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지율 격차' 통합당 총선전략 '빨간불'

'수도권 지지율 격차' 통합당 총선전략 '빨간불'
주말 판세 분석서 오차범위 밖 하락세…황교안 말실수·재난기본소득 등 원인 분석
  • 입력 : 2020. 04.06(월) 15:59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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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9일 앞둔 6일 미래통합당의 선거 전략에 '적신호'가 커졌다.

 통합당은 지난 4∼5일 주말을 기점으로 2차 판세 조사에 들어간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차범위 밖의 지지율 하락세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역구 의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수도권(121석)에서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서 커지는 분위기다. 지금의 판세 흐름으로는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도 크게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당 일각에선 나온다.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영남권 텃밭인 부산에서 총 18석 중 5석을 잃었다.

 이 같은 하락세는 결국 현재 당 선거캠프의 면면과 행보가 중도층·부동층 표심을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n번방 호기심 발언', '교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없다' 등 최근 황교안 대표의 잇따른 말실수 등이 나온게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돈줄을 쥔' 여권에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국난극복의 계기로 삼자'는 여당의 선거 구호와 맞물리면서 통합당 지지 표심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통합당 내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이날 서울 현장 선대위 회의에선 서울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황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하는 쓴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서울 중구·성동을에 출마한 지상욱 후보는 "지역에서 뛰다 보면 당의 메시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우려가 있다"며 "후보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뛰더라도 당 지도부에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 나온다면 저희가 뛴 노력이 허무하게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니, 같은 표현이라도 적절한 표현을 써달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문병호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전문가로 국민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스피커 용량은 최대한 키우고, 다른 지도부의 스피커 용량을 최대한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선대위는 2차 판세 조사 결과를 놓고 한때 긴급회의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선거운동 중인 후보들과 선대위 지도부를 갑자기 한밤에 불러모으기에도 한계가 있고, 여론조사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긴급회의는 결국 열지 않기로 했다.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판세 분석에서 조금내려갔지만 올라갔다가도 내려가는 것이 여론조사니 대응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초반에 지지율이 조금 낮은 듯이 보이는 것이 지지층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통합당은 이날 서울 현장 선대위 회의를 열고 '지지율 비상국면'에 대한 대응책을 집중 논의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하루에만 서울 마포·영등포·양천·서대문·종로·노원·광진 등 7개 구를 종횡무진하는 행보를 펴면서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선거가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중심부에서 기대만큼의 정권심판 바람이 일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식선거운동이 시작한 지 일주일께 지난 오는 8일 선대위 중간판세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정권심판론을 호소하는 대국민기자회견도 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나타나는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이 어렵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과거 선거 경험을 놓고 보면 초기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와 직결된다고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며 "서울 유권자들이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단호히 판단한다면 4월 15일엔 당연히 통합당 승리를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수도권 민심의 중심인 서울, 그중에서도 정권심판론을 확산하는데 교두보가 되어야 할 종로에서 통합당 바람이 일지 않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 대표가 수도권 전투의 최선봉에서 표몰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인천·경기권 후보들이 개인기에 의존한 각개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황 대표는 당내 자체 판세 분석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에게 오차 범위 밖으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 등과 관련한 황 대표와 선대위 지도부의 메시지가 엇박자를 내는 점도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날짜가 다가오면서 시간에쫓기듯 급조된 '말 잔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핵심이다.

 황 대표는 전날 종로 유세 일정 도중 예정에 없던 대국민브리핑을 열고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현금 지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황 대표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현재의 재난피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자영업자 피해를 누락하며, '하위 70%' 기준 역시 수급 관련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 국민 50만원' 지원 제안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황 대표의 이같은 제안이 그동안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해야 한다는 통합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여권을 향해 '매표행위' 등으로 날을 세웠던 것과도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일시적인 재난지원금보다는 지속적인 임금 보전 방식으로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는 큰 원칙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선대위 메시지가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 일각에선 숨겨진 '샤이보수' 표심을 고려하면 판세를 그리 비관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아직도 의견을 대놓고 표현하는 게 부담스러운 보수층이 여권 지지층보다 많다"며 "주말을 거치면서 흐름이 조금 전환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그 근거로 "지금 여론조사상 10%포인트 내외로 차이가 나는 곳은 거의 접전지역이라고 본다"며 "(전체 유권자)의 20∼30%는 아직 입장이 미정이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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