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주에서 다시 그린 '탐라순력-성산관일'

2020년 제주에서 다시 그린 '탐라순력-성산관일'
창작공동체 우리 회원전 10월 29일까지 문예회관
해가 뜨는 장엄한 너머에 제2공항이 앗아갈 풍경들
  • 입력 : 2020. 10.24(토) 17:5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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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욱의 도자조각 '바라보다'.

18세기초 제주도의 자연, 역사, 산물 등이 기록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제주 화공 김남길이 그린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제주 관내를 한 달간 순력하고 돌아온 후 그간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담은 총 41면의 도첩(圖帖)이다.

제주 전업작가들로 구성된 '창작공동체 우리'는 2005년 창립 이래 탐라순력도에서 모티프를 따온 '탐라순력'을 주제로 변화화는 제주와 정체성의 문제를 시각예술로 표현해왔다. 열여섯 번째를 맞는 2020년 회원전에는 탐라순력도에 들어있는 '성산관일(城山觀日)'을 택해 300여 년 전 제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펼쳐놓고 있다.

김용주의 '그곳에 내가 있었네'(캔버스에 아크릴릭)

홍진숙의 '성산관일-잎'(장지에 채색, 모노타이프).

성산관일은 성산일출봉에서 해뜨는 광경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우리' 회원들은 오늘날의 성산일출봉에서 느끼는 단상을 회화, 도예, 조각 등으로 풀어냈다. 붉은 빛 해가 장엄하게 떠오르는, 우리에게 익숙한 성산일출봉을 묘사한 작품 한편에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의 오늘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제주에 두 번째 공항이 생기면 사라질 산과 바다, 숲과 나무, 갈 곳을 잃게 되는 해안가 철새, 이름이 지워질 뭇 생명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 제주 바람을 맞으며 서로 마주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도 보인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두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물려줄 제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떠올리게 된다.

참여 회원은 11명에 이른다. 강동균, 김연숙, 김영훈, 김용주, 김지은, 김현숙, 박금옥, 유종욱, 전영실, 조윤득, 홍진숙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달 24일 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시작된 전시로 2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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