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0)남원읍 태흥1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10)남원읍 태흥1리
수눌음정신 살아 숨 쉬는 결속력 강한 마을
  • 입력 : 2022. 08.05(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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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벌포연대가 포구 옆에 있으니 그 이름을 따서 부르는 이름으로 짐작하게 되지만 원래 이 마을 명칭이 벌포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래 전 '벌포리'라고 부르던 시절의 연대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어 폴개라고도 했고. 19세기 중반부터 봉한잇개 일대에 정주공간이 펼쳐진 마을이라고 해서 보한리라고 부르다가 동보한리와 서보한리를 합하여 태흥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규모 큰 대촌이었으며 그 위상과 영향력이 대단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주변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언급은 강인한 사람들이 많은 결속력 최강의 마을이라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방법은 남원읍체육대회 같은 마을대항 행사가 있을 경우에 가보면 남원읍 17개 마을에서 중간 정도의 주민수이지만 참석인원은 가장 많다는 것이다.

태흥리에 대한 인식은 마을공동체의 위계질서다.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선후배 사이에 존재하는 불문율과 같은 그 무엇. 도움을 청하면 자신의 일보다 먼저 달려가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형제요, 자매와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자부심이 태흥1리의 오늘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은 집단적 자신감으로 작용한다. '뭉쳐진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과 같은 것. 건강한 목적의식이 뒷받침 된 마을 발전사가 이를 말해준다.

선조들의 의식세계를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자원이 있다. 장수무덤 전설이다. 옛날 태흥리에 장수가 나서 그 용력이 하늘을 찌를 기세라고 하니 이를 알게 된 관가에서 불안해 잡아 죽이려 하지만 여러 번 실패하다가 결국은 사살했다. 죽은 장수를 마을사람들이 장례를 치르자 관리들이 불안해 돌로 그 무덤을 덮으라고 염해 돌무더기로 쌓아버렸다. 보통의 장수설화와 다른 독특한 점은 장수가 죽고 나서도 관아에서는 그 혼백마저 무서워했다는 이야기 구조이며 마을주민들이 장례를 치르며 장수의 죽음을 가슴 아파 했다는 것. 이러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승될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한다. 태흥리 사람들의 기질과 깊은 관련이 있어서다. 강골들이 많다는 인식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관리들을 불안에 떨게했던 장수에 대한 선망의식과 그 비운의 삶에 대한 아련한 저항의식이 태흥리 장수를 전설 속에서 살아있게 하는 것이다. 장수무덤은 실재한다. 과수원 돌담 옆에 두껍고 평평한 돌들이 있는 곳. 마을 어르신들이 들은 바에 의하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하여 집체만큼 쌓아서 눌렀던 돌을 걷어내고 석관을 열어봤다고 한다. 무엇이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고. 이런 스토리텔링 자원이 문화자산이요 마을콘텐츠로 발전시켜줘야 할 곳은 관련 행정 분야에 있는 이들이다. 마을이 나서서 북치고 장고치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자화자찬하는 정서가 아니기 때문. 남들이 알아줘야 못 이기는 척 나서게 되는 경우를 여기에서 발견한다.

경지면적의 대부분이 과수원이다. 노지감귤도 있지만 시설감귤도 많이 하고 있어서 연중 사시사철 감귤을 출하해 품질경쟁력을 보여주는 감귤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함은 곧 부지런함과 잇닿아 있다. 태생적인 성실함을 기반으로 고품질 감귤에 끊임없이 도전해 이룩한 성과는 감귤부촌의 명성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감귤로 만들어낸 두 세대에 걸친 거대한 변화를 다가올 시대상황에 맞게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음 세대와 숙명적으로 고리 지어져 있는 시간의 흐름 때문인 것이다. 필자가 느끼는 농민의 본능이 있다. 결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살지 않는다는 그 것. 농부들의 마음이 모여서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총의가 결정된다. 이기심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이타행의 공간이다. 태흥1리가 가지고 있는 유형무형의 자산들이 그동안 마련된 감귤부촌의 여유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발전적 활용방안을 찾는다면, 그래서 태흥1리의 근성으로 밀고나간다면 놀라운 현실을 창조하고야 말 것이다. 특이함에서 어떤 확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차별성이 경쟁력이란 가정 하에, 제주에서 마을회관 옆에 축구장 정도의 운동장을 보유한 마을은 없다. 태흥리1리의 강인한 기질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 크다. 다른 용도보다 우선하는 가치관의 산물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 누구와 싸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근성 유전자가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시각예술가>

