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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 망설이기만 한다면
배유정 신작 그림책 '밤버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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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괜찮을까? 짐이 너무 많은 걸까? 아니야, 그래도 뭔가 빠트린 것 같아.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어떡하지? 소녀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온갖 생각을 떠올린다. 저 멀리 소녀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버스가 불빛을 켠 채 달려오고 있다. 소녀는 그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2018년 '나무, 춤춘다'로 볼로냐 라가치상 '뉴 호라이즌 대상'을 받은 배유정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그림책 '밤버스'. 어둡고 고요한 어느 밤에 길을 나선 소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밤버스'는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 있다. 2014년 지인과 함께한 남미 배낭여행은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떠나기로 결정하고도 계속 질문했던 그가 있었다. 고민 끝에 다다른 여행지에선 모든 것이 서툴렀고, 고되고 지친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 여행하면서 느꼈던 "불확실한 설렘과 분명한 불안감"이 이 그림책의 토대가 되었다.

'밤버스'에선 여행자들을 태운 붉은 색 버스가 하늘과 땅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린다. 나무와 바위가 둥둥 떠 있는 곳을 지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바쁜 도시의 풍경이 나타난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더니 어느 순간 버스는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 여행은 그렇듯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세계로 이끈다.

작가는 한 장 한 장 다른 색을 칠한 종이를 일일이 오려 붙이는 콜라주 방식으로 입체적인 화면을 완성했다.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의 구분 없이 사방에 흩어져 있는 배경의 그림들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구석구석 동물이나 여러 사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작은 그림들도 발견하게 된다.

'밤버스'를 읽는 어른들에겐 여행이라는 모티브를 빌려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선택하고, 도전하고, 놓쳐 버리는 일이 반복되지만 또다시 기회가 오기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길벗어린이.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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