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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제주살이] (11)고양이 제주살이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1. 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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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루코가 아루를 낳았다. 루코는 얼굴 표정이 늘 '벼르고' 있는 듯 보여 붙여진 이름이고, 아루는 아기 루코라는 의미로 붙여준 이름이다. 루코는 몇 살인지 확실하지 않다. 동네 고양이였다가 우리집 담을 에둘러 몇 번 넘어오더니 정원에 영역표시를 하고는 눌러앉았다.

7개월 전쯤이다. 집 뒤쪽에 창고가 있고, 거기에 쓰다 남은 귤상자들, 연장들, 수집한 고재(古材)들을 넣어둔 공간이 각각 있다. 어느 날 톱을 가지러 보리사초가 핀 뒤안길을 돌아가자 루코가 와 있고, 무언가 자꾸 암시를 주는 게 행동에서 읽혀졌다. 뭔가 싶어 귤상자 안쪽을 넘겨다보니 작은 바스락거림이 있고 뒤쪽에 갓난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길고양이가 우리집에 새끼를 낳았으니 반길 만한 입장은 아니었다. 어쨌든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우리집은 비상이 걸리고 곧바로 서울에 있는 황인숙 시인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사료를 사러 가고, 고양이집을 구하러 부지런히 움직였다.

어느 날 루코가 아루를 귤상자 속에서 불러내 앞마당으로 데리고 와 우리에게 선을 보였다. 당연히 뒤뜰에서 현관 앞쪽으로 집을 옮겨주었지만, 따지고 보면 순전히 본인들의 의사에 의한 것이다. 루코는 얌전한 고양이지만, 아기고양이 아루는 성마르기 이를 데 없어 날 듯이 돌아다니고 마당을 질주하는 건 예사다. 나무에 물을 주고 있으면 그 나무를 타고 2미터 높이 우듬지까지 올라가 자기를 봐주라고 신호를 보낸다. 친한 척하는 것이다.

어느 날 루코는 아루를 남겨두고 집을 떠났다. 영역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간 것이다. 그렇지만 아주 간 건 아니고, 삼사일에 한 번꼴로 와서 잘 있는지 확인하러 오고 와서는 얼굴을 비비거나 그루밍을 해준다. 10여 분 정도 그러다 가고 다시 삼사일 후에 찾아와 우리가 아루를 잘 먹이고 있는지 확인한다. 가면서는 자기도 꼭 얻어먹고 간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내가 주문한 간식 캔과 사료가 현관 앞에 도착해 있는 것까지 살피고 가는 표정이다.

한동안 안 보이더니 어느 날 밤 정원 등빛 아래 루코가 나타나, 뜻밖에 폭포 바위속으로 들어가는 걸 아내가 보고 놀라서 내게 알렸다. 그 바위는 물이 연못으로 떨어지도록 물관을 올려놓은 맨 꼭대기에 위치한 바위이며, 웬일인지 높이 1미터 이상의 구멍이 파인 바위인데 물관이 지나갈 뿐이기에 그 구멍 속으론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갈 일이 없다. 루코는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깊은 구멍에 플래시 불빛을 들이대니 그새 아기를 밴 루코의 놀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세상에! 직각으로 벽을 타듯이 오르고 내려야 하는 구덩이에 새끼를 낳고 먹이를 먹이러 몰래 드나들 생각을 하다니. 또 그 새끼는 어떻게 물어올릴 것인가. 곧 우리에게 인사를 시켜야 할 시간이 오고야 말 텐데. 사는 일이 이렇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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