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이웃 나라 비엔날레 엿보기

[김연주의 문화광장] 이웃 나라 비엔날레 엿보기
  • 입력 : 2024. 02.13(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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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영국의 미술잡지 '아트리뷰'에서는 2002년부터 '파워 100'이라는 제목으로 매해 12월 초쯤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 발표에 한국 미술계의 관심이 커졌는지 지난해 12월 '파워 100'이 발표되자 제법 많은 국내 언론매체가 한국인 4명이 포함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인이 아니라서 이 기사들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어떤 작가가 리크릿 티라바닛이 3위라고 알려주어서 '아트리뷰' 웹사이트를 보니 그의 이름이 있었다.

티라바닛은 제주도와 인연이 있다. 2022년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이다. 당시 제주도에 거주하며 작업해서 제주비엔날레의 일부 관람객은 그를 직접 만날 기회도 있었다.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김치를 담그는 행사 때 앞치마를 입고 양념을 버무리던 그의 모습과 작품의 일부인 "검은 퇴비에 굴복하라."라는 문구가 아직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이 때문인지 그가 '파워 100' 3위라는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그가 세계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의 순위보다 3회를 맞이한 '타일랜드 비엔날레 치앙라이 2023'의 예술감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더 흥미로웠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많은 비엔날레가 생겼지만, 세계 곳곳에도 비엔날레가 늘고 있다. 태국에서는 2018년에 방콕 아트 비엔날레와 타일랜드 비엔날레가 시작되었다. 방콕 아트 비엔날레는 명칭 그대로 태국의 수도 방콕을 중심으로 열린다. 이와 달리 타일랜드 비엔날레는 매회 다른 지역에서 열린다. 1회 때는 끄라비, 2회 때는 코라트에서 열렸다. 3회인 이번에는 치앙라이에서 진행 중이다. 개최 장소가 매회 바뀌는 점은 세계 다른 비엔날레와 구분되는 타일랜드 비엔날레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는 지방 정부가 아닌 태국 정부 기관인 문화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타일랜드 비엔날레는 문화부 산하 현대미술문화국의 '아트 시티' 캠페인을 위해 마련되었다.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비엔날레는 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지만, 개막식에 참여한 태국 총리는 이로 인한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일이 세계 미술계 영향력 3위의 티라바닛이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이다. 치앙라이 국제미술관뿐만 아니라 화이트 템플, 골든 트라이앵글 등 주요 관광지를 전시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역사와 예술이 관광과 연결되어 지역 경제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음을 깨닫게 한다.

예술과 관광과 지역 경제의 이러한 관계 속에서도 예술이 이 둘에 매몰되지 않고 예술 본연의 가치를 잘 보여주었기에 이번 타일랜드 비엔날레가 감동을 준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야외 설치, 메콩강을 둘러싼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 지역 작가 작업실 방문 등으로 지역 작가를 소외시키지 않고, 유럽 유명 비엔날레 등과 차별화된 색을 띠게 하며, 치앙라이의 지역성과 역사를 소개했다. 이러한 전략은 올해 열어야 할 제주비엔날레에도 필요해 보인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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