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10)]2010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br>-(3)고교 언어 사회

[톡톡튀는 논술학교(10)]2010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br>-(3)고교 언어 사회
  • 입력 : 2010. 08.18(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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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와 한라일보사가 공동 주관한 '2010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가 지난달 10일 제주사대부고에서 치러졌다. /사진=한라일보 DB

[ 문제 ]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에서 문화가 각 시대, 각 지역의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교통수단이나 정보 전달 수단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는 서로간의 문화적 차이가 문젯거리가 될 수 없었을 테며 따라서 그런 시대의 이방인은 사람이 아닌 괴물로까지 여겨졌을 것이다. 조선조 말에 외국 선교사들을 보고 우리 선조들이 놀랐던 것이 그런 경우이다. <중략>

하지만 소규모 또는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그러한 반인권적, 비이성적, 폭력적 행위에 대해 지구촌의 한 이웃이 자기와 무관한 것인 양, 다른 이의 삶을 존중하는 것인 양,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와 인간애를 내팽개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성과 계몽의 정신이 상대주의의 물결에 밀려 아무리 쇠퇴했다고는 하나 인류 모두가 용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적, 인권적 가치나 바람직한 인간상이 무시될 수는 없다. 자기 나름의 삶의 방식만 완강하게 고집하면 이성과 계몽의 정신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겠으며, 만민에게 혜택을 주는 국제 무역 및 국제적 분업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겠는가?

(나) 해리스에 따르면 종교적인 계율들에 대해서도 유물론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구약성서나 코란은 돼지고기를 부정한 것으로 취급하여 금기시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돼지고기가 금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 관념론적 설명은 신의 명령이나 사람들의 가치관을 답으로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의 유물론적 설명에 따르면 이 금지 규범은 사람들의 생존 방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성서에서는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되새김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돼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기가 된다. 그런데 이 규정은 중동 지역의 생존 환경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소, 양, 염소 같이 되새김질하는 동물들은 인간이 먹기에는 적당치 않는 섬유소가 많은 식물들을 먹고도 되새김질을 통해 소화시켜 생존하면서 인간을 위해 많은 것을 제공한다. 그러나 되새김질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밀, 옥수수, 감자, 콩 같은 섬유소가 적은 사료를 먹여야 하는 돼지는 인간과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이런 먹이가 부족한 유목민의 자연 환경에서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생존에 불리한 선택이 된다. 게다가 털이 성기게 나고 땀샘이 없는 돼지는 중동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하기 힘들다는 추가 부담까지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되새김질하는 동물들에 비해 인간에게 제공하는 이익이 적다는 점까지 돼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돼지는 쟁기를 끌 수도 없고, 털로 옷감을 만들기에도 적당치 않고, 젖을 짜기에도 적당치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요인들이 돼지에 대한 금지 규정이 생기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다) 쿠바의 살사, 프랑스령 앤틸리스 제도의 주크, 그리스의 렘베티카, 알제리의 라이, 인도의 카왈리는 모두 현대적으로 변형되어 세계적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음악은 현지에서는 문화 자본의 한 형태를 나타낸다. 그것은 한 민족이 공유하는 가치와 역사적 유산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고유 음악은 어떤 인간 집단이 처한 어려움이나 고난을 대변하고 정신적 열망이나 정치적 갈망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은 사회적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는 문화 형태의 하나로 사람들 가슴 속 깊이 파묻혀 있는 강정을 움직인다. 그렇지만 적절하게 가공과 포장을 통해 상품으로 팔리는 음악에서, 정작 핵심이 되는 메시지는 희석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가난에 찌든 도시 빈민가에서 출현하여 가혹한 현실과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연대와 자부심을 나타냈던 살사라는 음악 장르는 제1세계 음악 팬의 입맛에 맞추는 과정에서 김빠지고 감상적인 음악으로 변질되었다. 알제리의 전통 음악 라이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라이는 알제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오랑의 카바레에서 시작되어 알제리를 집어삼킨 경제적, 정치적 격변과 함께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이하 생략>

(라) 우리 시대가 어떠한 음악과 음악 교육을 요청하고 있는가에 대한 옳은 인식을 하려면 우선 '음악의 본질적 속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옳은 답을 해야 한다. 음악이 무엇이길래 인간이 그것을 꼭 그렇게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서 옳은 답을 해야 한다. 역사상 수많은 서로 다른 음악들이 동서고금에 존재해 왔지만 그 모든 음악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동서고금의 모든 인간들이 예외 없이 음악을 문화의 일부로 수용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 공통점 때문이었다. 이 공통점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생각'을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생각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생각은 마음 안에서 그냥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자기의 생각을 마음 밖으로 만들어 내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 생각의 만듦은 인간이 언제나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간은 나타내고 싶은 본능과 의사소통 욕구를 가졌기 때문이다. 만듦에는 만듦을 위한 재료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언어가 재료일 수도 있고, 몸짓이 재료일 수도 있으며, 소리가 재료일 수도 있다. 또 색깔이나 선이 재료일 수도 있다. 음악은 소리를 통해서 인간이 자기의 생각을 만들 때 생긴다. 역사상 서로 다른 음악이 존재했던 원인은 만드는 데에 필요했던 '소리 재료'가 시공간에 따라 달랐기 때문이다. 소리를 통해서 생각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다. 다만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사용된 재료가 다를 뿐이다. <중략>

우리나라의 음악 교육이 입시 위주 교육이라든가 시각 위주 평가로 되고 있는 이유도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관 때문에 생긴 것이다. 많은 음악 교육가들의 잘못은 수단을 '하나'로 생각하는 것과 상관된다. 조성 기법을 유일무이한 음악 만듦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음악의 본질을 곡해하는 사람이다. 물론 현대 음악 기법을 유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있고 국악만을 유일한 음악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있다. 이런 류의 모든 사고방식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면 그것이 곧 음악 교육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고방식일 수밖에 없다.



