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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철의 목요담론] 장욱(張旭)과 회소(懷素) 1300년 전의 퍼포먼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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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양의 문화를 우러러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서양이 동양 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은 아니다. 서양의 패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동종의 가치로 공유되는 것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통상 예술의 시작은 모방에 있다고 한다. 중국 당(唐)시대 서예가 장욱(張旭. 8세기후반)은 가마꾼들이 길을 재촉하는 것, 북과 피리의 음률, 여우(女優)의 검무(劍舞)를 보고서 필법(筆法)의 신수(神髓)를 체득했다고 한다. 또 회소(懷素.唐 725~785.승려)는 여름 하늘에 뜬 기이한 구름이 바람에 변하는 자연적 현상을 보며 서법(書法)의 이치를 깨달았다.

현대미학에서는 예술창작의 목적과 동인(動因)의 생성에 관한 설(設)이 다양하다. 우선 모방에 대해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자연 혹은 현실을 모방하고자 하는 충동에 기인한다는 모방설(模倣說)이 있다. 그 외에도 감정표현으로서의 표출욕구에 근거를 둔 표출설(表出說), 형식미의 계기가 중시되는 장식충동에 원인을 둔 장식설(裝飾說), 일종의 놀이로 간주해 창작동기가 유희충동에 있다는 유희설(遊戱說) 등이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설 중 어느 하나를 가지고 예술의 본질·목적·기원을 설명하려드는 것은 무리다. 예술활동은 예술의 종류별로 다양하고 표현들이 대립되고 결합되면서 형성되는 복잡한 정신활동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우연하게 즉흥적으로 풀어내는 서예의 특성에서 보더라도 창작에 대한 욕구는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예는 특히 정신성이 강조된다. 근래에 서예에서도 오히려 행위성이 강조되는 퍼포먼스(performance)가 유행하고 있다. 바닥에 판을 깔고 빗자루 같이 큰 붓을 휘둘러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식이다.

미술용어로 퍼포먼스는 작품이 아니라 미술가가 신체를 이용해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1960년대 해프닝(happening)에 이어 이벤트(event), 70년대 들어 퍼포먼스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정착됐다.

정작 이러한 예술행위는 동양이 일찍부터 선행(先行)했다. 장전소광(張顚素狂)이라는 말이 있다. 광초(狂草)의 대가 장욱(張旭)과 회소(懷素)가 술에 취해 글씨를 휘갈기는 일탈의 서예적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장욱은 술을 좋아해서 대취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미친 듯이 달리며 글을 쓰거나, 심지어 붓 대신 머리채에 먹물을 적셔 글씨를 썼다고 한다. 술이 깬 후에 스스로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신품(神品)이라며 좋아했다.

회소도 술에 취해야만 붓을 들었다. 그는 취하면 절간의 벽이나 마을 담장, 옷이나 그릇 등 손이 닿는 대로 붓을 휘둘러 분방한 즉흥을 펼쳤다.

장욱과 회소는 취해 속세를 버리고, 취한 후에 진여(眞如)를 얻은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일탈은 당시로 보면 서법의 정통성을 배반하는 도발이었다. 그러나 현대 예술심미에서 보면 1300년 전의 퍼포먼스였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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