부터 그녀를 잡아오면 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들은 감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가던 중에 도망친 백화를 만난다. 백화는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지만 열여덟에 가출해서 수많은 술집을 전전해서인지 삼십이 훨씬 넘은 여자처럼 늙어 보이는 작부였다. 그들은 그녀의 신세가 측은하게 느껴져 동행이 된다.

그들은 눈이 쌓인 산골길을 함께 가다가 길가의 폐가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인다. 백화는 영달에게 호감을 느껴 그것을 표현하지만, 영달은 무뚝뚝하게 응대한다. 그들은 다시 길을 나선다. 눈길을 걷다가 백화가 발을 다쳐 걷지 못하게 되자 영달이 백화를 업는다. 일곱 시쯤에 감천 읍내에 도착한다.

역에 도착하자 백화는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자신의 비상금을 모두 털어 백화에게 차표와 요기 거리를 사준다. -'삼포가는 길'(황석영)의 줄거리

<다>

우리 나라도 천만 세대가 넘는 가정에 텔레비전이 한 대씩 이미 보급되어 있으며, 2대 이상 소유한 가정도 흔하다.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텔레비전 왕국이 된 우리나라의 시청 현상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은, 일부 선진국의 경우와 유사하다. 즉, 한편으로는 텔레비전에 대해 비판 의식이 비교적 높은 식자층이 텔레비전 문화를 천시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일반 대중이 수동적, 무비판적으로 텔레비전 문화를 수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극단적인 대조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라는 무례한 손님이 안방 한 구석을 차지하여 무슨 소리를 내든 무제한 관용을 베풀며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시청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 텔레비전 안의 세계는 실제 환경이 아닌 유사 환경이지만, 우리는 실제와 유사를 식별할 능력을 잃어 가고 있다. 텔레비전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브라운관 속에 비치는 것이 세상사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자기의 직접적인 체험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화면에 나타난 사람은 정치가이든 사기꾼이든, 인생이라는 드라마 속의 스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텔레비전 세계의 내막을 폭로한 '네트워크'라는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은 브라운관 속이 현실이며, 당신의 생활은 허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미쳐 버린 것이다."

선진 사회에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못지않게 텔레비전에 중독된 증상이 만연되어 가고 있으며, 그것은 비판 의식이나 선택 능력이 부족한 계층이나 어린이에게 특히 심하다. -'텔레비전의 두 얼굴'

<라>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라면 누구든 자기의 사고방식이나 가치판단을 들고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항상 논쟁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가치판단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너무 철학적이 아니고, 좀 더 실제적이면 족하다. 나는 인생에는 반드시 목적이나 의의가 있어야만 한다는 따위의 억측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살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월트 휘트먼도 말한다. 아마도 아직 수십 년이나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인생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문제는 간단해지고, 두 가지의 다른 해답이 나오지 않고 오직 한 가지만이 있을 따름이다. 즉, 인생을 즐기는 것 외엔 인생에 어떤 목적이 있는가.

모든 이교도 철학자에게는 커다란 문제인 이 행복론을 기묘하게도 기독교 사상가들은 등한시하고 있다. 신학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큰 문제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이 아니라, 참혹한 말이지만 인류의 구제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침몰중인 배 안의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꼼짝없이 최후의 운명이라거나, 살아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가를 생각하는 심정이다. '망해가는 그리스와 로마의 마지막 탄식'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기독교에는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있다. 왜냐하면 구제라는 문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구제받아 이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하는 문제 속에서는 망각되어 있다. 멸망할 운명이라는 것은 생각하면서도 구제라는 것에 대해 왜 그토록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인가. 신학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구제라는 것에 너무도 열중하여 인생의 행복이라는 걸 별로 생각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그들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그저 막연히 천국이 있다는 것뿐이며, 인간이 거기서 무얼 하며 천국에 가면 어떤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되면, 성가소리가 들리고 백의의 천사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극히 막연한 소리를 하는 데 불과하다. 그런데 그중 마호메트만은, 좋은 술과 과일이 가득하고, 검은 머리에 큰 눈을 한 정열적인 처녀들이 놀고 있는 천국의 행복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것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천국이라는 것이 좀 더 분명하여 확신이 서게 되지 않는 한, 이 지상의 생활에 대한 것까지 잊어버리고 천국에 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누군가가 내일의 씨암탉보다는 오늘의 계란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적어도 우리는 가려는 곳에 대해 이모저모를 알아보게 된다. 이때 관광 안내소가 전혀 아는 것이 없다면 싱겁기 짝이 없다. -임어당, '생활의 발견'



【논제 1】 제시문 <가>~<다>글을 공통적으로 통합하여 '현대인의 삶'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시오. (800자 내외)

