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희의 월요논단] 사람이 있는 곳으로 기술을 가져와야 한다

[김봉희의 월요논단] 사람이 있는 곳으로 기술을 가져와야 한다
  • 입력 : 2021. 12.06(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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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위기는 우리 생활에 수많은 제약들을 발생시켰다. 특히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이 강조됐고, 무인 주문기, 즉 키오스크의 사용이 급증가했다. 무인 주문기는 손님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 방식의 단말기로 정확성과 편리성,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원래도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제주도내에서만 보아도 유명 프랜차이즈를 방문하면 가끔 무인 주문기 앞에서 멈칫거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보통 노년층이 디지털 기기에 미숙한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낯선 무인 주문기 앞에서 젊은 사람이나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주문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층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무인 주문기 뿐만 아니라 온라인 예매, QR 코드를 통한 전자출입명부작성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여러 분야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디지털 격차를 더욱 촉진시킨 하나의 촉매제인 것이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디지털 불평등은 정보 취약계층이 서비스 이용과 정보 획득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유발시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불평등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가급적 많은 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그로 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디지털 포용이란 태도와 정책을 구축해야한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기를 다루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야한다. 어설픈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은 거짓 정보나 과장 정보에 쉽게 노출돼 편향된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으니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 소외 계층이 심리적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그들 옆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다. 무인 주문기 앞에서 당황하는 이들에게 눈치를 주기보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문 방법이나 기기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인 것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 강국이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 발전이 이뤄져 왔고, 지금 디지털 소외 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 미래의 우리가 겪을 어려움이라고 공감하며 소외 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그들을 도우는 정책을 지원해야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 소외 계층이 디지털에 천천히 적응하고,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타이완 장관인 오드리 탕 이 "사람이 있는 곳으로 기술을 가져와야 한다"라는 말이 절실하게 공감이 된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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