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월요논단] 제주우주산업 비전 발표로 본 나로우주센터의 교훈

[김태일의 월요논단] 제주우주산업 비전 발표로 본 나로우주센터의 교훈
  • 입력 : 2023. 02.13(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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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이달 1일 제주우주산업 비전발표를 보며 2001년 제주사회의 논란이 됐던 우주발사기지센터의 논란이 떠오른다. 제주유치가 어려워 전라남도 고흥으로 옮겨 세워진 나로우주센터는 2001년 1월 부지 선정이 발표되고 준공돼 2022년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이뤄졌다. 이는 대한민국 우수산업의 산실이 됐고 고흥은 우수산업지역의 선도지역이라는 브랜드 가치도 얻게 됐다.

나로우주센터는 원래 제주지역 건설을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국책사업이었다. 20년전의 일들이라 잘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적을지 모르겠으나 뒤돌아보면 제주의 미래와 매우 직결된 문제였음에는 틀림없다. 당초 서귀포시 대정읍지역을 중심으로 우주발사기지 후보지역이 검토됐고 이 과정에 반대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반대의 배경은 우주발사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군사기지화의 우려 때문이었다. 사실 군사기지와 우주발사기지는 적을 상대로 하는 살상시설과 우주공간의 공익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지향하는 목적과 목표가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주발사기지와 미사일기지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산업적 가치판단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후 우근민 전 도정에서 건설반대의견의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식화됐고 고흥군에 우주센터가 건설된 것이다. 제주도청 차원에서 제주의 미래발전으로 어떻게 연결시킬수 있을 것인지, 군사기지화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인근 지역주민의 피해발생 가능성과 대응은 가능한 것인지 치열한 공론화의 과정 속에 결정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 또 다시 제주가 우주산업의 최적지라 자평하며 우주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다. 기업을 유치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우주산업의 특징이다. 그런데 언론에 따르면 우주산업정책 예산이 몇 억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우주산업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지도 않고 제주도 내 기업도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유치 실패 이후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자기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주대학교의 연구기관,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개발공사를 비롯한 중앙정부를 연결할 수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발표된 우주산업육성정책에 대해 그다지 호평을 얻지 못하는 것도 조직과 예산, 기초적인 인프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정은 지사가 바뀌어도 제주미래비전의 큰 틀속에서 초기단계의 기초인프라 구축, 인재육성에서부터 우주산업과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제주산업과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유도라는 중기와 장기 틀속에서 움직이는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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