【논제 2】'【논제 1】'을 참조하여 제시문 <라>글의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자신의 견해 를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논제 해설]

논제가 요구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 <가>~<다>글의 공통점을 찾아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연관하여 논술의 테마로 만들어야 한다. 제시문 <가>~<다>의 글은 사회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이고, 제시문 <라>는 제시문 <가>~<다>를 읽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논술 문제에서 관점이 주어질 때는 이를 통해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 <라>의 글을 읽고 요약하여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제시문 <라>글의 핵심은 '행복한 삶'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자아를 잊은 우주관(가치관)을 인생에 한정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치관의 확립과 관련된 문제인 것으로 논의의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최우수]

[논제1]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서구 문명과 대중매체를 받아 들였다. 우리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순식간에 딱딱한 고층 건물들이 가득 찬 도시로 변해버렸고 건물들에 붙은 전광판에서는 화장을 진하게 한 외국 미녀들이 소비를 부추긴다.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던 TV는 이제 우리 주위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 잡아 사회를 판타지 세계로 이끌고 있다.

(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는 이제 소비로 꽉 차버린 신세계가 되었다. TV속에 나오는 예쁜 몸매의 미녀들과 꽃미남들로 인해 모든 여성들과 남성들은 자신들의 참모습을 버리고 맹목적으로 살을 빼고 뼈를 깎는다. (다)에서 이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은 허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한다. 브라운관 속의 사람들이 진짜 자신들이고 말이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이 우리의 자아를 버리게 만든다. 텔레비전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이란 사실도 대중매체에 중독된 사회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서 정씨가 마지막에 느꼈던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이런 무비판적인 사회 속에서 아니 들 수 없는 생각이다.

드라마 속에서 부잣집이 권력을 마음대로 부리는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 권력이 최고라는 물질 만능주의로 우리를 빠뜨렸다. 그래서 우리는 명품을 온 몸에 감아서 내 진정한 모습이 아닌 가짜의 '자신'을 만들어 낸다.

이미 비판하는 힘을 잃어버린 우리들은 대중매체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고, 우리의 영혼을 잃어가고 있다. 이 어지러운 산업화 속에서 대중매체와 분리된 힘과 독특한 색을 찾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대중매체의 틀 속에 갇혀버릴 것이다.

[논제2] 인생의 목적은 다양하다. 잘 먹고 잘 살다가 편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TV속에서 보았던 연예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저 사람들처럼 좀 더 예뻐지고 유명인이 돼서 돈도 많이 벌어서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 그것도 인생의 목표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목적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값진 목적은 자아를 잃지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찾아 그것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우리는 대중매체를 보며, 저 사람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람과 똑같은 옷, 액세서리, 화장품을 따라한다. 심지어 인생까지도. 이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망각하게 되고 그 사람이 될 수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착각에 빠진다. 돌이킬 수 없는 극한까지 말이다.

이 사람들은 인생의 참된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인간은 이미 완벽한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을 바꾸려들지 말고 내 안의 장점을 찾아 행복을 누리면 된다. 명품으로 몸을 감쌀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수수하면서도 예쁜 옷을 찾으면 된다. 대중매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허구라는 것을 깨닫고 그냥 즐기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진짜이며 지금 내 모습이 이 세계 그 어느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TV 속 스타처럼 될 수 있다고 확신이 서지 않는 한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나를 찾아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계에서 독특한 색을 발견해 나만의 참된 인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 참된 행복이고 인생의 목적이다. 우리의 자아가 우리들로 인하여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면 그때가 진정한 행복이다.

[심사평]

대부분 학생들이 제시문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여 정작 자기주장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이 답안을 윤독하고 숙의한 끝에 1차적으로 논리적 표현력이 부족한 답안지들을 탈락시키고 제시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양호하며 논제의 요구에 비교적 충실한 답안을 최종심에 올렸다.

이렇게 하여 본심에 오른 답안지는 남녕고등학교 2학년 고은주, 남주고등학교 3학년 양재원, 박진우, 서귀포고등학교 3학년 박세윤 4명이었다. 심사위원들의 협의 끝에 최종적으로 남녕고등학교 고은주 학생을 최우수로, 남주고등학교 박진우, 서귀포고등학교 박세윤 학생을 각각 우수로 선정하였다.

고은주 학생은 논제에 대한 이해와 뒷받침된 근거가 풍부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행복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박진우 학생은 주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가 다소 부족하고 특히 (가),(다)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뒷받침된 해석이 있다면 더욱 좋은 글이 될 것이라 판단되며 박세윤 학생은 제시문을 통해 현재 사회의 문제를 소외 현상으로 규정하고 그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전개는 훌륭하나, 대안 제시나 해결 방안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한다면, 더 좋은 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성산고등학교 교사/도교육청 '톡톡 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16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