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해야하는데… 꽁꽁 숨은 불법체류자

백신 접종해야하는데… 꽁꽁 숨은 불법체류자
도내 미등록 외국인 1만명 이상 추정 2900명만 접종
여전한 단속 두려움에 통보 의무 면제 제도 효과 미미
  • 입력 : 2021. 10.06(수) 18:1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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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불법 체류 외국인(미등록 외국인)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도내 불법 체류 외국인의 약 70%가 아직도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기로 하면서 남은 기간 내·외국인 구분 없이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도내 상당수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접종 자체를 꺼리면서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불법 체류 외국인은 지난달 기준으로 2900여명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은 보건소에서 임시 관리번호를 부여 받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은 사실상 올해 4월부터 시작했다. 제주도는 국적, 불법 체류 여부와 상관 없이 올해 2월말 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후 3월말까지 약 한달간은 요양병원 입소자·종사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상대로 우선 접종했기 때문에 불법 체류 외국인이 2~3월 접종 대상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은 없다.

제주도는 도내 불법 체류 외국인 수를 1만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를 고려하면 전체 불법 체류 외국인 중 약 70%가 백신 접종을 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할 때 불이익을 주지 않는 '통보 의무 면제 제도'도 현실에선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출입국관리법 84조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체류 기간을 넘긴 외국인을 발견할 경우 의무적으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이런 사실 알려 강제 퇴거 절차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한시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한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해선 이런 통보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제주도는 통보 의무 면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상당수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로 혹시 모를 단속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불법체류 외국인이 임시관리번호를 받으려면 직접 보건소에 가야하는데 이들은 이런 공공기관 방문부터 꺼리는데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단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 백신 접종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상당수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백신 접종에 필요한 임시관리번호를 부여 받게 되면 자신의 기록이 행정 전산망에 남아 (그 기록들이) 추후 단속에 쓰일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체류 외국인의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내 외국인 고용 사업장, 외국인 공동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과정에서 알게된 신상 정보는 보건 목적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남 함안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최근 이틀 사이 41명이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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