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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 많은 부역에 제주 백성의 삶 여위어 갑니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 이형상의 '탐라장계초' 번역 출간
18세기초 제주 섬 실상… 조방장 맡은 감목 직책 첫 확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6.14. 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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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장계초' 표지(왼쪽)와 1년에 바치는 말이 400~500필이 되는 등 부역의 고통을 안은 제주 백성들의 실상이 소개된 장계 일부.

"넓이와 둘레가 지극히 작고 인구가 번성하지 않아 전결(田結)은 묵은 밭과 개간한 밭이 모두 3200결에 못 미치고 호구(戶口)는 삼읍(三邑)이 모두 겨우 9100에 이를 정도이니, 경기에 비교하면 중읍(中邑)을 면치 못하거늘 상납하는 근본 수량은 통영(統營)에 비기면 백배나 될 뿐 아니라, 기읍(畿邑)에 못 미치는 힘으로 통영의 백배의 부역을 맡으니 백성의 삶이 곤궁하고 여윔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탐라순력도'를 남긴 제주목사 이형상(1653~1733). 1702년 3월 제주에 도착한 그는 그해 6월 25일 처음으로 장계를 올린다. 제주 백성들이 가난한데다 말과 소, 전복, 밀감, 약제 등을 진상하고 있으니 은혜를 베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조정에서는 이를 수용한다.

이같은 과정을 기록한 옛 자료가 우리말로 완역됐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김익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의 번역, 김대길 전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진흥실장의 감수로 펴낸 '탐라장계초(耽羅狀啓抄)'다.

장계는 관찰사, 목사 등 지방관리가 지방의 중요한 일을 조정에 보고하는 문서를 말한다. '탐라장계초'는 이형상이 조정에 전한 제주 섬의 중요한 실상과 그에 따른 건의가 받아들여진 뒤 임금에게 거듭 아뢴 내용을 초록(抄錄)한 1권 1책의 육필본이다.

이 문서에는 한라산신제를 지내게 하고 사직단에 있던 풍운뇌우단을 제주성 서북쪽에 옮기는 대목이 들어 있다. 제주, 대정, 정의 삼읍 수령이 맡던 감목 직책을 조방장이 담당하도록 해 10일마다 보고하도록 하고 근무성적을 매기는 전최(殿最)를 실시한 점도 '탐라장계초'를 통해 확인되는 목장사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이형상은 사노비와 공노비의 면천 제도화를 건의했다. 또한 무격(巫覡)의 피해가 크다고 보고 음사 129곳을 철훼하고 불사 2곳을 불태워 무당과 박수를 귀농시켰다.

역자인 김익수 사료조사위원은 "이형상이 파직될 때까지 1년여 기간 안에 많은 공적을 직접 임금과의 복계(覆啓)를 통해 이뤄낸 것은 그의 해박한 통찰력과 실천력의 결과였다"며 "다만 1년에 두 차례 이상 닥치는 태풍과 장마로 고통받는 제주민의 구휼문제를 깊이 해결 짓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탐라장계초'를 통해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앞서 간찰 등 이형상 관련 문서를 매입해 역사자료총서로 번역 발간해왔다. 이번이 다섯 번째 역사자료총서로 번역문 뒤에 영인본을 실었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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