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제주아트플랫폼’ 루프탑보다 급한 일

[진선희의 백록담] ‘제주아트플랫폼’ 루프탑보다 급한 일
  • 입력 : 2021. 05.10(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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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2017년 9월 '제주문화예술재단 육성기금 합리적 운용 방안 모색' 포럼이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와 문예재단이 손을 잡고 예술공간 이아에서 연 이날 포럼은 훗날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을 위한 제주시 원도심 건물 매입을 예고하는 자리가 됐다. 문예재단은 당시 인천문화재단의 예를 들며 2020년까지 300억원을 목표로 둔 육성기금 조성이 불가능하고 적립 기금의 현실적, 효율적 활용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2월 문예재단 기본재산관리위원회에서 육성기금을 활용한 '재밋섬' 건물 매입 결정이 이뤄졌고, 5월엔 이사회에서 심의 의결됐다. 6월 제주도청의 승인을 받고 그달 토지 33억원, 건물 67억원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

이 같은 계약은 2018년 6월 28일 1차 중도금 10억원 지불 이후 멈춰 있다. '재밋섬' 매입을 둘러싼 반대 여론에 제주도가 그해 7월 문예재단에 공문서를 보내 2차 중도금 60억원의 지급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연기 기간은 '행정절차 이행 시까지'였다.

행정 절차 중단 후 이 사안은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를 받았고, 제주 지역 정당의 '배임 혐의' 검찰 고발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2019년 1월 나온 감사 결과 기관 경고 등 행정상 4건, 징계 1명 등 신분상 5명에 대한 조치가 요구됐으나 결론은 "문예재단과 제주도가 모든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효율적 해결 방안을 마련토록" 하라는 거였다. 같은 해 10월엔 배임 혐의 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약 4년에 걸친 여정을 이 지면에서 되짚는 건 지난 4월로 스무 돌을 맞은 문예재단이 과연 '제주아트플랫폼'을 꾸릴 능력이 되는지를 묻고 싶어서다. 도감사위원회의 조치 사항에 따라 민간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타당성검토위가 2020년 12월 '조건부 추진'이라는 최종 권고안을 도출했으나 문예재단은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

지난 4월 19일 문예재단이 요청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한 예다. 행정 절차 재개를 위한 추진 계획이 언급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문예재단 측은 공간 배치안을 먼저 꺼냈다. 도민 이용 문화시설을 강조하려는 목적인지 문예재단은 해당 건물에 입주하지 않겠다 밝혔고, 지상 8층엔 라운지 바와 루프탑 야외 공간을 조성한다고 했다. 단순 시설 관리가 아니라 프로그램 가동 등 공간 운영을 고려하면 지금의 제주시 동광로 문예재단 건물을 매각해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문화공간을 수익 시설로 접근한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동안 허술하게 처리한 '재밋섬' 매매 계약 건에 대해 공식적 사과 한번 없었던 문예재단이다.

이 사업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한 건 '재밋섬' 매입에 왜 100억을 들여야 하는지, 재감정으로 매입가를 낮출 순 없는지 등 물증에 심증을 더한 일각의 시선에 대한 해소 또는 수용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근래 매도인 측에서 문예재단에 나머지 중도금과 잔액 지급을 독촉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부동산 계약 과정의 유불리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진선희 부국장 겸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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