논제 1〕위 제시문들은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서로 다른 두 입장으로 분류한 후, 각 입장의 핵심 논지를 정리하시오. (600자 내외)

논제 2〕[논제 1]의 두 입장 중 한 입장을 택하여 다른 입장을 비판하시오. 단 반드시 사례를 들어 비판하시오. (800자 내외)

논제 3〕[논제 2]에서 선택한 입장에 서서, 우리의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서구인의 비판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 금상 ] 남주고 3학년 박진우

[논제 1] 제시문들은 문화적 차이를 상반된 두 입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보편성을 중시하며 바라보는 입장과 고유성을 중시하며 바라보는 입장이 그것이다.

우선 제시문 (가), (라)는 문화의 보편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가)는 세계화와 국제화로 인한 문화의 보편화와 기존 문화부터 있어 온 고유성이 서로 어긋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문화의 고유성을 핑계로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라)도 음악교육을 예로 들어 보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음악이 인간의 생각을 표출하는 수단이며 보편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사용된 재료라고 말한다. 음악교육도 마찬가지로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는 고유성만을 고집하지 말고 보편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나)와 (다)는 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나)는 중동 지역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계율을 그곳의 환경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돼지의 습성과 중동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그들은 돼지를 사육하기 어려웠고, 그것을 계율로 정했다는 것이다. (다)도 고유 음악의 특성들이 고유 음악의 상품화로 인하여 퇴색되어가는 점을 예로 들면서 고유한 문화를 지켜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논제 2] 문화적 차이는 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하며 바라보아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문화가 방해물 없이 교류되어 고유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문화의 고유한 모습은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세계화의 흐름에 충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점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나타난 말이 세계화이며, 이로인해 문화들도 점점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국제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계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고유한 문화가 없다면 우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에 건너간 재일동포들은 광복 후에도 차별적인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 차별은 끝나지 않아 현재에도 일본식 이름을 쓰는 교포가 대다수다. 그들은 자신이 일본인인지 조선인인지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불안해한다. 이처럼 문화를 보편적 측면만 강조해서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하는 것이 세계화에 거스르는 것만은 아니다.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고 계승해 나감으로써 현재의 삶에 도움을 주는 온고지신의 태도는 예전부터 중요시되어 왔으며, 현대보다 과거의 유물이 더 과학적임을 발견한 사례가 적지 않음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예를 들면, 프리메이슨이나 고대 이집트인, 아리스토텔레스 등은 최근에 현대과학이 발견해 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있다.

따라서 문화의 보편성만을 중시하는 태도는 편협한 태도이며, 고유성을 중시하여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논제 3] 동서양은 가치관의 차이가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서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다. 개고기 문제가 바로 그 예이며,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판하는 것은 자문화 중심주의적인 태도이며, 문화를 편협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개고기 식용 문화는 이유 없이 생긴 것이 아니다. 과거 조상들은 농경문화를 위주로 생활했으나 풍족한 삶을 누리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없었으며,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먹었다. 그러나 단백질의 섭취는 필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더운 여름날 농사를 짓고 와서 에너지를 보충시켜야 할 것을 알았다. 소와 닭 등은 귀중한 재산이자 생존 수단이므로 먹지 못했으며, 남은 것은 개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개고기 식용 문화는 외국의 여타 요리와 다른 것이 없다. 프랑스의 한 여성이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개고기 문화를 그만두라고 종용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문화 중심적인 태도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녀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푸아그라 요리가 있다. 그것은 거위의 간을 요리하는 것인데, 푸아그라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거위에게 음심을 강제로 먹게 한다. 이런 요리이지만 인간에게 생존과 미식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비난할 수 없다. 따라서 개고기 문화도 생존을 위한 당연한 행동일 뿐인 것이다.

개고기 식용 문화는 비판받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을 담고 있는 것이며, 당시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실체를 분석해 보면, 여타 요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서양인들은 우리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심사평 ]

학생들의 답안은 대부분 엇비슷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참가자들은 논술지도교사들이 늘 강조하는 논술답안 작성의 기본적인 방식을 잊고 있었다. 논제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논제의 요구에 따라 충실하게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특히 아쉬운 것은 <논제 1>인 경우, 분류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학생들의 용어에 대한 개념적 이해, 체계적 분류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 학생들이 수능언어영역의 문제 풀이에만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수능언어영역에서는 제시된 문제해결방안의 논리적 타당성만을 판단하면 된다. 하지만 논술에서는 이와 달리 응시자가 모든 문제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여 명확한 진술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제 2>, <논제 3>은 제시문을 도외시하거나 앞의 논의를 무시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주장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제시문을 적절하게 활용하거나 논제 간의 유기적 진술 능력, 논리적 표현력 등이 나은 답안들을 선정하여 입상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오랜 논의를 거쳐 남주고등학교 3학년 박진우 학생과 서귀포고등학교 3학년 박세윤 학생의 답안을 금상으로 선정했다. 두 학생의 답안은 최종심에 올라온 다른 답안들보다 <논제 1>에서 분류 기준이 비교적 체계적이고 각 제시문의 핵심은 자연스럽게 간추려 제시하고 있었다. <논제 2>의 다른 입장에 대한 비판과 <논제 3>의 비판의 정당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진술하고 있었다. <강영선 함덕고등학교 교사·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드림논술지원단위원·한라일보 논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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