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2020-10-21 12:36
허성환 (Homepage : http://)
말의 품격.hwp ( size : 15.50 KB / download : 4 )

원본 이미지 보기
말의 품격

말에는 품격이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얼굴이자 인품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속도, 높낮이 등을 통해서 그 사람의 직업이나 성격을 파악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명령투의 말은 관계를 멀어지고 하고, 배려의 말투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인정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서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악의 평범성’이란 정치철학을 피력했다.
이때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저지른 일은 평소 생각하기 즉 사고의 결여 때문이고 그의 사고가 결여된 것은 그가 다루는 언어 습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아이히만의 사례를 들며 기계적으로 행하던 일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 ‘사고의 무능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아이히만이 법정에서 한 거짓말은 단순히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실감각을 없앤 사고와 언어의 무능’에서 온 상투어로 보았다.
아이히만의 사건을 돌아보며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들이, 선택하는 단어들이, 언어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렌트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죄를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생 사고가 결여된 말투를 사용했으니 그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
밀레니엄 세대의 탄생 이후 우리의 언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대 간 소통의 불가능할 정도의 변형된 말들이 난무한다. 한글날만 되면 우리 말을 아껴야 하고 우리 글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난리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신생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전세계와 소통하는 Z 세대에게 한글 사랑은 잔소리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글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언어에 대한 품격과 품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근거를 알 수가 없는 말들이 이어진다. 일단 뱉고 본다. 상스러운 말들과 고성이 이어진다. 체면 따위는 아랑곳없다. 그래 놓고 사과도 없다.
사회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들이 매일 쏟아진다. 진실 따위는 이미 관심이 없다. 내로남불식이다. 조금 더 자극적이기만 하면 된다.
최근 우리 사회가 쏟아내는 언어를 듣고 있으면 피로감이 쏟아진다. 그 어디에도 품위가 없다. 체면도 없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운 계절이다. 굳이 한나 아렌트의 철학이 아니더라도 말의 품격이 대해서, 말이 만들어 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성환(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010-2805-2874)

No 제목 이름 날짜
2857 끊임없는 아동학대  ×1 허성환 02-22
2856 제일플란트, 아이엠플란트치과, 장애인 임플란트 수술비 2,000만원 후원  ×2 한용 02-19
2855 (주)제이피엠 사랑의 헌혈봉사  ×1 (주) 제이피엠 02-17
2854 (기고) 졸업시즌에 졸업생보다 더 슬픈 화훼농가  ×1 안상준 02-16
2853 갈등-사회적비용  ×1 ×1 문석부 02-15
2852 우리 가족 한 달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한 달에 960원?  ×1 [4] 제주특별자치도 자원순환관리팀장 정근식 02-10
2851 설명절, 안전을 위한 특별한 선물 ‘주택용 소방시설’  ×1 남원119센터 소방교 김슬기 02-07
2850 코로나 시대! 설날은 삼가고 조심하는  ×1 유승훈 02-05
2849 코로나19 속 설 명절... 우리 농산물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1 농협 구례교육원 이은영교수 02-04
2848 일방 통행 도로 이렇게 놔두어도 될까? 최하은 02-03
2847 (기고)행복한 신구간, 가스안전사고 주의하세요  ×1 ×1 동홍119센터 양재민 01-28
2846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씨앗기금이 되길  ×1 고선아 01-26
2845 겨울철 3대 난방용품 안전 사용법  ×1 ×1 남원 119 센터 01-26
2844 폭설 속 제주 택배 비밀글 양창영 01-08
2843 감귤팜스전시회  ×1 전인자 01-08
2842 [기고] 어르신 기초연금, 한분도 빠짐없이 신청하세요!  ×1 고경희 12-31
2841 인간은 지구의 적이다. 손정민 12-30
2840 진짜 여성은 누구인가? 손정민 12-30
2839 코로나19가 앞당긴 쓰레기 대란  ×1 고기봉 12-30
2838 차량 통행 막는 중앙분리대, 이대로 괜찮은가?  ×1 강혜수 12-29
2837 코로나 19 팬데믹에 다시 버스문제 수면위로 올라와…….  ×2 현가윤 12-29
2836 울퉁불퉁한 도로 이대로 괜찮은가  ×1 김단비 12-28
2835 제주특별자치도장애청소년직업지도센터, 졸업 앞둔 장애학생 진로설계 지… 현윤호 12-28
2834 2020 제주, 그리고 MICE 산업  ×1 ×1 한덕환 12-27
2833 노동자도 사람이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 강승한 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