8월 흰구름 아래
<수채화 79cm×35cm>

소박한 농촌마을 길을 걸어가다 만난 찬란한 하늘. 며칠 뒤에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일까 두꺼운 구름층이 마을 위로 몰려와 있고 찢어진 사이로 청명한 하늘색이 짙게 드러나 내리쬐는 태양광선이 눈부신 향연을 베풀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집이 셋이요 창고 건물 또한 셋이다. 태흥1리의 경지 면적 중에 9할 이상이 감귤 과수원이며 그 중에 하우스 시설 재배 면적 또한 엄청 많다. 시설농업에 필요한 각종 자재며 장비들을 보관하고 관리할 집이 필요한 것. 이 마을의 현주소를 흰구름 덕택에 그리게 됐다. 하늘색이 짙은 만큼 땅 위에 그림자도 짙다. 우리의 시각 경험이 발휘하는 더욱 강렬하게 시도된 것에 대한 적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 길은 고요하지만 하늘은 몹시 바쁘게 움직이는 강렬한 청백의 대비를 보여준다. 굳이 정중동을 노래하지 않아도 화면이 알아서 들려주는 그런 눈부신 환희를 표현하고자 했다. 평면적 상황으로 보면 분할이 지닌 면적 대비에 농도 차이를 부여해 극적인 구성을 시도한 것. 오른쪽 앞에 큰 건물 벽이 환한 색이어서 구름의 명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늘의 밝음이 저 벽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많은 곳을 밝혀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의도하였다. 감귤맛, 그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 일조량이 가지는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한다. 이런 청정햇살 아래 자라는 감귤들이니 맛 품질이 당연히 높겠다는 과도한 생각을 하며 붓질을 했다. 농촌현실을 보여주는 마을 안길의 8월이 눈부시다.

태흥1리 여름 바닷가
<수채화 79cm×35cm>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벌포연대 앞 해변으로 내려가서 한라산을 바라보면 오묘한 편안함을 만난다. 활처럼 휘어져 깊이 들어간 구조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적 요인들이 발생한다. 파도에 의해 오랜 기간 부서져 마모된 바윗덩어리들과 아직 버티고 있는 암반층들이 위치에 따른 명암의 변화를 보여주고 바다로 경사진 지형이 휘어져 바다를 감상하는 노천극장을 닮았다. 그 뒤에 파르테논신전 지붕 물매 각도와 흡사한 위엄과 신성함으로 자리 잡은 한라산. 무게감으로 와 닿는 이 섬의 중심이 화면의 정점이기도 하다. 해안가에 밝게 빛나는 빛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또한 거리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하늘이 보유한 대기 속으로 깊이 밀어 넣었다. 하늘과 한 덩어리가 될 정도로 명도 차이를 줄이면 화면의 상층부가 면적대비 효과를 가지고 해변의 광선 강도를 더욱 높여줄 수 있다. 조용한 공간곡선의 변화가 있다. 짙은 초록의 나무들이 하얀색 집과 집 사이에서 자연미를 뽐내며 코러스를 넣고 있다. 파도와 만나는 지점의 돌들은 미세한 차이를 지녔다. 회화적 관심영역으로 파악했을 때, 물에 젖은 색과 뙤약볕을 반사하는 돌들의 색의 차이를 통하여 현실감을 얻게 된다. 섬 제주의 자연적인 요소가 망라된 느낌이다. 거기에 사람이 구축한 토목과 건축물까지 함께 모여서 자신의 이기적인 존재감보다 전체의 하모니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한라산 배경으로 어떤 장엄한 교향곡이 시각화 된 느낌을 받는 곳이다. 태흥1리―크게 흥하는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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