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2024년 1월 17일 도청에서 개편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는 모습.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비롯한 제주 현안들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세 차례에 걸쳐 제주 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공약은 ▷탄소중립·에너지 신기술 선도도시 육성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일과 쉼, 스포츠·관광이 공존하는 제주 조성 ▷상급종합병원 지정 ▷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등이다.
▶탄소중립·에너지 신기술 선도도시 육성=이 당선인이 지난 4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제주 공약의 맨 앞자리는 '탄소중립, 녹색 문명의 미래', '자원순환 100%, 탄소중립 섬'이 자리했다.
이 당선인은 "제주를 2035년까지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며 "해상풍력과 태양광으로 청정 전력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영훈 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2035 탄소중립' 정책이 당선인 공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를 위해 "그린수소와 에너지 저장 기술개발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완성하고,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친환경 모빌리티 100%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특히 이 당선인이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하고 실시간 요금제, 양방향 충전을 비롯해 에너지 신기술의 실험 기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제주의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제주를 포함해 부산, 울산 등 7개 도시를 분산에너지 특구 후보로 선정한 상태로, 제주가 특구로 최종 지정되면 도내에서 전기 생산자가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기업이나 시민 등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전력이 부족하거나 남는 경우 전기판매사업자와 수요자 간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제주의 분산에너지 특구 유형은 신산업활성화형으로,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력망에 공급하는 등 충전과 방전을 통해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햇빛연금, 바람연금 등 주민소득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햇빛·바람연금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과 사업자가 함께 나누는 것으로, 조합에 가입하면 연금처럼 분기별로 발전 수익을 지급 받게 된다.

제주시 한림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풍력발전기. 한라일보 DB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오영훈 도정이 내년 7월 도입 목표로 추진하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뜻한다. 제주도는 대선 기간 각 정당에 1순위 제주 공약으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채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선뜻 공약으로 삼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속앓이했다. 그러다 대선 막바지인 지난달 28일 이 당선인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내년 7월 도입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 당선인은 "지역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 주도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주민 투표로 기존 행정시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약속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은 광역단체만 있는 현행 체제에서 3개의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를 추가 도입하는 게 주된 골자다. 앞서 2006년 7월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광역자치단체만 있는 단층제로 행정체제를 개편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폐지하고,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를 뒀다.
단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도입 여부는 주민투표로 찬반을 물어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주민투표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실시 요구'로 시행되지만 그동안 윤석열 전 정부는 제주도의 투표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올해 안에 주민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는 이 당선인이 주민투표를 정확히 언제 실시할지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년 7월 도입 계획을 이 당선인 측에 전달한 만큼 이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과 쉼, 스포츠·관광이 공존하는 제주=이 당선인은 제주관광의 현 주소에 대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휴식과 힐링의 공간인 제주가 관광 경기 침체로 성장동력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그는 '일과 쉼이 공존하는 세계적 관광 도시'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 당선인은 여행객과 비즈니스 출장자들이 휴식과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두루 갖춘 공유 오피스와 숙소를 늘리는 등 '워케이션'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각 읍면동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의 체험과 예술, 음식 문화를 살려 지역 맞춤형 관광거점이 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기반한 스마트해설 시스템 확대 등 보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새로운 관광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다.
또 이 당선인은 "국제 기준에 맞는 스포츠 전지훈련센터와 다목적 체육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축구, 야구, 육상 등 종목별 글로벌 전지훈련지와 재활의학센터, 스포츠 클리닉 등 훈련과 회복을 아우르는 복합단지 조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당선인도 윤석열 전 대통령처럼 '제주대학교병원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약속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3차 의료기관을 말한다. 제주지역에는 의원급인 1차와 종합병원급인 2차 의료기관만 있고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이런 이유로 매해 10만명이 넘는 제주도민들이 상급종합병원이 소재한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난다.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권역 분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각 진료권역별로 지정되는데, 보건복지부는 제주를 서울권역으로 묶어 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과 경쟁을 붙이고 있다.
제주도는 서울 대형병원과의 경쟁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제주만의 독립된 진료 권역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약속했던 윤 전 대통령조차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당선인은 전 정부가 이행하지 못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4·3 기록물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이 당선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 기록물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아카이브 기록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평화와 치유의 섬,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품은 제주가 더 성장하고 더 넓어져 세계를 주도할, 또 하나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제주4·3 아카이브 기록관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내년쯤 진행해 건립 부지와 시설 규모,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찾을 예정으로, 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국가 재정 지원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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