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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선]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의 현장에서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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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들이닥친 코로나19 상황을 돌이켜보니 당시는 이렇게 오랜 시간 겪어야 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타까워도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상에서 바쁘게 사는 일은 변함없으나 여가 시간과 문화예술의 향유 방식 등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서로 머리 맞대어 고민하다 보니 창의적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매체를 통해 시각예술 전시나 무대예술 공연을 하기도 하고 예술가들이 실내 전시장과 공연장을 나와서 거리에서 예술을 공유하는 것도 종종 목격된다.

2020년 여름에 네 차례 올린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은 일상과 노동 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무대에서 새롭게 만나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공연이다. 기존의 일노래 공연과는 다르게 기획했는데 이런 기획으로 연출한 공연에 관객이 어떤 반응을 할지 필자는 기획자로서 오히려 궁금했을 정도였다. 우선 실내가 아닌 실외 공간, 제주시 산지천변 고씨주택 마당에 멍석을 무대 삼아 출연자와 관객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했다. 멍석을 무대로 삼은 이유는 과거의 노동 현장을 느껴보자는 것으로 최소한의 상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출연자들은 음향기기 없이 즉 마이크와 스피커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의 소리를 인공적 매체를 통하지 않은 상태로 꾸밈없이 들려줬다.

바다에서, 밭에서, 들에서, 집 마당에서,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일하면서 호흡과 리듬을 맞춰 만들어진 창작물인 제주 일노래는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가족과 이웃과 함께 밭일하면서 불렀던 소리, 올레 어귀에 들어설 때 우리집과 이웃집 돌담 너머로 들려오던 일노래의 아득한 기억이 가슴을 채우는 경험을 한다. 노동은 고통스럽고 삶에는 슬픔이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제주의 일노래는 제주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구전 문학이자 음악 문화 유산이다.

2021년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은 스무 차례로 확대돼 제주시 향사당 마당과 서귀포시 소암기념관 야외데크에서 열리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관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감출 수가 없다. 음향기기 없이도 공연이 가능하냐고 물어온 관객은 일노래를 하나 둘 들으면서 눈빛이 달라지고 소리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인다. '해녀노젓는소리'의 후렴 "이어사나"를 함께 부르면서 물질 나가는 현장을 공감한다. '방에짛는소리'의 힘찬 박자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밧발리는소리'의 우렁찬 첫 소절 "워러러월월"을 들으면서 밭을 밟는 마소를 부리던 일꾼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제주의 일노래를 두루 들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찾아온 제주도민, 야외공연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미리 찬찬히 둘러보는 사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 제주를 찾아온 청년 관광객, 배낭 메고 온 외국인 관객, 생각지도 못했던 공연을 즐겼다고 평가해준 대중가수와 서양 음악 전문가 등 다양한 관객들이 보내주는 박수와 환호는 고마운 선물이나 다름없다. 제주 일노래의 전통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지속가능한 유산으로 자리잡기를 바랄 뿐이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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