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물 폭탄'이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일주일이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수많은 이들이 숨지고, 실종됐으며, 이재민이 발생했다. 언론은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역대급 폭우"라는 제목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피해를 본 지역은 깊은 시름과 눈물바다가 됐고,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바뀌었다'라는 말이 더는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임을 확인했다.
이번 극한 폭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강한 세력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열대 지역의 수증기를 대량으로 한반도로 끌어올렸고, 이미 고온으로 데워진 한반도 주변 해역이 끌어올려 쌓인 다량의 수증기가 만나 결국 강력한 물 폭탄을 만든 것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이토록 강력해진 것은 기후위기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결과이며,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형태의 '극한 폭우'가 점차 빈번해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제주도 역시 짧은 시간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과연 제주도는 극한 기후재난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제주도는 여름 폭염과 장마 종료에 따른 가뭄 우려가 제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급히 발표했다. 이에 가뭄과 폭염에 대응한 대책은 다양하게 발표했으나 정작 폭우에 대비한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 기상청은 7~8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폭우 가능성도 경고했다. 한편 기상 가뭄 6개월 전망에서는 8월 말까지 전국적인 가뭄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폭염과 폭우 대책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제주도는 폭우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수 시간 동안 쏟아진 비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흙탕물로 뒤덮이는 상황을 보면 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도심 내에는 수해를 입었던 복개 하천도 있고, 상습 침수 도로와 취약지대가 존재한다. 그리고 폭우에 대응하는 대규모 저류지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점검 대상이고,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과 대형 공사장,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관리와 점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 점검과 대응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바뀐 현실에서, 이미 제시된 기상 전망조차 반영하지 않는 대응은 제주도정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책무를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줄 뿐이다. 기후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한 번의 실책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도가 지금이라도 기후재난 관리를 핵심 정책으로 인식하고, 폭우·폭염·가뭄이 연결된 기후재난 시대에 걸맞은 능동적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작동시켜 주길 바란다.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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