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칼럼] 크세노폰의 '키루스교육'에 대한 사색

[고경실칼럼] 크세노폰의 '키루스교육'에 대한 사색
인문학에 길을 묻다<15>
  • 입력 : 2015. 11.13(금) 17:37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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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세노폰은 고대 그리스시대 소크라테스의 애제자 중 한사람이다. 혹자들은 플라톤아카데미를 비견해서 '키루스교육'이란 책을 썼다는 이야기도 한다. 크세노폰은 플라톤과 달리 현장 중심적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그는 치열한 전장에서 수없이 죽어가는 동료들을 지켜보기도 했고 나라가 지도자의 리더쉽의 부재로 쓰러져가는 현장을 직접체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작게는 한 집단의 지도자가 가진 리더쉽이 어떻게 그 집단을 부흥시키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 것이 바로 '키루스교육'이 핵심인 것이다.

 키루스 2세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인물이다. 페르시아는 원래 지금의 터키,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 리디아 등 메디아 3국이라 칭하던 시대에 그 옆의 작은 영주국으로 출발한 나라였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영주 캄비세스(캄비세스1세)가 메디아 왕녀와 혼인하면서 페르시아의 명성은 조금씩 높아지게 된다. 메디아 왕녀와 캄비세스 1세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바로 키루스(키루스2세)였다. 키루스의 할아버지는 키루스1세였다.

 할아버지가 페르시아 내적 성장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손자 키루스 2세는 마침내 페르시아의 내적인 힘을 외부로 발산하여 제국건설을 이룩하는 업적을 일궜다. 키루스 2세는 흔히 우리가 영웅으로 알고 있는 알렉산더대왕이나 시저, 징기스칸 등과 같은 반열에 그 이름이 오를 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뤘던 사람이다. 그는 한때 외할아버지의 나라로부터 쫓겨나기도 했었지만 그만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키워 메디아 왕국을 멸망시키면서 페르시아의 도약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루스가 받은 공정한 삶에 대한 교육이란

 키루스는 어려서부터 첫째, 공정한 삶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공정한 삶은 정의로운 행동을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정한 삶이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그 기회를 통해 경쟁을 한 후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훗날 키루스가 지도자가 되어 전쟁에 나섰을 때 병사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유발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을 주며 그만의 리더쉽을 빛나게 했다.

 두 번째는 동행하는 삶에 대해 교육받았다. 이것은 특정인이 특권을 누리는 삶이 아니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함께하는 동행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동료의식을 심어주고 서로 신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주워진 운명을 사랑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의 삶에는 행복한 때가 있는 반면 어렵고 힘든 때도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운명이라면 이 모두를 사랑하여야 한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리고 처음 전투에 나갈 때 아버지는 아들 키르스 2세에게 네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보상을 실천하는 것을 당부했다. 두 번째로 주워진 임무와 역할에 대해 지도자로서 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을 말했으며 이를 통해 키루스는 전투의 방식을 바꾸고 선제공격하는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전투에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 번째, 눈앞의 현실도 볼 줄 알아야 하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행동해야 함을 강조했다. 네 번째, 인간 본성이 약함을 인정하고 절제하는 삶에서 사람은 공고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TV드라마 '더 바이블'에서 키루스 2세가 등장한 장면.

 지도자가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할 요건

 더불어 지도자는 이런 요건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버지로부터의 당부의 말을 듣고 전투에 나서 온갖 유혹과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이러한 주안점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감으로서 대 페르시아제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 당시에 약소국들은 페르시아 속국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더 나아가 스스로 속국이 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페르시아 제국은 위대했다.

 키루스는 전투에서 이기면 가장 먼저 관용과 포용의 정책으로 패전국을 관대하게 대하고 스스로 통치하도록 하였으며 이스라엘 백성들을 노예로 삼는 나라에서는 그들을 해방시켜주며 약소민족들의 아픔을 해소시켜주었다.

 키루스가 제국의 틀을 완성한 후 처음 한일은 나라를 다스릴 사람을 찾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그가 찾았던 사람은 첫 번째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여기서의 신앙심은 어떤 신을 숭배하던지 돈독하게 믿고 믿음에 따라 실천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자신이 욕망을 억제하고 공동체의 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세 번째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인문학적인 삶을 실천하여 탁월함을 창조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요건들을 갖춘 키루스2세의 리더쉽이야말로 어려움에 처한 작은 나라 페르시아를 대제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크세노폰이나 플라톤은 대철인 소크라테스를 죽이는 아테네가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플라톤은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세워 숙고하는 삶을 추구했고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크세노폰은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적인 '키루스교육'을 저술하기에 이른 것이다.

 헤로도토스는 아테네 역사를 기술했고 투키디데스는 필론폰네스 전쟁사를 기술했다. 이러한 크세노폰의 키루스대왕에 대한 경험 리더쉽은 후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으로 발전되는 기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울어져가던 아테네가 회생되지 못하고 로마제국에 통합되었음은 또 다른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현대는 경쟁의 시대이다. 그리고 다양한 위기를 관리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간에 현재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면서 탁월함을 즉 창조를 추구하는 삶을 구현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0년도 넘는 고대시대에 서양에 있었던 역사이야기가 지금 우리의 삶에도 공감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고대시대 역사이야기에서 배우는 현대 지도자의 삶이란

 욕망을 넘어 절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에 이야기 속에서 진정 인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지도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길로 집단을 이끄는 지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향도 달라졌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길이보이는 듯싶다.

 '혼자 살 것인가, 함께 살 것인가' '과거에 살 것인가, 미래를 아우르는 현재를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그 해답을 찾는 길로 '키루스교육'을 다시금 조명해보는 것도 좋겠다.<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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