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4)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과와 한계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4)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과와 한계
"국제자유도시 공감 못얻고 제대로 추진도 못해"
  • 입력 : 2021. 07.06(화)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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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동욱 제주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부상일 국민의힘 제주시을당협위원장,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길주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사.

정부 주도 구상으로 시작·도민 의견 반영 미진
영어교육도시 긍정적… 도민 정서 괴리는 문제
3차 종합 계획에 미래 인재 육성 방안도 담아야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애초부터 국가 주도로 수립하다보니 도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도민들의 욕구를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반영하려면 10년 단위가 아니라 5년 단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제주의소리는 특별기획으로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를 주제로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에 대해 총 11회에 걸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네 번째 토론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지난달 28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동욱 제주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부상일 국민의힘 제주시을당협위원장, 이길주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사가 참여했다.

▶김태윤(김·사회자)=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한 배경은.

▶김동욱(욱)=1963년 제주 자유항 구상이 있었다. 그때 제주도건설개발위원회가 조직돼 제주로 한정해 자유지역을 설정하고 개발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당시 제주를 홍콩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가안보상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났다. 이후 국제적인 관광지 조성을 위한 제주관광종합개발 계획이 만들어졌으며 1998년에는 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돌이켜 보면 중앙부처가 거의 주도적으로 수립하다보니 도민 여론 반영이 미진했다.

▶부상일(부)=2002년에는 어떤 얘기를 해도 세계화란 얘기가 나올 때였다. 제주가 향후 50년 뒤에도 지금의 번영을 계속할 수 있느냐, 그런 절박함에서 국제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자유도시라는 개념이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국제자유도시라고 하는 개념은 제주의 생존전략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 같다.

▶김=국제자유도시를 왜 중앙정부에서 끄집어 낸 것인가.

▶욱=1980년대 국민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여러가지 개방화가 이뤄졌다. 일본과 문화 교류가 있었으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세계화, 국제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주도를 세계화 국제화를 위한 하나의 샘플로 택했던 것 같다.

▶부=DJ 정부 때 IMF라는 엄청난 고난이 있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선진화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국가적 화두였는데, 화두 중 하나로 역외금융센터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제적인 금융 센터를 만들만한 곳이 어디 있느냐라고 논의하다가 상징적인 개념으로 제주도가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국제자유도시에 대한 도민과 시민사회의 입장은 중앙정부나 제주도와의 입장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이길주(이)= 국제자유도시란 미명 아래 많은 생명권과 행복권이 유린되고, 사회 전체가 피로한 사회가 됐다.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논의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지금 3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그 의미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1차 종합계획의 경우 수립 용역을 맡았던 곳이 글로벌 부동산 업체였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에 용이하게 종합계획이 수립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질적으로 제주는 부동산 투기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됐다. 3차 종합계획 수립 용역진도 전부 건축업과 토목업 전문가 밖에 없다.

▶욱=국제금융 허브를 예로 들면, 제주를 국제금융 허브로 만들자는 논의는 많았지만 결국 (허브는)부산 쪽으로 갔다. 제주도에서 먼저 이슈가 제기됐지만 얻은 게 하나도 없다. 도민 정서를 포함해 도민 생각과 정부의 생각이 달랐고, 또 제주에 금융허브를 할만 한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다보니 정책적으로 겉돌았다.

▶김=그래도 20년 동안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 긍정적인 성과는 없었나.

▶부=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제대로 추진 해 본 적이 없다. 실험을 할 때에는 실험군이 있고 대조군이 있다. 그러면 실험군과 대조군은 국제자유도시라고 하는 그 전체가 어떤 차이를 일으키는지를 봐야 되는데, 지금 우리 제주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들은 국제자유도시 개념을 빼더라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자유도시를 제대로 실행해 본 적이 없을 뿐더러 국제 자유도시 개념과 관계없이 흔히 말하는 도시화 또는 개발 지상주의를 택했을 때 벌어지는 모습과 지금 벌어지는 모습이 같다면 국제자유도시라는 개념을 아직은 폐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도민들의 생활과 국제자유도시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은 국제자유도시가 제주도의 경쟁력과 경제력을 얼마나 더 끌어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인데, 사실 이점에 대한 전략을 제주도가 제대로 낸 적이 없다. 3차 용역 보고서에서도 국제자유도시라는 개념을 빼도 나올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우리는 아주 괜찮은 법과 제도를 하나 확보 했는데, 사실 이걸 활용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싶다.

