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4)망고에서 바나나까지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4)망고에서 바나나까지
감귤·밭작물 위주서 아열대과수에 도전하는 그들
  • 입력 : 2022. 07.07(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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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농가가 58㏊에서 망고, 백향과, 바나나, 용과 재배 중
지역농협에서 정예소득단지 조성하는데 행정은 시설지원
높은 소득 올리지만 재배기술 정립과 난방비 절감은 과제


농촌진흥청의 조사를 보면 2022년 도내 119농가에서 아열대과수를 재배중이다. 재배면적은 58.4㏊, 생산량은 1089t으로 예상된다. 도내 아열대과수의 전국대비 점유율은 농가 수 기준으로는 21.4%, 면적 31.2%, 생산량은 21.2%를 차지한다. 작물별로는 망고가 38.0㏊로 재배면적이 가장 많고 바나나 9.5㏊, 용과 5.4㏊, 패션푸르트(백향과) 3.2㏊ 등이다.

이창진씨는 양파농사를 짓다 제주시 김녕농협의 정예소득단지 조성 사업에 참여해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특히 제주에선 몇 년 전부터 온난화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응한 농가소득원 발굴을 위한 정예소득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아열대과수 재배가 늘어나는 중이다. 해마다 생산량 증감에 따라 가격등락폭이 큰 감귤과 과잉생산에 직면한 월동채소류 위주에서 벗어나고 기후온난화에 대응한 특화작목을 지역별로 육성해 안정적인 농가소득원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행정에서 작물의 생산·유통에 필요한 비닐하우스와 물탱크 등의 시설을 지원하고, 사업자인 지역농협은 생산한 작물의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다.

아열대과수 정예소득작목단지로는 김녕농협에서 바나나(2.7㏊), 함덕농협에서 백향과(2.7㏊)와 용과(2.9㏊), 서귀포시 지역에선 성산일출봉농협에서 키위(7.7㏊) 단지를 조성 중이다.

바나나는 1980년대 서귀포시 지역에서 감귤과 함께 고소득을 올렸던 작물이었다. 하지만 1991년 바나나가 수입제한 품목에서 풀리면서 값싼 외국산이 밀려오자 1990년 440.2㏊에서 2만1770t이 생산됐던 데서 1991년 295.4㏊·1만2270t, 1992년 65㏊·1931t으로 감소했고 1993년부터는 제주도 통계에서도 사라졌다.

지금도 연간 40만t 정도의 바나나가 국내로 수입되고 있지만 최근 제주에서 바나나가 다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친환경 과일을 찾는 수요 영향이다. 김녕농협도 콩·마늘·양파 농사를 주로 짓는 지역에서 고소득작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예소득작목단지 재배작물로 바나나를 선택했다.

김녕농협 유통센터에 농가에서 수확해 운반한 바나나가 쌓여 있다. 바나나는 유통센터에서 품위검사를 거쳐 후숙 후 유통된다.

현재 8농가에서 연간 100t 안팎의 바나나를 친환경으로 생산하는데, 4~5단계로 분산출하를 위해 가온시기를 달리 한다. 농가에서 생산한 바나나를 김녕농협 유통센터로 운반하면 품위검사를 거쳐 자체 후숙실에서 3일정도 후숙시킨 후 김녕농협이 선별·포장·판매를 담당한다. 주요 출하처는 도내 농협하나로마트 등으로 90%를, 나머지 10%는 도외로 출하해 공동정산하는데 지난해 농가수취가는 ㎏당 5000원이었다.

오충규 김녕농협조합장은 "수확 첫 해는 기형 바나나가 많았고, 후숙도 외부에 위탁했었는데 지난해 농협 유통센터에 후숙시설을 만들어 직접 후숙한다"며 "학교급식 등에서 친환경 바나나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창진(64)씨는 양파농사를 짓다 정예소득단지사업에 참여한 경우다. 지난달 말에 찾은 이씨의 바나나 하우스는 수확이 거의 막바지 상태였다. 바나나 나무마다 적힌 숫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개화일로, 눈대중이 아닌 바나나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맞춰 수확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재배 첫해 고온피해를 겪기도 했던 그지만 "매일 하우스를 찾아 공들여 키운 바나나 상품비율이 95%로 높고, 판로와 후숙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악재를 만났다. 면세유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ℓ당 700원 안팎에서 올 초에는 갑절 가까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저기온이 18℃ 이상 유지하는 데 기름값만 5400만원이 들었다. 오충규 김녕농협조합장이 "올해는 농가 수취가를 ㎏당 500원이라도 더 올려보려고 고민하고 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망고는 도내 60여 농가에서 재배중이다.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망고를 재배하는 고봉수(51)씨는 2005년 2000㎡에서 시작해 현재 3200㎡로 늘렸다. 6월 초부터 시작한 망고 수확은 이달 중순까지 약 50일 남짓 이뤄진다. 제주감협을 통해 전국 공판장으로 대부분을 판매하고, 일부는 상인 거래도 하는데 평균 ㎏당 2만5000원을 받는다.

서귀포시 동홍동에서 18년째 망고 농사를 짓는 고봉수씨. 문미숙기자

망고 재배 18년차니 베테랑일 법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초기 20년생 망고 200주를 사다 심었는데 활착이 안 돼 죽은 나무가 많아 접목해 키우느라 몇년동안은 소득이 없었고, 국내에 적립된 재배기술도 없어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가 튀어나오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며 "지난 겨울에도 꽃이 거의 피지 않아 올해 생산량은 평년의 절반도 안된다"고 했다. 망고 농사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에게 "처음엔 아주 소규모로 시작하라"고 하는 이유다.

함덕농협은 2016년부터 백향과를 정예소득단지로 조성한 데 이어 2019년부터는 용과(레드용과) 단지도 만드는 등 감귤을 대체할 새로운 소득작목 발굴에 나서고 있다. 백향과는 9농가가 2.7㏊, 용과는 10농가가 2.9㏊에서 재배 중이다.

백향과는 연간 50~60t 정도를 생산중인데 초반의 고전을 견디고 현재는 농협물류와 대형마트,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함덕농협 고병국 과장은 "백향과는 상품률도 비교적 높고, 80g 이상의 상품 기준 1개당 농가수취가가 550~700원 정도로 농가 만족도도 높은 편이고, 아직까지 판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 과장은 정예소득단지 조성 때 가온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작물을 선택했다고 했다. 백향과는 겨울철 3~5℃, 용과는 5~8℃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다만 백향과는 여름과 겨울철 2기작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9월 초쯤 피어야 할 꽃이 피지 않아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는 중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체감하면서 감귤을 대체할 고소득작물로 아열대과수에 관심을 갖는 농업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시중 판매가격만 보고 짭짤한 소득을 올릴 수 있겠다 싶어 철저한 준비없이 뛰어드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게 관련 농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시설하우스 등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재배 초기 2~3년간 소득이 없는 시기를 견딜 수 있는지에서부터 제주에 적합한 작물 선정, 재배기술,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겪을 수 있는 가격 하락이나 판로 문제까지를 꼼꼼히 따져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미숙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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