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구를 탓하랴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구를 탓하랴
  • 입력 : 2022. 09.21(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제주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경영 평가가 공개됐다.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경영성과와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경영 등 3개 분야에 27개의 지표가 적용됐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이 유일하게 최고 등급(가)을 받은 가운데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최하위 등급(마)을 받았다. 국제컨벤션센터는 2단계(나→라) 경제통상진흥원은 3단계(가→라) 하락했다. 기관장 평가도 제주문화예술재단과 국제컨벤션센터는 마 등급의 평가를 받는 불명예를 겪었다.

행안부가 지방공공기관 혁신지침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지방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스스로 소관 기관을 진단하고 유사·중복기관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축소, 협업하도록 권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자산 건전성에 위험이 큰 지방의 공공기관은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 관리하고, 고유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과 핵심 업무와 무관한 회사 지분 등도 함께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제주도 역시 정부의 혁신기조를 살펴서 선행적으로 내부혁신에 돌입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매년 드러나는 산하기관의 실망스러운 경영행태와 연이은 잡음은 컨설팅 정도의 의례적 후속조치로 해결될 수가 없다. 임명권자의 결연한 혁신 의지와 실천이 없다면 무한 반복되는 난제인 것이다.

기관장 임명은 능력제일주의가 기본이다. 실질적으로 적재적소에 합당한 인물이라면 단순히 임명권자의 지연, 학연, 선거에 관여됐거나 보통사람이 갖는 도덕적 흠결 정도에 매몰돼 그 역량을 간과하면 안된다. 하지만 오로지 연고위주의 낙점 인사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지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보자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본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스스로 진단하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도정의 안정은 물론 퇴임 후 불거지는 각종 불명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

공공기관은 설립목적에 각각의 고유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관련 전문성과 능력의 소유자를 기용해 기획 운영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기관을 담당하는 실국에서 관리라는 명목으로 전문성을 규제하고 지속성을 단절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소통과 지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유도해야 하는 담당 실국의 역할에 반하는 것으로 필히 개선돼야 할 사항 중 하나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도 성과창출에 대한 동기부여도 자율성 보장에서 출발해야한다.

오영훈 지사의 취임이 3개월을 맞는다. 양대 행정시장 정무부지사 인선에 이어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 임명이 이어지고 있다. 도민사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개인적 의혹 및 도덕성 검증과 함께 업무에 대한 매서운 질의로 다양한 능력의 검증이 이뤄지는 청문회를 기대한다. 내년 이맘때 발표될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평가결과에 도민 모두가 안도하며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임명권자의 공익적 결단과 기관장들의 대의적 분발을 촉구한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7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