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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박제화’될 수 없는 기억, 제주 4·3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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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제주 4·3 70주년이다. 1948년 제주의 오름에서 타올랐던 봉홧불의 시작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이다. 이미 70주년은 우리 곁에 도착한 셈이다. 70주년을 맞는 제주 4·3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열린 토론회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 보고서 채택, 대통령 공식 사과까지 이뤄졌지만, 제주 4·3은 여전히 진실의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구좌면 세화리 오규일은 1948년 2월 28일 자 제주신보에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한다. 남로당의 선전 선동에 속아 가입했지만 그 행동을 후회하고 민족적 입장에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내용이다. 4·3이 일어나기 한 달 전쯤의 일이다. 1948년 2월 오규일은 경찰에 체포되어 아마도 모진 고문을 받았을 것이다. 상할 대로 상한 몸으로, 경찰의 겁박에 의해 쓰였을 이 성명서는 오랫동안 제주 4·3이 견뎌야 했던 비극적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노력 끝에 4·3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희생'은 4·3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과연 구좌면 세화리 오규일은 남로당의 선전·선동에 속은 수동적 인물이었던가.

해방 공간에서 휘날렸던 깃발은 세 가지다. 인공기, 태극기, 그리고 적기. 해방 공간의 시대정신은 식민지 잔재 청산과 통일된 독립국가 건설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듯 해방 공간의 광장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구호들이 뒤섞이던 혼돈의 장이었다. 그 혼란 속에서 식민지 청산과 독립국가 건설을 외쳤던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는 대단했다. 그것이 당시의 시대정신이었기 때문이다.

미군정기 제주의 민중들도 다르지 않았다.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결국 분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은 백범 김구 등 당시 정치 지도자들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1945년 12월 17일 동아일보가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소련의 구실 38선 분할 점령'이라는 희대의 오보를 내면서 국내의 정치적 갈등은 고조되었다. 전후 처리 과정을 논의하기 위한 모스크바 3상 회의는 동아일보 보도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상 모스크바 3상회의 합의내용이 보도된 것은 12월 30일. 당시 신탁통치안을 제안한 쪽은 소련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당시 국제 관계 속에서 분단을 막기 위한 현실적 방안으로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할 사안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면서 정국은 급격하게 변모했다. 신탁통치 찬반을 둘러싸고 좌우익간 치열한 대결이 벌어진 것은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신탁통치 찬반 정국에서 남한에서 가장 먼저 암살당한 정치인은 몽양 여운형도, 백범 김구도 아닌 보수 민족주의자 고하 송진우였다.

제주 4·3은 해방 공간의 역사적 특수성, 그리고 당시 국제 관계 속에서 조망되어야 한다. 제주의 역사는 무고한 희생의 역사가 아니다. 친일 청산과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선택을 이제는 이야기해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산으로 올라갔던 그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관덕정 광장에 효수되었던 이덕구의 시신을 보면서 '불의에 항거했던 제주 공동체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 현기영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제 봉홧불을 들고 산으로 올랐던 그들을, 그들의 주체적 선택을 평가해야 할 때이다.

<김동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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