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육아 - 공동 육아] (1)"아빠는 몸으로 놀아 주는 게 제일 재밌대요"

[가치 육아 - 공동 육아] (1)"아빠는 몸으로 놀아 주는 게 제일 재밌대요"
놀이로 아이와 더 가까워진 아빠들
100인의 아빠단 활동으로 추억 쌓기
"놀이법 다양… 아빠만의 역할 분명"
  • 입력 : 2023. 02.09(목) 16:26  수정 : 2023. 03. 09(목) 19:59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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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현규환 씨와 삼남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 미션을 수행하고 찍은 기념 사진. 사진=현규환씨 제공

[한라일보] 한라일보 '가치 육아'가 '공동 육아'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기존 연재하던 '가치 육아 - 이럴 땐'이 영유아 양육 상담 공간이라면, '공동 육아'는 제주 엄마 아빠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첫 번째로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아빠들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아빠의 도전… '제주 100인의 아빠단'= "야근을 많이 할 땐 아이들 자는 모습만 볼 수 있었어요. 제 시간에 퇴근하려고 아침 일찍 출근해도 저녁이면 일이 밀려서 늦게 집에 들어가곤 했죠." 올해로 10살과 8살, 7살 세 아이를 둔 현규환(40) 씨가 말했다.

일에 치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주말 정도였다. 그러다 세 아이 양육 부담에 아내에 이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다. 바로 '제주 100인의 아빠단' 참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인데, 2019년부턴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시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을 맡고 있다.

100인의 아빠단은 '아빠들'만의 모임이 아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어지는 교육, 건강, 일상, 관계 등 5개 분야 미션도 그런 의미다. 전국의 '멘토 아빠'들이 내 주는 미션은 아빠와 아이,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놀이, 운동, 바깥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아빠단) 활동 초창기에 했던 미션이었어요. 어떤 도구도 필요 없이 몸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여섯 가지 놀이를 수행하는 거였죠. 아빠 산 오르기, 아빠 그네 타기처럼 말이에요. 지금도 잊힐 만하면 그걸 또 해 달라고 해요. 아이들에겐 아빠가 몸으로 놀아주는 게 제일 재밌나 보더라고요." 규환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참가 첫해에는 아빠가 신청했지만 두 번째부턴 아이들의 바람도 컸다.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가 좋았던 아이들이 먼저 아빠단 활동을 다시 안 하는지 물어 왔다. 그렇게 2020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3회에 걸쳐 아빠단에 이름을 올렸다. 규환 씨는 "아이들과 훨씬 더 가까워졌다"면서 "아이들과 무료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활동 내내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규환 씨가 아이들에게 놀이하는 것처럼 책을 읽어주고 있다.

▶"또 놀고 싶어요"… 아빠에게 다가오는 아이들= 두 아이를 둔 강태윤(37) 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아빠단 활동에 참여했다. 보육원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을 보는 게 익숙하지만 '현실 육아'는 또 다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진 "(자녀들과) 그냥 같이 앉아 대화나 조금 하는 정도였다"는 태윤 씨도 다양한 놀이를 하며 아이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솔직히 매주 미션을 다 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그걸 하려니 자연스레 시간을 내게 되더라고요. 평소에 관심이 없거나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몰랐어도 더 다양한 놀이법을 찾아보게 되고요. '비행기 놀이'라고 하면 보통은 무릎 위에 아이를 올려서 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양손으로 아이를 들쳐 안거나 이불로 감싸 해 보기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한 번 시작한 놀이는 또 다른 놀이 시간으로 이어졌다. 종이컵을 쌓고 무너뜨리는 놀이가 재밌었던 아이들이 또 하고 싶다며 아빠에게 다가왔다. 태윤 씨는 장난 섞인 말로 "피곤할 때 놀아달라고 하면 힘들 때가 있다는 게 단점"이라면서도 "아이들과 계속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했다.

딸과 운동댄스를 함께하고 있는 강태윤 씨. 사진=강태윤씨 제공

아이들과의 놀이를 통한 육아 참여는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일 거라고 아빠들은 말한다. 부모가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태윤 씨는 "성별에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까진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엄마 아빠의 역할은 분명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를 키울 때) 남성에 비해 꼼꼼한 여성은 아빠들이 놓치는 걸 잡아줄 수 있고, 남성인 아빠들은 좀 더 활동적인 놀이를 함께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100인의 아빠단'은 지난해야 처음으로 그 이름처럼 100명을 채웠다. 이전까진 그 수에 못 미치는 인원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그만큼 아빠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을 보여준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제주지회 관계자는 "(지역별 아빠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거나 엄마하고만 놀던 아이가 아빠와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다는 후기도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100인의 아빠단은 올해도 새롭게 구성된다. 오는 4~5월 중에 모집을 거쳐 6월부터 연말까지 활동을 잇는다.

◇가치 육아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부모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동육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로 나서는 '이럴 땐'을 2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육아 이야기나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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