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제주의 대중교통에 대한 소회

[한라칼럼] 제주의 대중교통에 대한 소회
  • 입력 : 2015. 10.06(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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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워는 이제 제주도에서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제주도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인구 63만 명에 지난 7월말 기준 41만대를 넘어서 전국 최고의 가구당 보유대수를 기록하고 있고 증가속도도 급증하고 있다. 차량의 증가는 제주도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교통 혼잡에 따른 환경과 자원의 측면에서도 '청정 제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은 이동의 편리성과 아울러 공공운송체계의 미흡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두 가지 원인은 서로 맞물려 있다. 차량의 증가는 대중교통 이용객의 감소를 낳고, 이는 효율적인 대중교통 노선 조정을 곤란하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문제의 올바른 해결은 원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자동차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운행의 편리함에 따른 비용 부담과 대중교통체계를 편리하게 개선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우선 운행의 이점을 상쇄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청정 제주는 단지 말뿐인 구호가 아니라 제주도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가꿔나가야 할 가치이다. 이를 위해서 차량을 이용하여 편리함을 향유하는 사람이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고지 증명제의 도입, 차량등록세와 유류소비세의 인상, 도심 진입 시 비용 부과 및 주차요금의 현실화 등이 수익자 부담의 원칙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공운송체계의 혁신 방안을 강구하여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현행 대중교통 체계의 핵심인 버스 운행의 경우, 효율적이고 다양한 노선과 짧은 배차간격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의 편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공항이나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거점 정류장으로 하여 지선 개념의 다양한 노선을 신설하고, 지선에서 충족되지 않는 노선은 서울의 마을버스 개념을 도입하여 보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광지의 특성 상 택시와의 연계 방안도 정책적으로 고려하여 버스와 택시의 공존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은 관광 제주의 얼굴이고, 첫인상을 좌우하는 얼굴은 민낯일 때도 깨끗하고 편안한 인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맞닥뜨리는 첫인상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버스의 의자는 앉은 사람의 편의도, 서 있는 사람의 편의도 고려하지 않고 배치돼 있다. 의자는 좁아서 여행가방을 들거나 아이를 안고 타면 앉을 수조차 없고, 통로에 사람이 서 있으면 이동할 수도 없다. 서울 버스의 좌석이 23개 내외인 반면, 제주의 버스는 35개 내외로 좁고 불편하게 배치돼 있다.

대중교통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광 제주의 특색을 살린 디자인과 최적화된 좌석 배치 등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에서 대중교통의 개선을 시작하면 어떨까.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과 관광객을 위한 짐칸의 설치, 단순하고 효과적인 교통정보시스템의 구축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타요 버스'의 선풍적 인기가 의미하는 것은 기본적인 생각의 전환이다. 이와 더불어 버스 정류장의 미관 또한 제주만의 특색을 가미하여 설치하면 어떨까. 단지 제주어가 쓰여 있는 정류장이 아니라, 멈추고 느끼고 여행하고 싶은 제주만의 풍취가 담긴 정류장이라면 저절로 버스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을까. <문만석 제주미래발전포럼 실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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