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고사리와 중산간 초지 관리

[송관필의 한라칼럼] 고사리와 중산간 초지 관리
  • 입력 : 2024. 04.23(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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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 해발 600m 이하의 면적은 총면적의 약 85%에 이른다. 중산간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중산간도로 주변을 기점으로 해발 600m까지이다. 이 지역에는 마을, 과수원, 경작지, 넓은 면적이 초지가 펼쳐져 있는데, 제주도의 초지는 전국 초지의 약 48%에 이른다. 이렇게 넓은 초지는 봄철에 고사리를 꺾는 인파들이 몰리는 지역이다. 과거에는 수목이 낮아 시야가 확보되어 길 잃음 사고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숲이 빠르게 자라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방향감각을 잃는 사고가 많아지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보통 자연초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숲으로 발전하는데 과거에는 목장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가축이나 사람들의 간섭에 나무가 쉽게 자라지 않았지만, 지금은 방목이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찔레, 쥐똥나무와 같은 관목들이 많이 자라고, 곰솔, 예덕나무와 같은 키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들 외에도 칡, 청미래덩굴과 같은 덩굴성 식물들이 함께 자라나면서 '자왈'을 형성한다. 이러한 '자왈'은 햇볕이 비교적 잘 드는 환경이지만 초지보다는 습기가 오랫동안 남아있기 때문에 고사리가 잘 자란다. 그 속의 고사리는 실하고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신없이 고사리를 꺾으면서 앞으로 가다보면 어느새 사방이 막혀있는 숲 앞에 서 있게 되고, 시야가 막혀있어 방향을 잃게 된다. 특히 2024년의 봄은 평년보다 온도가 높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 많아서 하루가 다르게 숲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위가 요망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의 3월 기후특성 분석을 보면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가 높았고, 강수량은 3월 중순 이후에 많은 비가 내려 평년보다 7㎜가 더 내렸지만 겨울철 강수의 경우는 평년의 두 배 정도 많았기 때문에 고사리가 나오는 시기도 빠르고 다른 식물의 자라는 속도도 빠르게 때문에 길을 잃을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중산간 초지는 점차 숲으로 발전하고, 고사리가 자라는 초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에서 비롯되는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위적으로 초지를 조성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초지의 관리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자연환경 유지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고 그 계획에 따라 초지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유지의 경우는 숲이 발달하면 개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지법을 이용해 초지개량이 시도된다. 하지만 토지개량을 위해 중장비가 들어가는 순간, 원형은 없어지고 인위적 초지만 남게 되는데, 집중호우에 토양 유실 사태가 발생해 도로에 엄청난 양이 토사가 쓸려오고 이 토양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초지개량도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고 자연환경 유지 계획에 따라 허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과거 초지개량은 목축업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목축이 감소한 지금의 초지개량은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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