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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법과 원칙의 이면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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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흔한 세상이다.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며 법과 원칙 또는 헌법과 법률이 등장하고, 무너진 법치를 바로세우겠다며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법은 일견 모든 문제의 해결사가 되고, 모든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법치의 시대를 살고 있고, 무너진 법치는 형용모순이 된다.

새삼 법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법은 국가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최소한의 규율이며, 평온한 삶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이다. 최상위 법인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과 통치 구조를 형성하고, 형법이 죄와 형벌을 규정하고, 그리고 민법이 사인간의 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등 각각의 법은 규율 대상을 달리하며 제정 취지와 목적에 따라 본연의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법전에는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담겨 있을까? 같은 조항의 해석을 두고도 견해가 다르고, 같은 사건의 판단에도 심급에 따라 판결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3심제는 판사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피고인 또는 피고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이고, 이는 사법부와 판사의 불완전성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제도가 된다. 결국 법도 법조인도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법 우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법치가 법에 의한 자의적인 국가권력의 통제이고 인치의 상대개념이라면, 우리는 오히려 법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법이 최상위의 가치가 되고, 하물며 공무원 징계 등 행정행위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의 결정에 온전히 의존하고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는 만인에 대해 편견 없이 공정하게 죄에 맞는 처벌이 가해지는 것이 정의이자 법임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 앞의 정의의 여신은 눈도 가리지 않고 한 손에 저울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법전을 들고 있다. 눈을 가리지 않았으니 그 동안 편견에 사로잡혀 '무전 유죄, 무전 유죄'가 횡행하고, 법전에 얽매여 절차적 정의만 부르짖으며, 저울을 높이 들어 그들만의 형평을 강조해온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세상은 갈등과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일까. 그 법과 원칙이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법과 원칙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법체계가 달라서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미국법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엄격하다. 분식회계 등 경제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더 중하고,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계층은 더욱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의 법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지, 생활범죄에 엄격하고 화이트칼라 범죄에 눈 감고 있지는 않은지, 달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처벌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성찰해보아야 한다. 미국의 어느 판사는 굶주림에 식품을 훔친 할머니의 재판에서 그런 상황으로 내몬 자신과 사회의 책임을 거론하며, 자신과 방청객에게 거둔 벌금을 모아 할머니에게 건넸다. 법이 법전에만 갇혀 있는 한, 그 법은 사람과 세상으로 열려 있을 수 없다. 법과 원칙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인에게로 향하는 통로이길 바란다. 그래서 법치가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법을 통한 치유이기를, 우리가 갈등과 비난에서 벗어나 서로를 배려할 수 있기를…<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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