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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열 박사의 버섯이야기] (3)먹물버섯 식구들
자라자마자 먹물화 진행돼 눈에 쉽게 띄지 않아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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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된 귤나무퇴비에 대량 발생한 소녀먹물버섯.

맛있는 버섯이지만 재배·상품화는 곤란
두엄먹물버섯 라틴어 종명은 ‘잉크’ 의미
독성 내포 술과 함께 섭취 시 아플 수 있어
중국 일부선 소화 돕고 치질 치료에 사용

먹물버섯이 보일 즈음이다.

지인에게서 버섯 두 개가 나란히 찍힌 사진이 SNS로 날아왔다.

"뭐예요? 먹어도 되나요?"

"어린 건 먹어도 됩니다. 술과 함께 먹지 말고, 낮이 되면 녹아버리니 먹게 되면 일찍 따다가 드세요."

"누가 물어본거라서 저녁에 다시 가서 찍으라고 얘기해야겠네요."

은근 몽니다리(몽니쟁이)다. 낮이면 녹아내릴 거라 했건만, 60이 넘는 나이에도 아직 소년감성이다. 헛걸음 시키고 낄낄 댈 모양이다. 내친 김에 6월의 주제는 먹물버섯 식구들을 소개해 보자.

▶맛있는 먹물버섯

먹물버섯은 맛이 좋은 버섯이라고 알려졌지만 재배해 상품화되기는 쉽지 않다. 먹물버섯은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한 후 따와서 바로 요리하라고 했다. 워낙 빨리 먹물화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먹물버섯의 종류는 다양하게 발생한다. 자라자마자 곧 먹물화가 진행되며 녹아내리는 까닭에 일반인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제주에서도 호루살이버섯(하루살이버섯)이라고 이름 붙이고 먹물버섯을 기억하는 어르신이 계셨다. 관찰력이 좋은 분들은 기억하는 버섯이다.

▶잉크 대용으로도 썼다는데

두엄먹물버섯의 라틴어 종명인 '아트라멘타리아(atramentaria)'는 잉크(atramento)를 의미한다. 서양에서 'common ink cap' 또는 'inky cap'이라 부르고 식용하지만 술과 함께 먹었을 땐 독성이 있어 'tippler's bane'(대충 술주정뱅이의 골칫거리라는 뜻)이라는 별명도 있다. 'Coprinus'라는 속명(屬名)은 그리스어 kopros에서 온 말로 'dung'(특히 큰 동물의 똥)을 뜻하는 말이고, 종명(種名) 'comatus'란 라틴어 'coma'에서 온 말로 '갈기처럼 덥수룩한 머리털을 가진'(Shaggy) 또는 '다발머리로 장식한'(adorned with hair tufts)이라는 뜻이다.

먹물버섯은 식용버섯이다.

두엄먹물버섯은 독버섯으로 분류된다.

'Coprinus' 또는 'Coprinopsis'라는 속명을 가진 먹물버섯 그룹에는 'coprine'이라 불리는 'cyclopropylglutamine compound'(사이클로프로필 글루타민 화합물)가 들어있다. 이것의 활성대사 산물인 1-아미노 사이클로 프로판올은 몸속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acetaldehyde dehydrogenase)의 작용을 막는다. 특히 두엄먹물버섯에서 많이 함유돼 있다.

▶술과 함께 먹으면 아파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에탄올의 중간대사 산물이다. 술을 마신지 몇 시간 이내에 이 버섯을 복용하면 'disulfiram syndrome'(디술피람 신드롬)을 유발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20세기 초부터 알려져 왔으며 증상은 안면홍조, 메스꺼움, 구토, 불쾌감, 초조함 등이 있다. 그리고 떨림, 팔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있는데 술을 마신지 5분에서 10분정도 후에 나타난다(Benjamin 1995, p.288.). 만약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면 이러한 증상들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정도가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진다. 증상의 정도는 마신 알코올의 양과 비례한다. 이는 알코올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어 'disulfiram'(디술피람: 술이 싫어지는 약)과 유사하게 작용하지만 심근경색을 일으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기는 하나 버섯을 먹은 후 최대 3일까지는 알코올을 조금이라도 먹었을 때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들로 인해 일부 경우에는 이 버섯이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쓰이기도 하며, 많은 양을 먹거나 장기간의 'coprine' 복용은 쥐와 개의 실험에서 생식선 독성(gonadotoxic)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애먹물버섯은 고사목 주변에 발생한다.

사실 버섯의 입장에서는 술꾼이 싫어서 독을 일부러 만드는 건 아니다. 갓 돋아나 아직 싱싱한 자신의 몸을 녹여 먹물을 만들어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포자를 묻힌 먹물을 곤충의 몸에 묻혀 이동하거나 풀잎에 묻어 있다가 풀을 먹는 동물에 의해 더욱 멀리 이동을 시도하는 것이다.

▶항암제로도 썼다는데

중국의 일부지역에서는 소화를 돕고 치질 치료에 먹물버섯을 사용한다고 한다. 항암에도 좋아 sarcoma 180에는 억제율 100%, Ehrlich 복수암에는 90%의 억제율을 보여준다. 또 신선한 먹물버섯에서 추출한 추출물에는 항생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먹물버섯 물 추출물(water extract)에는 유방암에 대한 항암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먹물버섯에 함유된 알칼라인 단백질(y3)은 위암 세포를 억제하고, 에틸 초산염 추출물은 난소암 세포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진균 성분도 들어 있어 코프리닌(coprinin)은 자연 항생제로 여러 종류의 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있다.

고깔갈색먹물버섯은 작지만 숫자로 승부한다.

갈색먹물버섯은 반짝이는 갓을 가졌다.

▶먹물버섯의 살충제 가능성

다른 버섯들과 마찬가지로 먹물버섯은 뚫고 들어가는 쐐기를 만들어 선충류 몸 안에 균사를 입식(入植)함으로써 그 선충류를 죽인다. 독성이 있는 작은 액체방울을 가지고 마비시키는 느타리와 달리 먹물버섯은 선충류를 죽인다음 소화하고 며칠 안에 모두 흡수 소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특이한 가시가 있는 공모양의 물체를 가지고 있어 사체에서 균사가 자라게 된다.

기능도 용도도 많은 먹물버섯, 그래서 이 버섯을 먹어? 말어? 그것도 고민이다.

<고평열 자원생물연구센터 대표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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