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이 품은 다양성의 가치 서비스 제공자 아닌 주체로"

"제주 청년이 품은 다양성의 가치 서비스 제공자 아닌 주체로"
제주대 평화연구소·글로벌이너피스 공동 청년 소통 세미나
'… 평화경험 공유를 통한 함의 도출 및 가능성 모색' 주제로
"청년 조례 제정 후 청년 정책 발전했나… 청년 도의원 전무"
  • 입력 : 2022. 01.29(토) 13:3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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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제주대에서 열린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글로벌이너피스 공동 주최 청년 소통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정치·문화·환경·농업 분야 등 각계 활동하는 청년 목소리 나눠
"청년들 무대 이곳 아닌 저편에도… 네트워크·공론의 장 늘어야"


제주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평화'를 꿈꾸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글로벌이너피스 공동 주최로 지난 28일 오후 1시 제주대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 소통 세미나'다.

'제주지역 청년, 청년NGO의 평화경험 공유를 통한 함의 도출 및 가능성 모색'을 주제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이 밝힌 대로, 젊은 시선으로 기획(임도윤 제주대 평화연구소)돼 "발표자와 토론자의 평균 연령이 가장 젊은 세미나"였다. 4시간에 걸쳐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다양성의 가치에 주목해 청년 주체의 발언 기회가 늘어나고 네트워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잇따랐다.

제주대 평화연구소 소장인 강경희 교수(정치외교학과)의 사회 아래 발표자로 나선 청년은 모두 6명이었다. 강보배(제주주민자치연대 청년사업 총괄, 정부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의 '청년 주도적 삶에서의 평화-청년 거버넌스를 통해', 한상민(청년상상공작소 사무국장)의 '제주지역 속 청년 의제를 다루는 방식, '청년상상공작소'', 고상근(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사무국장)의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 이길희(사단법인 제주비건 활동가)의 '동물과 공존하는 평화로운 삶 인 제주', 신의주(지구시민책방 어나더페이지 대표)의 '싱크 글로벌리, 액트 로컬리', 이성빈(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의 '청년이 행복한 제주 농어촌의 미래와 공존'에 대한 발표를 통해 각자의 경험을 나눴다. 제주도청 평화대외협력과 채은주씨의 '세계평화의 섬 제주와 청년의 가치' 발표도 특별세션으로 진행됐다. 종합 토론에는 발표자 외에 오지은(KOICA), 강지형(글로벌이너피스), 임도윤(제주대 평화연구소)씨가 참여했다.

강보배 위원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기구, 청년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경험 등을 들려주며 "2016년 6월 제주도에 청년 기본조례가 제정됐지만 그동안 제주의 청년 정책은 얼마나 발전해왔는가"라고 물었다. 강 위원은 "청년들을 다음 세대를 만드는 주체로서 바라봐야 하는데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 참여자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한상민 사무국장은 제주 사회의 주체로서 뛰어들기 위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 제주청년위원회 원탁회의 등에 참여했던 일과 청년상상공작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소개했다. 한 사무국장은 청년들의 생각을 모아 제주도에 46개의 정책을 제안했지만 "검토하겠다, 담당부서가 아니다, 참고하겠다" 등의 간단한 피드백이 전부였던 일화를 꺼내며 "이는 청년들의 영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사무국장은 "지연, 학연이나 부모의 도움으로 취업하는 것은 제주 청년들이 바라는 제주사회가 아닐 것"이라며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제주의 삶"을 위한 방안으로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활동과 정치 참여를 꼽았다. 한 사무국장은 "제주 청년 인구가 20%가 넘지만 20~30대 제주도의원은 전무하다"면서 "정책 이슈에 대한 청년의 시각을 제공하고 청년 비례대표 등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상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사무국장도 종합 토론 순서에서 "우리(청년)가 직접 지금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무국장은 현재 제주도의원 출마 의사를 밝힌 청년이 5명인 점을 들며 "(이들이 모두 당선돼) 제주도의원의 11%가 청년이 된다면 청년이 만든 정책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당적을 떠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청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진출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28일 제주대에서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글로벌이너피스 공동 주최 청년 소통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진선희기자

이길희 제주비건 활동가는 제주 행정기관 곳곳에 슬로건으로 내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를 서두에 제시하며 "과연 그런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길희 활동가는 "동물을 이 땅의 공동 거주자로 여기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때"라며 "비건은 폭력, 억압, 착취에 반대하는 모두의 평화를 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신의주 대표는 국제개발협력단체, 기업 대외협력팀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현재 고향에서 환경, 지역, 다양성 세 가지 키워드로 운영하고 있는 책방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 대표는 토론을 통해 "평화의 섬 제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다른 자리에서도 문화도시의 섬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포괄적인 방법으로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가령 대정 지역 인구의 10%가 이주민인데 이들을 제외하고 평화를 논할 수 있을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럴 때 '아, 내가 평화의 섬에 살고 있구나'라는 걸 체감할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성빈 이사장은 "이주민, 이른바 육짓것으로서 제주에서 농부로 살고 있는" 경험을 꺼냈다. "재미있게 살려고 제주에 왔는데 어느새 롤모델이 되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느껴지더라"는 이 이사장은 "주변의 어른들은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식들은 육지로 보내려는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기반이 없으면 정착하기 어려운 귀농, 귀촌 청년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의 사업을 안내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일손이 부족한 지역민과 전 세계 청년들을 연결해 제주를 "워킹홀리데이 성지"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제주대 출신으로 현재 KOICA에서 근무 중인 오지은씨는 종합 토론 순서에서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제주 청년의 한계와는 그 모습이 달랐다.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면서 "또래집단이 많지 않고 환류되는 경험이 적지만 여러분들의 무대가 이곳만이 아니라 저편에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이 같은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지방 ODA(공적개발원조) 확대로 연결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로벌이너피스에서 활동하는 강지형씨는 "청년들하면 '삼포세대'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만 오늘 다양한 토픽으로 평화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 발표를 들으면서 밝은 미래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제주도가 2005년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지만 과연 일상 안에서 '평화의 섬'을 느끼고 있는가. 여러분의 다양한 활동이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공론화되는 과정이 많아지면 그것이 지속가능성이고 평화라고 본다. 앞으로 제주도에서도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

강경희 제주대 평화연구소장은 이날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청년들이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고 지역운동도 전보다 더 다양해지고 활발해지고 있다. 청년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목소리를 표출하고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조화롭게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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