▶욱=긍정적인 것 하나가 영어교육도시다. 이 곳에서 공부한 학생이 앞으로 30~40년 후에는 제주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적 서포터, 명예도민이 될 수 있는 재원들이고 그들을 우리가 키운 것이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주거시설을 갖게 된 것도 긍정적이지만, 영어교육도시로서의 경쟁력 향상과 제주도민과의 정서적 이질감은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우리나라 법상 국제학교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은 영어교육도시 밖에 없다. 인천 송도나 여기저기 유사한 교육시설이 있지만 해당 시설은 법상 그냥 외국인학교다. 국제학교는 여러 커리큘럼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는, 그래서 새로운 교육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인구유입 효과도 있다.



▶이=중문해수욕장을 예로 든다면 하얏트 호텔이 생기면서 돈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하는데 그 사람들과 도민들과 자꾸 경계선이 생겼다. 해수욕장을 빼앗겨 버린 기분이었다. 영어교육도시도 장점이 있겠지만 도민들 입장에서 드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그런 면에서는 부정적이다.

▶욱=중문해수욕장 얘기가 나와서 설명하자면 제주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고급 관광으로 가는 트렌드는 나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내 관광 수요의 70~80%를 제주도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런 고급 관광마저 하지 않으면 내국인들이 다른 나라로 많이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이=중문관광단지가 시작되면 도민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우리는 많은 것을 내놓았기 때문에 지금 제주도는 월등하게 잘 살아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제주에서 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나면 이 돈이 제주도내에서 움직여야 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 육지로 간다.

▶부=관광기업들이 제주에 재투자도 안 하고, 근로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주의 생활은 과거보다 훨씬 많이 윤택해 졌다. 이걸 두고 대한민국 전체가 발전했기 때문에 제주도도 덩달아 발전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나. 대한민국 전체는 발전했지만 현재 광주는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과 과가 있다면 우리는 과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지, 과가 있으니 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은 안된다.

▶김=화제를 돌려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부=제주도의 프로젝트가 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돼야한다. 국가적으로 많은 지혜를 모아야 제주국제유도시를 성공시킬 수 있는데 오히려 지금은 국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국가적으로 잘 살게 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통계상으로 보여지는 수치와 일반인들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도민들이 제주국제유도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런 논의를 우선해야 한다.

▶욱=최근 최근 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발표됐다. 현재 제주특별법에 보면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10년마다 세우도록 돼 있는데, 이 10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2011년, 2021년, 이제 제 2차 종합계획이 끝나는 시점이 됐는데 당시 도민들의 갖고 있던 생각과 10년 후 든 생각이 너무 달라진 상태다. 2011년에는 개발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많았지만 불과 10년 사이에 환경, 공기청정 욕구가 강해졌다. 2017년 수정 계획이 발표되긴 했지만 당시 계획은 변화한 생각을 이제대로 담지 못했다. 따라서 핵심계획을 5년마다 세워야 도민들의 의견들을 빨리 수렴할 수 있다고 본다. 중간에 수정·보완 계획을 해봤자 빛이 잘 안난다. 또 문제 중 하나가 환경규제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법은 있는데 그것을 느슨하게 집행을 하다 보니 도민들에게 원성을 사는 그런 상황이 됐다. 개발과 청정한 환경 보존을 양립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정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제주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서 좋은 제도를 갖고 있지만 기업들이 제주에 들어오길 꺼려한다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 개념이 완전히 퇴색된 것이다.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닌 다른 국제자유도시로 가고 있다. 지금 3차 계획을 봐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것 같다. 2차는 삼성경제연구원이, 3차는 국토연구원이 수립하고 있는데 용역 내용이 수립기관의 특징에 따라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또 국토연구원이 공항과 관련한 용역을 하다 보니까 그쪽에 치우친 개발 위주로 계획을 세워 도민들이 비판을 하는 것 같다.

▶부=저는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란 국제자유도시 패러다임을 우리가 폐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여러 사회적 가치들이 굉장히 중요해진 시대가 됐기 때문에 환경 요소들을 국제자유도시에 집어넣는 등 융합 가능한 개념들을 고민해야 한다.

▶욱=2005~2010년 사이 약 30조원이 제주도에 투입됐다. 이 시기 제주는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 좋은 돈인지 나쁜 돈 인지 모르면서 받아들였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제주도가 원하는 사업을 하지 않고 콘도, 부동산업을 했다. 신화역사공원 같은 케이스가 그런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말 좋은 기업, 제주도민한테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기업들을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카카오 본사가 왔지만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다시 판교로 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그래서 사람을 키우는 그런 인프라도 종합계획에 담아야 한다.

▶이=인재 육성을 해야한다. 제주도에 좋은 자원이 많다. 예를 들면 4·3학과를 만들면 전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또 이것을 기반으로 국제학회들을 유치할 수 있다. 제주도의 문화와 역사를 살리는 인재양성을 제주대학교가 실질적으로 해야 되고 많은 지원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많이 필요하다. 몇 명이 나와서 얘기하고 끝내는 것이 공론화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정리=이상민 기자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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