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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있는 풍경 문화도시를 가다] (5)창의도시·문화도시 원주
한 책 읽고 그림책 나누며 문학의 힘으로 성장하는 시민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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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지음(知音)-박경리'. 나무판 위에 그린 작품으 로 토지문화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진선희기자

토지문화관 첫 문인창작실
도시의 특화 콘텐츠 그림책
패랭이꽃버스 등 지속 활동
2004년부턴 한 책 읽기 운동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문화로 지속가능 도시 모색”


지난 7월 1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회촌길의 토지문화관.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10명의 입주 작가들이 오리엔테이션 참석을 위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예술가들은 2~3개월에 걸쳐 저마다의 공간에 머물며 원주의 나날을 작품에 녹여내리라.

재단법인 토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토지문화관은 문인과 예술인에게 조용한 환경 속에서 작품 구상과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는 곳이다. 200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 문인창작실 사업을 시작했다. 생전 박경리 작가는 손수 반찬을 만들어 창작실에 짐을 푼 후배작가들의 작업을 격려했다. 그는 산책도 작품 구상의 연속이라고 여겼고 집필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도록 했다.

토지문화관 창작실 전경.

박경리 작가 유품, 사진과 육필 원고 등을 펼쳐놓은 토지문화관 1층 전시실에 가면 창작실 운영에 애정을 쏟았던 고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공책에 적어놓은 '산골 문화관의 예술가들'의 한 대목이다. "회촌 골짜기를 떠나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들도 어엿한 중년이며 장년이고 모두가 한몫을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어쩌자고 나는 유치원 보모같은 생각을 할까. 산책을 끝내고 혹은 식사를 끝내고 마치 누에고치 속으로 들어가듯 창작실로 들어가는 그들 모습은 뜻을 품은 소년같이 정갈하다."

창작실에선 소설과 시 등 문학은 물론 음악·미술·영화·번역·연극 등 여러 장르가 만난다. 실제 화가와 시인의 협업 시화전, 시화집 출간, 시나리오 작가의 동화작업 등 융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문화기획자 양성·심화과정, 문학기행, 가족과 함께 만드는 그림책, 인문강좌도 꾸준하다.

박경리문학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패랭이꽃그림책버스.

특히 해외작가 창작실은 2019년까지 스웨덴·남아공·스위스·프랑스·영국·뉴질랜드·독일 등 30여 개국에서 참여했다. 창작실 입주 기간 동안 교유와 연대를 통해 한국작가들은 해외 진출 가능성과 시야를 넓히고 해외작가들은 번역 교류 기회를 갖는다. 창작실을 다녀간 해외 화가들이 원주문화탐방 등을 통해 질 좋은 원주 한지를 작품재료로 사용한 일도 있었다.

1980년 단구동에 터를 잡은 박경리와 그의 문학에 더해 군사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원주에 문화의 무늬를 새겨온 이들은 더 있다. 특정 계층을 넘어 누구나 문화생활에 폭넓게 참여하고 주체로 세우려는 활동들이다.

원주 따뚜공연장 1층에 들어선 '그림책 여행센터 이담'. 그림책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된 그림책 활동가 커뮤니티 공간이면서 시민을 위한 그림책 문화공간이다. '한지의 고장' 원주시는 현재 그림책을 특화콘텐츠로 삼아 사람과 과정 중심의 문화도시를 가꾸고 있다.

원주 따뚜공연장에 있는 그림책 여행센터 이담. 연도별로 국내에서 출간된 그림책이 놓여있다.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이담은 시민주도형 그림책문화생태계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원주·그림책·문화·학교, 원주의 지역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대별·주제별·수준별·분야별로 접근하는 그림책놀이 프로그램, 국내 유일 그림책 아카이브 자료인 한국그림책연감 발간, 시민전시기획 프로젝트인 시민그림책갤러리를 꾸려왔다.

이담의 탄생 배경엔 원주에서 그림책 콘텐츠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단체와 동아리가 있다. 2004년 이상희 작가와 그림책 활동가들이 마음을 모아 세운 그림책 전문 도서관이자 그림책 공동체인 패랭이꽃그림책버스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그림책 교실, 작가 초청 강연회, 그림책 한마당 잔치 등 원주시민이 그림책을 통해 문학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펴왔다. 폐버스를 활용한 패랭이꽃그림책버스는 박경리문학공원 북카페 옆에 서있다.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 이담 지킴이, 원주그림책발전소, 원주그림책연구회, 그림책읽어주는 노란 앞치마, 그림책 일기반, 학교 동아리 등도 '그림책 도시'로 가는 원주의 힘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 문화외교 활성화 방안' 세미나.

원주한지테마파크 한지제작 장면 전시물.

'한 도시 한 책 읽기'는 16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는 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책 한권을 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는 풀뿌리 독서운동이다.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처음 시작됐고 국내에선 2003년 서산시와 순천시가 시범사업으로 가동했다. 원주는 2004년부터 한 도시 한 책 읽기에 나서 함께 책을 읽고 소통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실천적 담론을 나눴다.

원주시는 지난해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법정문화도시에 나란히 올랐다. 인구 36만명의 젊은 도시 원주는 이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어떻게 가꿔갈지에 대한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원주시, 연세대 미래캠퍼스 등이 주최해 원주시의회에서 열린 '유네스코 창의도시 원주, 문화외교 활성화 방안' 세미나도 그런 자리였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2004년 문학, 미식, 공예와 민속예술, 영화, 음악, 디자인, 미디어아트 등 7개 영역의 도시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에서 출발했다. 2019년 현재 국내 10개 도시를 포함 246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창의도시 지정은 해당 도시의 문화적 성취를 칭송하거나 시상을 하려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 창의도시들은 문화가 도시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도시의 미래에 문화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묻고 답하려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이날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문화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문화가 없는 지속가능 발전은 불가능하다"면서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받는 것은 그 도시의 문학과 창의자산에 대한 인정이며, 도시의 발전 전략과 포용적 비전에 대한 인정"이라고 했다. 제현수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문화도시 사업과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협력 체계를 구체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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