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4)천연보호구역 반세기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4)천연보호구역 반세기
IUCN '한라산 보호' 권고… 1964년 정부 주도 첫 종합학술조사
  • 입력 : 2016. 10.10(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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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천연기념물(제182호)로 지정된 것은 1966년 10월 12일이다.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이같은 조치는 한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천연자원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사진은 영실 등반로를 이용해 한라산을 찾은 탐방객들. 강경민기자

지질·동식물 등 전문가 50여명 참여… 제주에선 부종휴 합류
1966년 천연보호구역·1970년 국립공원 지정… 보존 제도화

한라산을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구체화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다. 그 과정에 국제 환경기구와의 공조가 눈길을 끈다. 바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다. 1963년 11월 IUCN의 공원설계 전문가인 윌리엄 하트(Willian J. Hart)가 방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간 후 방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때 '한라산'을 언급한다.

하트는 보고서에서 ▷원거리 관광 가치 ▷유사 이래의 역사적 가치 ▷특유한 과학적 가치 등이 인정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보호를 위해 적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그 지역에 한라산을 비롯 설악산, 흑산도 등을 꼽고 검토를 권유했다. 이 보고서는 한라산이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 후보지로 부각되고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학술조사가 착수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정부차원 종합학술조사=문화재관리국은 1964년 2월과 3월에 문화재위원회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 한라산 등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종합학술조사계획을 세우고 기초자료를 얻기 위한 현지 예비답사를 실시할 것을 결의했다. 그해 4월에는 IUCN 산하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인 로버트 씨크(Robert Seeke)가 국제협력차 내한해 천연보호구역 지정 절차에 관해 논의한다. 10월에는 문화재위원회 분과위 박만규위원을 한라산 조사책임자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조사일정을 확정지었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정부차원의 학술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학술조사는 지질과 동물, 식물분야에 걸친 최초의 종합조사였으며 참가인원도 56명에 달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학자들이 한라산에 집결한 것이다.

조사단의 면면만 살펴보더라도 식물의 경우, 박만규 단장을 비롯해 이영노 임기흥 오덕봉 이우철, 그리고 제주출신으로는 부종휴가 포진했다. 동물분야에도 원병오, 조복성 등 당대 최고 실력자들이 두루 망라됐다.

한라산 학술조사는 11월 5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됐다. 이때 한라산국립공원 획선이 결정되었다. 학술조사보고서는 4년 후인 1968년 '한라산과 홍도'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그 이전에도 집단적인 학술조사보고서는 이미 있었지만 이처럼 규모를 갖춘 조사보고서가 단행본(424쪽 분량)으로 발간되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특히 조사보고서는 한라산 자생식물이 1782종에 이른다고 공식 언급했다.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라산 자생식물은 이덕봉이 '제주도식물상'(1957)에서 언급한 1465종이었음에 비추어 무려 300여종이 추가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제주출신의 식물학자 부종휴 등의 공이 컸다. 이처럼 한라산은 각종 희귀 동·식물 등 생물의 종 다양성과 경관자원 등 자연자원의 보전 및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한라산이 천연기념물(제182호)로 지정된 것은 학술조사 후 2년이 경과한 1966년 10월 12일이다. 이같은 조치는 한라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천연자원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은 91.654㎢이다.

▶한라산 국립공원=국립공원의 모토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자연으로 돌아가 건전한 정신을 회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때문에 국립공원은 자연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국민의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서, 또 국제적으로는 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국가는 법에 의해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이를 유지·관리한다.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이다. 이 때가 1872년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은 1967년 3월 '공원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하여 그 해 12월에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 시초다. 이듬해인 1968년 경주·계룡산·한려해상, 1970년 3월 24일(건설부 고시 제28호) 한라산과 더불어 속리산·설악산·다도해해상 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하여 153㎢에 이르렀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 면적(1849.3㎢)의 약 8.3%를 차지한다. 이로써 한라산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를 받도록 제도화되었다. 이는 한라산을 국가의 책임아래 자연경관과 생태계 등을 보전하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정서함향을 위해 지속적인 이용을 보장하고자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었다. 1973년에는 관리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강경민·김지은·김희동천·채해원·강경태·강동민기자

[한라산 보호 100년 대계]
탐방예약제·한라-백두 공동학술탐사 구상


전 구간 사전예약제 검토 … 탐방서비스 개선 방안도
생태환경보전 공동 사업…남북간 교류협력 교두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김홍두)는 한라산 보호 100년 대계를 설계중이다. 한라산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지 50주년이 된 것을 계기로 지나온 50년을 성찰하고 앞으로 다가올 50년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한라산 100년 대계에는 고품격 탐방시설관리와 생태계 건강성 증진, 탐방문화 선진화, 국내외 협력체계 구축, 새로운 조직관리체계에 대한 구상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과제로 들어가면 20여 개나 된다. 하나같이 한라산 보호 관리에 분수령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세계유산본부는 100년 플랜에 앞서 올해말까지 기초연구를 진행한다.

2018년쯤 재개방 예정인 한라산 남벽등산로. 강경민기자

우선 탐방시설관리를 위해 탐방예약제와 남벽등산로 재개방, 화장실 시설 현대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당초 성판악 코스를 우선적으로 탐방예약제를 검토해오다 5개 구간 전 탐방코스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코스별 탐방객 총량을 조사하고 예약 시스템도 정비한다. 입장료 현실화도 추진된다. 남벽등산로 재개방은 2018년쯤 예상된다. 사전예약제 도입을 위해서는 조례 개정 등 관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는 올해 국립공원 탐방예약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예약제를 확대운영하는 등 국립공원의 선진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라산 전문 해설사와 산악가이드 양성을 통해 동반가이드 해설 시스템을 도입한다.

한라산 탐방 서비스 개선을 위해 근원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안도 검토된다. 한라산 순환 셔틀버스 운행과 장애인과 노약자 등 등산 약자를 위한 친환경 모노레일을 도입한다. 화장실을 현대화하고 노후된 오수처리시설도 교체한다.

한라산 100년 대계 가운데 국내외 협력체계와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한라산과 백두산간 공동학술탐사다. 한라산과 북한 백두산간 공동학술탐사는 평화통일의 상징적 슬로건인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생태환경보전 공동협력사업이다. '세계평화의 섬' 구현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부합된다. 제주입장에서는 2020년 세계환경수도 유치 촉매제로 북한은 백두산 환경보호 차원에서 윈-윈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이다.

한라산은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로 인증되는 등 생태환경적 보고로서 국제적 수준의 보전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 노하우를 백두산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전수해 주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우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 전까지 중국과 한라·백두 공동학술탐사를 검토 중이다. 이와관련 한중 임업교류시 이를 별도 의제로 선정해 검토하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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